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80) 시 쓰기 상상 테마 5 - ⑦ 우주적 이미지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
시 쓰기 상상 테마 5
네이버블로그/ 47. 상상테마46 - 우주적 이미지로 상상하며 시 쓰기
⑦ 우주적 이미지로 상상하며 시 쓰기
@ 우주적 이미지를 상상에 적용할 때
우리는 우주 속에 살고 있으면서 우주를 실감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내가 호흡하는 공기와 하루 종일 만나는 타자들이 모두 우주라는 사실을 잊은 채
멀고 먼 우주만을 인식하려고 애쓴다.
크고 총체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나와 연관된 모든 것이 ‘소우주’라는 인식만 한다면
우주는 늘 가까이에 있게 된다. 새벽에 만난 이슬도 우주이고 놀라 달아나는 길고양이도 우주이고
밟을 뻔한 개미도 우주가 된다.
그런 연결고리적 사유로 사물들과 현상을 인식하게 된다면 자신을 둘러싼 우주를
하루 종일 실감하게 되고 감각할 수 있게 된다.
우주적 상상력도 쉽게 발휘된다.
아버지와 갈등한 채 떠돌게 된다면 ‘나는 아버지를 벗어나고 싶은 위성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르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분열하는 자아를 갖게 된다면
‘내 몸속엔 카오스가 살고 있다’라는 문장이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절망만을 안겨주는 신이 있다면
‘신은 나에게 매번 블랙홀이다’라는 문장이 태어나게 된다.
이런 방법은 우주적 이미지를 일상 속 현상에 빗대어 표현하는 비유적 상상이다.
그러니 자신이 간절하게 표현하려는 시적 정황에 어울리는 우주적 요소가 있다면 노련하게,
과감하게 요소를 끌어와 비유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예시, 아버지는 아버지만 모르는 코스모스다, 할머니에겐 초승만 남아 있다, 당신의 몸속엔 빅뱅이 살고 있다,
오늘부터 나의 고독은 무중력이다 등)
또 하나의 방법은 상징적 상상력으로 우주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현대 도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를 상징화시킬 때
‘외계인’이라는 요소를 활용할 수 있다.
“월화수목금토일 내내 나는 이 도시에서 외계인이다.”와 같은 문장을 바탕으로 상징적 상상을 펼치면 된다.
아래에서 제시한 우주 용어들을 활용해 비유적 상상이나 상징적 상상을 자주 펼쳐보자.
블랙홀, 빅뱅, 코스모스, 카오스, 개기일식, 월식, 행성, 위성, 항성, 광년, 외계인. 망원경, 우주 미아,
태양계, 은하계, 초신성, 팽창, 초끈, 상현, 삭, 초승, 만월, 성운, 혜성, 운석, 각종 별 이름,
각종 별자리 이름, 각종 행성 이름, 색깔에 따른 별 이름(예, 푸른 별, 백색 왜성) 등.
필자의 시를 바탕으로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월화수목금토일 내내 나는 이 도시에서 외계인이다
내게만 보이는 별자리가 있고
태양은 한가하지 않으니
난 지루한 외계인이다, 분명
중력에 길들여져 중심을 향해 움직였는데
처음엔 그저 선택받지 못한
이방인인 줄 알았는데
생활은 멀고 생존은 가까우니
내계와 외계의 구분이 분명해졌으니
사랑은 보편성을 잃고 믿음은 주관성을 잃는다
안정과 안전을 좋아하는
애인의 아버지가
지구 밖으로 나를
날려 보내기 전에
새로운 구심력을 찾아 몰입해야 했다
그래도 시를 쓰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기분으로
내 안의 카오스를 즐기자
그 어떤 위계에도 속하지 않는
떠도는 상상이 부활해도
뒤돌아보지 말자
불가피한 폐허나
폭약을 품고 있는 마음을 위해
어두컴컴한 낮을 위해
외딴집 같은 자존을 위해
우주적 은유와 리듬으로
해독 불가능한 문장을 만들어
완벽한 미아가 되자
그런데 왜 비가 오면
우산을 준비하려는
내 마음을 자꾸 들키는 걸까
완벽한 유령이 된 줄 알았는데
왜 스팸 전화가 오고
재난 문자에 짜증을 내는 걸까
시는 반드시
외계의 언어로 탄생한다고 믿었는데
왜 지상의 언어로만 청탁서가 오는 걸까
관계를 전부 끊었다고 확신했는데
왜 어머니란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걸까
―《리토피아》, 2021년 가을호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 메시지 분명히 하기+내 시만의 장점 찾기
시인의 난무한 상상력은 현실에서 우주로, 우주에서 현실로 활공하고,
우주 안에서 현실을, 현실 안에서 우주를 발견하고 직관한다.
「월화수목금토일 내내 시는 이 도시에서 외계인이다」에 나오는 화자도 마찬가지다.
