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히어로
세계명작동화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공주 캐릭터들을 뽑아먹거나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다른 문화권의 설화(뮬란) 또는 고전문학(노틀담의 꼽추, 라이언킹)등을 다루더라도 이 카테고리의 규칙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의 이야기만 다루던 디즈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한 시도들을 꾸준히 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일례로 개봉 당시 신선하다는 평과 드림웍스 짝퉁질이란 얘기를 들었던 릴로&스티치나 나디아 표절작 아니냐는 얘기를 들은 아틀란티스 같은 게 있겠죠.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암흑기라 부를 만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픽사도 인수하고 다양한 인력을 영입하던 디즈니가 와중에 최근 계열사(협업사?) 중 가장 잘 나간다는 마블의 방대한 세계를 장편 애니로 만드는 기획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는 프랜차이즈로서 매력적이었을 테니까요. 다만 이 영화의 개봉 전 논란이 되었던 점은 그렇게 선정된 마블의 원작이 미국과 일본이 합쳐진 가상도시에서 일본인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활약한다는 점이었죠. 작중에 욱일승천기마저 등장한다는 소문까지 겹쳐지면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은 더욱 커졌던 모양이고요. 때문에 스토리 유출을 막기 위한 당연한 조처였음에도 이 영화의 미완성본 블라인드 시사회 관련하여 이런저런 소문도 돌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아니면 아시아 시장을 고루 공략하겠다는 디즈니/마블의 전략인지 한국에서 공개된 빅 히어로6의 국내 홍보에는 미묘한 안배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일단은 영화에 참여한 한국인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마케팅이겠죠. 극중에서의 출연 분량은 적지만 스토리상 큰 역할을 하는 조연 캐릭터 테디의 목소리를 연기한 다니엘 헤니와 디즈니의 아트디렉터인 김상진 씨가 서로 인터뷰를 하는 영상 같은 걸 보면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구나 하는 것이 느껴져요. 더불어 김상진 씨가 개발에 참여했다는 한국인 캐릭터 고고도 살작 홍보에 이용은 하는데.. 사실 헐리웃의 동양 여성에 대한 왜곡된 전형성이 이식된 캐릭터에 (쿨한 동양여성 캐릭터라면 브릿지 정도는 필수?) 이름도 국적불명이라 이 부분은 그다지 효과적이진 않네요. (왠지 풀네임이 고고 유바리 일 것 같은) 차라리 이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한 역시나 한국계 배우 제이미 정을 내세우는 쪽이 나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보다 더욱 도드라지는 것은 주연 캐릭터의 이름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히로와 그의 형이자 다니엘 헤니가 연기한 테디 아르마다 형제는 사실 일본인 캐릭터입니다. IMDB를 확인해보면 아시겠지만 원래는 히로/타다시 하마다 형제에요. 하지만 국내 홍보자료나 더빙판에선 히로/테디 아르마다로 바뀌어 있지요. 흔히 말하는 왜색을 빼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 뭐하나요... 영화를 보면 곳곳에 일본 문화를 차용한 디자인들이 넘쳐나서 눈가리고 아웅인 것을. 그보다 욱일승천기 같은 경우야 이해를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국산 애니도 아닌 헐리웃 애니메이션의 왜색을 지적하는 태도도 해괴하긴 합니다만.
스토리는 로봇 격투 도박으로 돈벌이 하려는 질풍노도의 청춘인 주인공 히로와 그의 천재성이 아깝기만한 형 테디로부터 시작합니다. 동생에 대한 걱정으로 형은 히로를 자신의 대학 연구실로 안내하게 됩니다. 눈돌아가는 최신 기술의 시험장인 연구실 광경에 한눈에 반해버린 히로는 연구실에 들어오기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이 과정에서 개인 연구과제로 선정한 나노로봇 집합체 기술로 결국 입학허가를 받게 되죠. 하지만 바로 그날 불의의 사고로 형인 테디가 사망하고 그가 남긴 마지막 연구성과인 의료용 로봇 베이맥스에게 히로는 애정을 쏟게 됩니다. 그러는 와중에 자신이 개발한 나노로봇 기술이 누군가에 의해 비밀리에 복제되고 있고 그것이 형의 죽음과도 관련 있음을 알게되고 사고를 위장한 진범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히로는 연구소 동료들과 함께 6인팟(응?)을 짜서 전대물 흉내를 내기 시작하게 됩니다.
역시나 돈 많고 경험 많은 데다가 마블이라는 소스까지 있는 덕에 영상과 캐릭터의 설정 등 볼거리로 충만합니다. 일본 전대물의 단순한 색놀이가 아닌 저마다 자신이 연구하던 과제를 활용한 개인기술을 가지고 있고 개개인의 성격도 너드적 특성을 잘 활용한 여섯 멤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게다가 나노로봇이란 설정의 비쥬얼 구현과 액션에서의 활용도 멋집니다.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도 디즈니 답게 빤히 예측되는 감정선과 기본 라인이 잡혀 있긴 하지만 나름의 미스테리와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흥미로웠습니다. 작년의 대히트작 얼음왕국이 전통적인 디즈니 색체가 강했다면 이 영화는 픽사의 향취가 많이 느껴졌어요.
비행로봇, 나노로봇 등을 활용한 액션 장면은 3D 애니메이션이란 기술적 특성을 백분 활용하고 있는데요. 특히나 도시 구획 전체를 만들었다는 비행 장면의 입체감과 현장감은 상당합니다. 3D 아이맥스 상영이 있던데 거기에서 본다면 정말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일 것 같더군요. 그리고 SF적 설정들도 멋졌어요. 특히나 공간이동 장치에 관련한 설정과 이것을 이야기에 녹여내는 부분이 저는 좋았습니다.
디즈니-마블의 콜라보는 성공적이라 보여집니다. 아마도 앞으로 이런 식의 조합을 가진 애니메이션을 종종 접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요즘 마블은 정말 손만 대면 다 잘되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첫댓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거 꼭 봐야겠다능~^^
이모와 칼라한의 잣잣으로 인한 히로의 빠른 입학 추진?
으악!... 여기 피하고 싶었던 무언가가 적혀있군요...
잘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리뷰를 보니 훨씬 이해가 잘 되는군요..이번주 방송이 기대되는군요..
저도 일본 냄새 많은 건 불편했네요 ㅎ 어쩔수없어요. 미쿡 애니매이션에 일본 자본 영향이 많은 건 사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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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바뀌었더라구요 한국판에서만
@Jay1105 어떤 이름이요?? 궁금해라
@아조 테디는 '타다시'였고 그 외에도 이름이 많이 바뀌었대요
음 제가 불편한 건 일본색채가 많이 나서라기 보다 그것 때문에 우리에게 디즈니라고 하면 익숙한 영문이름으로 아시안 캐릭들 이름을 붙인 것, 그리고 한국에서만 그렇게 했다는 것 뭐 등등요..
@Jay1105 그렇군요~ 급생각난게 주인공 이름은 히로(일어로 0 또는 당구할때 실수를 의미한다는..)도 은근히 거슬렸네요 ㅎ
로맨틱 성공적? 영화 리뷰 보니 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