80년을 서서 일한 코끼리… 구조 첫날 모래더미에 몸을 눕히자 아무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솜분이 새 집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먹이를 찾는 것도,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마련된 모래더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그대로 몸을 낮췄습니다.
그리고 잠이 들었습니다.
구조대원들은 그 모습을 한동안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호구역에 막 도착한 코끼리가 이렇게 빨리 눕는 일은 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낯선 장소와 사람을 경계해 며칠, 길게는 몇 주 동안 서서 잠을 청하는 코끼리도 있습니다. 살아오며 겪은 경험 때문에 몸을 바닥에 맡기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솜분은 달랐습니다.
마치 이제는 더 이상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아차린 것처럼, 주변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동안에도 모래 위에 몸을 맡긴 채 깊이 잠들었습니다.
솜분의 나이는 약 80세.
야생에서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 아직 아기였던 솜분은 사람들에게 붙잡혀 왔습니다. 그 뒤로 이어진 삶은 숲에서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오랜 세월 벌목 현장에서 일을 했고, 이후에는 관광 산업에 동원됐습니다.
사람을 등에 태우고 걷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다른 코끼리라면 이미 한참 전에 일을 멈췄을 나이가 됐지만, 솜분에게 제대로 쉴 시간은 쉽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거의 한평생을 사람을 위해 서서 보냈습니다.
솜분의 사정을 알게 된 동물보호단체는 더 늦기 전에 이 늙은 코끼리를 데려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조대가 남긴 말은 짧았습니다.
이제 할머니에게 필요한 것은 일이 아니라 돌봄과 휴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1월 말, 솜분은 자신이 오랫동안 일하던 곳을 떠나 코끼리 자연공원 보호구역으로 옮겨졌습니다.
그곳에 도착한 솜분의 몸에는 지난 세월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몸은 눈에 띄게 말라 있었고, 치아도 많이 빠져 있었습니다. 피부는 건조하고 거칠어져 있었고, 나이와 오랜 노동 때문에 몸 전체가 지쳐 있었습니다.
그런 솜분 앞에 처음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가 놓였습니다.
누군가를 태울 필요도 없었습니다.
정해진 길을 계속 걸을 이유도 없었습니다.
명령을 기다리며 서 있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모래더미는 그저 쉬라고 준비해 둔 자리였습니다.
솜분은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몸을 눕혔습니다.
80년 가까이 이어진 긴 하루가 이제야 끝난 것처럼 깊게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뒤 잠에서 깨어난 솜분에게 작은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너무 깊이 쉬었던 탓인지, 늙고 약해진 몸으로는 혼자 다시 일어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보호구역 직원들은 곧바로 솜분 곁으로 달려갔습니다. 여러 사람이 힘을 보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세웠고, 이후에도 혹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가까이에서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던 몸은 하루아침에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솜분에게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빠진 치아와 약해진 몸에 맞춘 영양식을 먹어야 하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천천히 걸으며 힘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래도 보호구역에서의 하루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솜분은 이제 천천히 산책합니다.
배가 고프면 몸에 맞는 음식을 먹고, 더운 날에는 진흙 목욕을 즐깁니다.
걷다가 지치면 멈춰도 됩니다.
그리고 졸리면 눕습니다.
누구도 다시 일어나 일을 하라고 재촉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마음 아파했던 장면은 솜분의 상처가 아니었습니다.
구조된 첫날, 아무 경계도 하지 않고 모래 위에 몸을 맡겨버린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솜분에게 그 잠은 단순한 낮잠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긴 세월 동안 계속 버텨야 했던 몸이 처음으로 받아본 허락에 가까웠을 겁니다.
이제 서 있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아무도 등에 올라타지 않는다는 안도.
눈을 감아도 괜찮다는 믿음.
솜분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달라졌습니다.
앞으로의 하루는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해 견디는 시간이 아닙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걷고 싶을 때 걷고, 피곤하면 모래 위에 몸을 눕힐 수 있는 시간입니다.
80년을 일한 뒤에야 찾아온 너무 늦은 휴식.
그래도 솜분은 마침내, 자신을 깨우러 오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잠들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