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날씨는 금세 봄이 와 버린 것같이 사뭇 ‘덥다‘라고 느낄 정도였는데 오는 봄을 시새움이라도 하듯 요즈음은 아침저녁으로 겨울 못지않게 바람결이 차갑다.
그러나 오는 계절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창가에 비치는 햇살이 눈부셔 상큼한 기분마저 드는 아침.
정녕 봄은 오는가! 싶어 나도 모르게 창문을 열어젖힌다.
겨울 내내 춥다고 꼭 꼭 닫힌 창문은 이제야 기지개를 펴고 들어오는 바람마저 후유하고 겨울 내 내 힘들었다고 한숨을 쉰다.·
눈 앞 마당에는 겨울 내 얼어붙은 동토에서 뚫고 나오는 새 생명의 숨소리는 끊임없이 나도 나도 하면서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 하나 둘 인사를 한다.
제일 먼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린 복수초, 내가 제일 예쁘다고 뽐내는 자주색 튜울립, 부끄러워 고개를 수그리며 살짝 웃는 수선화, 그리고 덩달아 ‘나도 여기있어요.’하고 고개 숙여 핀 춘란은 올해도 어김없이 꽃망울 세 개를 터뜨렸다.
그런데 일찍 피어야할 홍매화는 이사 와서 힘이 들었는지 아니면 햇볕이 잘 안 들어서인지 아직 머물려 있어서
미안하고 가엾지만 내년에는 건강해야 한다고 새끼 손가락도 걸어보고 얼마 안 있으면 필 목련한테 좀 도와
주라고 부탁도 해 본다.
이렇듯 앞마당 식구들이 늘어나면 그들 덕분에 마냥 예뻐 웃음 짓고 부자가 된 기분이지만 한편으론 이들을 위해 얼마나 풀을 뽑아야 할지! 얼마나 물을 주고 다독여주어야 할지! 올해는 복토도 좀 해주고 퇴비도 좀 해 주어야
할텐데~ ~
그러나 여전히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그 자리에 새 움이 돋아 날 때면 나는 너무나도 반가워서 마냥 들려다 보며 새 생명에 활기찬 기운을 받는다.
이젠 뒷문을 열고 텃밭으로 나가보자.
봄이 오면 농부들의 손이 바빠진다더니 이곳 역시 내 손길을 기다린다.
양파 조금, 마늘 조금, 작년 가을에 뿌려놓은 상추들, 그리고 부추가 온통 풀밭이다. 다들 비닐을 씌우라고 했는데 땅도 숨을 좀 쉬라고 그냥 심어놓은 것이 겨울 내 비가 잦아서 풀에 묻혀버린 이것들을 어찌 할고 싶다.
그렇다고 땅이 큰 것도 아니고 몇 평 되지도 않은 텃밭가지고 이리도 못 할까! 내 자신이 민망스럽기도 하지만
올해 역시 어설픈 농부가 되어 밀짚모자 쓰고 호미 들고 풀을 메고 씨앗을 뿌리려고 한다.
작년 가을에 심은 상추는 다시 옮겨 심어야하고 부추에는 깻목도 주고 고추, 오이, 호박은 모종을 사다가 옮겨
심고 정성드려 잘 가꾸어야 한다..
땅은 정직하다 내가 심으면 심은만큼만 정성을 드리면 드린만큼 그대로 돌려준다. 이 정직함 앞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또 다시 움트는 새 봄처럼 새 기운, 새 희망, 눈부신 햇살을 온통 가슴으로 받으며 또 다른 내일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을 할 수밖에~~~
첫댓글 잉꼬님의 이야기를 읽으면 저는 늘 숲속을 거니는 느낌,잘 가꾸어진 정원,화순 시댁의 텃밭을 떠올립니다.시골집 테두리로 석류,무궁화 대추,감나무,매화,대나무들이 주욱 보금자리를 감싸고 있거든요.뒤 쪽 장독대를 돌면 가느다란 부추,마늘,두가지 색 상추,파,시금치,쑥갓,오이 호박.머우대,취,달래 냉이 씀바귀..등이 있어 캐 옵니다.어머니께선 저보고 티비만 보지말고 '휘이 둘러 찬거리 해가거라' 하시거든요.그 어머니 모슴이 잉꼬님입니다.밀짚모자 쓰고 호미 들고 여기저기 새벽 아침 저녁 마무리를 자연과 하시는 분.와아~ 근데 언제 잉꼬님의 마당 한 번 구경 시켜주세요.복수초 튜울립 수선화 춘란 홍매화 목련..이름만 들어도
행복해집니다.창문을 열면 그 꽃들이 환하게 반기며 바람소리,새들과 함께 예쁜 노래를 지어내겠습니다.우리 시골엔 채송화 맨드라미 가을 야생 쑥부쟁이,손대면 '톡'하고 터지는 봉선화,동백,앵두나무,배..등이 있어요.소박합니다.어머니는 너무 부지런하셔서 들로 논으로 바쁘신데 저는 한가히 자연 속으로..우리집도 시골집처럼 자연주의였으면 좋겠어요..자연과 멋진 클래식과 일상을 만끽하는 잉꼬님,그 어느 멋진 세상도 안 부럽겠습니다.정직한 땅과 잉꼬님의 농사..봄이 성큼 다가옵니다.또 부럽습니다.건강하십니다.
"똑 똑 똑..."
잉꼬님네 봄 훔치러
살금살금
소곤소곤
......
......
취원의 눈망울에
어느 새
홍매화 맺혔는데
저런저런
스텔라님 옷자락
금새
수선화 노랑 봄물
흠뻑 훔치었네
*잉꼬님! 잉꼬님네 봄마당, 스텔라님과 함께 아지랑이 타고 살포시 잘 다녀왔습니다.봄비 내리는 어느 봄날, 뒷문 텃밭에도 봄바람 타고 살랑살랑 다녀오렵니다.스텔라님! 그 때도 저와 함께 동행하시지요.
복실이가 노니는 앞마당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렇게 봄은 살포시 우리곁으로 오고 있군요.
언니네 봄 마당을 다녀가신 분들의 행복한 미소가 보이는듯도 합니다.
저도 서둘러 봄마중 가야겠습니다~^^
집안에 여러 나무와 꽃은 있을수있다지만 직접 가꾸고 일궈야할 텃밭까지 갖고 계시다니..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호미로 풀메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손바닥만한 마당의 풀도 멜줄 모르고 농사의 기초지식도 없는터라 채소를 가꿔 먹는다는것은 꿈도 꿔본적이 없답니다.
게으름은 둘째치고 관심조차도 없으니요.
사는 모습, 자체가 모범적일 잉꼬님은 부지런하셔서 잘 하실것입니다. 부럽습니다.
오늘도 나는 나의 목련나무에게 말을 건다.나를 용서해줘서 고맙고,이 엄동설한에 찬란한 봄을 꿈꾸게 해줘서 고맙다고..씨를 뿌릴 때도 흙을 정성스럽게 토닥거려주면서 말을 건다..깨어날 때 다시 만나자고,싹 트면 반갑다고..꽃이 한창 많이 필 때는 이 꽃 저 꽃 어느 꽃도 섭섭지 않게 말을 거느라,또 손님이 오면 요 예쁜 짓 좀 보라고 자랑시키느라 말 없는 식물 앞에서 나는 수다쟁이가 된다.-박완서 산문집,'호미' 중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이 모습들이 잉꼬님을 연상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