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에서 게 잡는 법 / 정한용 시창고
사리에서 게 잡는 법 / 정한용
오늘의 주제는 게 잡는 법
손톱 만한 방게라고 우습게 알면 큰 일 납니다
고것도 명색이 게라고 송곳 같은 집게발이 달렸습니다
거기에 물리면 아프죠 피도 나죠 괴롭습니다
자, 안전하고도 손쉽게 게를 잡는 법
잘 기억해 두셨다가
사리 갯벌에 오실 때 써먹어 보십시오.
1. 방게는 작지만 빠르다. 조그만 굴 속으로 들어가면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큰 삽으로 통굴 째 퍼올린 다음, 거꾸로 엎어놓고 주워 담으면 된다.
2. 한 발쯤 되는 끈을 여러 개 엮어서 끝에 오징어 조각을 매단다. 부챗살처럼 펼쳐 갯벌에 늘어놓는다. 아름다운 수평선을 바라보며 잠시 쉰다. 줄을 당기면 게들이 주렁주렁 따라온다.
3. 밀물 들기 전에 갯벌에 주스 병을 묻는다. 주둥이 쪽에 떡밥을 붙여 놓는다. 물이 들거든 사리부둣가 시장을 어슬렁대며 싱싱한 해산물을 구경한다. 물 빠 진 뒤에 다시 그 병을 거두어 온다.
4. 촘촘한 그물을 갯벌에 펼쳐놓고 가장자리에 틈이 생기게 흙을 쌓는다. 소주 한잔 마시고, 건너편 섬 뒤로 지는 해를 감상한다. 그물을 거두어 온다. 자세한 그물 설치법, 문의 바람.
5. 한 마리씩, 그저 잡는 재미를 즐기실 분들을 위하여 : 굴 파내기, 낚싯줄로 꿰어내기, 고무줄 총으로 쏘아 맞추기, 덫을 놓기, 기타 등등. 상세한 정보를 원 하시는 분 연락바람: (0345) 87-0392
그러나,
사리갯벌에는 이제 게가 살지 않습니다.
간척공사 끝나고 물길 막히고
수백 만평, 허옇게 뱃속을 까고 뒤집힌 그곳에
가끔 나문재 풀만이 검붉은 피를 토합니다
그곳은 드디어 빈 곳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지금도 기억을 더듬어
망태를 들고 갯벌로 나서기도 하지만
황량하고 딱딱한 땅
반월 시화공단 연기만 가득합니다
정한용
1958 충북 충주 출생
경희대에서 박사학위
1980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1985 <시운동>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학활동을 시작
저서로 [민족문학 주체논쟁] (1989 편저),[슬픈 산타 페](1994 시집),
[지옥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1995 평론집), [나나 이야기](1999 시집) 등
현재 <정신과 표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편집위원
인터넷 문학동인회 [빈터] 대표
[출처] 사리에서 게 잡는 법 / 정한용|작성자 마경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