현실 안에서 우주를 발견하고 직관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제목에서도 암시되어 있지만 화자는 주목받지 못한 상태에서 시를 쓰는 젊은 시인이다.
‘월화수목금토일 내내’ 도시의 문법에 어울리지 않게 살아가고 있기에 화자는 스스로 자신을
‘지루한 외계인’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분명 “안정과 안전을 좋아하는” 타자들의 시선에 따른 규정이다.
그래서 화자는 “생활은 멀고 생존은 가까”운 현실 속에서 사랑의 보편성도 믿지 못하게 되고,
믿음의 주관성도 잃고 만다.
그런데도 화자는 시 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그것만이 자신을 가장 나답게 만드는 행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을 찾기+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이 시에서 활용된 객관적 상관물은 중반부에서부터 나온
‘문장’ ‘미아’ ‘우산’ ‘스팸문자’ ‘재난문자’이다.
타자들이 정상적으로 생각하고 생활하는 ‘내계’와 다르게 화자는 시를 쓰는 자신만의 세계를 ‘외계’라 부른다.
자아가 몸부림치고 있는 ‘외계’를 스스로 분리한 것이다.
고독할 수밖에 없고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외계’.
그럼에도 화자는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내계’에 길들여질 생각도 없고, 돌아갈 생각도 없다.
“그 어떤 위계에도 속하지 않는/ 떠도는 상상이 부활해도/ 되돌아보지” 않는 채
묵묵히‘외계인’을 실천하려고 한 것이다.
화자는 “불가피한 폐허나/ 폭약을 품고 있는 마음을 위해/ 어두컴컴한 낮을 위해/ 외딴집 같은 자존을 위해”
자신의 내부에 꿈틀거리는 쓰기에 대한 욕망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해독 불가능한 문장”과 “완벽한 미아”는 고집스러운 화자의 심리 상태를 대변해주는 상관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도 인간이기에 나약함을 드러내고 만다.
마지막 두 연에 걸쳐서 그런 심리 상태가 나와 있었는데,
이때 쓰인 ‘우산을 준비하려는 마음’이나 ‘스팸 전화와 재난 문자에 짜증을 내는 마음’이 모두
그런 심리 상태를 암시하는 상관물이다.
<3단계> 확장하기 –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화자가 시를 쓰는 사람이기에 필자(시인)의 경험이 밑바탕에 깔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적 체험은 따로 이루어졌다.
경제적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를 쓰는 미혼인 화자가 그렇다
.(필자는 가난하지만 미혼은 아니다) 그런 후 애인의 아버지를 만나게 했다.
애인의 아버지는 “안정과 안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화자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애인의 아버지는 모든 이를 차별 없이 사랑하는 종교적 보편성과도 아주 먼 사람이다.
그로 인해 ‘나’를 믿었던 애인의 주관성은 사라지고 만다.
‘내계’에서 주목받지 못한 ‘외계인’이 되어버린 화자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은 두 가지다.
‘내계’에 길들여져서 시를 쓰지 않거나 ‘외계’를 고집하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펼치거나….
필자는 화자에게 과감히 후자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시인들은 전부다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는 ‘외계인’.
※ 또 다른 예문 (예문 내용 기재는 생략함-옮긴이)
· 김병호의 ‘징검돌이 별자리처럼 빛날 때’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김향숙의 ‘명왕성 유일 전파사’ (201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김왕노의 ‘굿모닝 블랙홀’ (《마당》 2021년 창간호)
· 이미영의 ‘SF식 이별’ (2021년 《열린시학》 가을호)
<직접 써 보세요>
* 여기서 제시하는 우주 용어들을 활용하여 비유적 문장을 만든 다음 한 편의 시를 창작하시오.
반드시 시 쓰기 3단계를 채워 넣은 다음 쓰시오.
(비유적 문장 예시, 아버지는 아버지만 모르는 카오스다, 할머니에게 초승만 남아 있다, 당신의 몸속엔 빅뱅이 살고 있다,
오늘부터 나의 고독은 무중력이다 등)
- 제시 단어: 블랙홀, 빅뱅, 코스모스, 카오스, 개기일식, 월식, 행성, 위성, 항성, 광년, 외계인. 망원경, 우주 미아, 태양계, 은하계, 초신성, 팽창, 초끈, 상현, 삭, 초승, 만월, 성운, 혜성, 운석, 각종 별 이름, 각종 별자리 이름,
각종 행성 이름, 색깔에 따른 별 이름(예, 푸른 별, 백색 왜성) 등
| 시 쓰기 3단계 적용 |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메시지 분명히 하기 + 내 시만의 장점 찾기) |
|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 찾기 + 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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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확장하기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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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더푸른출판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10.10.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80) 시 쓰기 상상 테마 5 - ⑦ 우주적 이미지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