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82) 시 쓰기 상상 테마 5 - ⑨ 물 이미지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
시 쓰기 상상 테마 5
네이버블로그/ 49. 상상테마48 - 물 이미지로 상상하며 시 쓰기
⑨ 물 이미지로 상상하며 시 쓰기
@ 물 이미지를 상상에 적용할 때
인간은 사랑 없인 살 수 있어도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만큼 우리에게 물은 생명 연장의 필요조건이다.
잘 알다시피 인간의 몸은 70%가 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물과 함께 동고동락을 하다 죽는다.
이번 장에서는 이토록 친숙한 물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상을 적용한 후 시를 쓰는 연습을 하자.
먼저 물과 관련된 단어들을 나열해보자.
스미다, 휘발되다, 끓어오르다, 젖는다, 웅덩이, 저수지, 호수, 민물, 짠물, 맺히다, 눅눅하다, 넘치다, 고이다,
침몰하다, 꺼내다, 잠기다, 질식, 흐르다, 휘돌아가다, 가라앉다, 물때, 단물, 수온, 얕다, 깊다, 섞다, 식다,
졸아들다, 가습기, 제습기, 수면, 탁하다, 맑다, 우리다, 씻다, 거품, 각종 비의 종류, 얼다, 녹이다, 삼키다, 마시다, 진물, 물집, 방울방울, 졸졸, 멀겋다, 국물, 진하다, 매달려 있다, 흔들리다, 거칠다, 물뱀, 수족관, 욕조, 물사마귀, 양수, 물혹, 번지다, 수위, 육수 등
이 단어들은 너무 익숙하다.
상상이 가미된 발상을 통해 최대한 낯설게 만들어야 한다.
‘저수지엔 목소리가 산다/ 죽은 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산 자의 목소리다/ 매일 싱싱한 그리움을 당신이 빠뜨렸기 때문이다.’
‘눈물은 당신을 떠나고 싶다/ 투명한 감정만을 원하는데/ 심장 속엔 곪아 터진 슬픔만 있다’
‘고독은 쉽게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침몰하는 날보다 부유하는 날들이 더 많다/ 당신이 떠나면서 남겨준/
고독 속을 내내 표류한다’
‘수몰지구에 처음으로 물이 들어온다/ 나무를 떠난 새에게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슬픔은 농도가 짙은 게 아니라/ 수위가 높은 거다’
‘밤이 되면 트라우마 속에서/ 물뱀들이 빠져나왔다’
‘당신 기억 속엔/ 눈물이 너무 많으니/ 당신을 위한 제습기가 필요하다’ 등의 구절들처럼
물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활용해서 대상의 상태를 신선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개별 화자의 구체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상상적 체험을 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만이 발견한 하나의 시적 메시지를 정한 후 밀도 있게 형상화를 진행하면 된다.
필자의 시를 바탕으로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폭포의 노래
물이 얼기 시작한다. 서서히 드러나는 송곳니, 절벽을 물어뜯는다 물의 정신이 실물로 보이고 떨어지는 자세와 올라가는 기분이 섞인다 등뼈를 세우고 있는 전설, 1급수의 생각이 일시정지된다 겨울새들의 울음소리, 득음이 따로 없다 물의 특설 무대, 낭떠러지도 오늘 만은 옆으로 누워 단잠을 취한다. 봄이 올 때까지 영하의 표정을 유지한다 물의 겨울잠, 흐름을 멈추고 고딕체를 실천한다 그러다 태양의 참견이 시작되면 얼음 문장이 녹기 시작한다 후드득후드득 빠져나갈 물의 정신, 여백 속으로 다시 물길이 열릴 거다. 세상에서 가장 생생한 오케스트라를 만날 거다
― 미발표작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 메시지를 분명히 하기+내 시만의 장점 찾기
필자의 경우 영상이나 사진으로 본 얼음 폭포와 현장에서 직접 본 얼음 폭포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그 느낌이 너무나 강렬하고 신선해서 얼음 폭포와 관련된 시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얼음 폭포는 상징처럼 생명력을 품은 채 일시정지되어 있었다.
일시정지 상태에서 필자의 눈에 보이는 것이 폭포의 정신 혹은 의지였다.
그런데 그것은 관념이고 추상이다.
그래서 필자는 폭포에 대한 상상력을 최대한 증폭시키고, 이미지를 동반한 진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얼어있는 물이 절벽을 물어뜯고 있는 송곳니로 보였다.
‘지금―여기’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정신으로만 인식되었다.
그래서 “물의 정신이 실물로 보이고 떨어지는 자세와 올라가는 기분이 섞인다/ 등뼈를 세우고 있는 전설”과 같은 표현이 탄생했다.
물의 강인한 정신이 봄이 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므로 “살아있는 겨울잠”이란 구절도 떠올랐다.
이 시의 메시지는 ‘겨울을 관통하고 있는 강인한 물의 정신’이다.
그것을 더욱 더 생생하게, 극명하게 나타내기 위해 필자는 이미지가 동반된 진술을 끊임없이 구사했다.
<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 찾기+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폭포의 노래」에서 활용된 객관적 상관물은 송곳니, 1급수, 겨울잠이다.
송곳니는 “절벽을 물어뜯는” ‘물의 정신’을 대변하고, 1급수는 물의 순수성을 암시한다.
마지막으로 겨울잠은 “흐름을 멈추고 고딕체를 실천”하면서
“봄이 올 때까지 영하의 표정을 유지”하는 물의 인내심이다.
<3단계> 확장하기 –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이 시에 나타난 상상적 체험은 모두 얼어있는 폭포를 밀착해서 읽어내는 데 쓰였다.
폭포의 강인한 정신과 순질성과 인내심을 의인화라는 상상을 통해 직관적으로 읽어내려고 노력했다.
상상으로 얻어진 표현은 다음과 같다.
“서서히 드러나는 송곳니, 절벽을 물어뜯는다 물의 정신이 실물로 떨어지는 자세와
올라가는 기분이 섞인다 등뼈를 세우고 있는 전설”
“낭떠리지도 오늘 만은 옆으로 누워 단잠을 취한다 봄이 올 때까지 영하의 표정을 유지한다 물의 겨울잠,
흐름을 멈추고 고딕체를 실천한다”
“후드득후드득 빠져나갈 물의 정신”.
의인화 자체가 상상력의 소산이지만 뻔하게 적용하면 식상한 상상으로 그칠 수 있어서
필자는 의인화를 할 때 얼음 이미지와 생체성을 최대한 융합시켰다.
그런 다음 폭포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와 결합시켜 신선한 표현이 되도록 했다.
※ 또 다른 예문 (예문의 내용 기재는 생략함-옮긴이)
· 차유오의 ‘침투 (202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이소연의 ‘테이블’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걷는사람, 2020)
· 신재희의 ‘물 때’ (2020년 평사리 문학대상 시 부문 당선작)
· 김유진의 ‘단단한 물방울’ (201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직접 써 보세요>
* 여기서 제시하는 단어를 바탕으로 시 쓰기 3단계를 채워 넣은 다음 시를 한 편 창작하시오.
낯선 느낌이 충분히 들 수 있도록 창작 전에 이질적인 것들과 물의 이미지를 섞어본 다음 쓰시오.
― 제시 단어: 스미다, 휘발되다, 끓어오르다, 젖는다, 웅덩이, 저수지, 호수, 민물, 짠물, 맺히다, 눅눅하다, 넘치다, 고이다, 침몰하다, 꺼내다, 잠기다, 질식, 흐르다, 휘돌아가다, 가라앉다, 물때, 단물, 수온, 얕다, 깊다, 섞다, 식다, 졸아들다, 가습기, 제습기, 수면, 탁하다, 맑다, 우리다, 씻다, 거품, 각종 비의 종류, 얼다, 녹이다, 삼키다, 마시다, 진물, 물집, 방울방울, 졸졸, 멀겋다, 국물, 진하다, 매달려 있다, 흔들리다, 거칠다, 물뱀, 수족관, 욕조, 물사마귀, 양수, 물혹, 번지다, 수위, 육수 등(이 밖에 새롭게 찾아낸 물과 관련된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를 바탕으로 접근해도 된다.)
| 시 쓰기 3단계 적용 |
1단계 스스로 점검하기 (메시지 분명히 하기 + 내 시만의 장점 찾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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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객관적 상관물(현상) 찾기 + 관찰과 조사 정밀하게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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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확장하기 (상상적 체험을 섬세하게 극적으로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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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더푸른출판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10.16.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82) 시 쓰기 상상 테마 5 - ⑨ 물 이미지로 상상하며 시 쓰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