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고맙습니다. 아침마다 텃밭에서 일을 하다보면 흙냄새 풀냄새 생명의 기운 가득한 대지의 생명들을 만납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자연의 모습은 때때로 크고 작은 불안과 의심속에서 흔들리는 저의 마음을 다잡게 합니다.
너는 왜 이렇게 작냐고 왜 열매가 고만큼이냐고 누구도 누구에게 뭐라하지 않고 심지어 자신 스스로도 탓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품으며 함께 살아가는 자연은 정말이지 닮고 싶은 대동세상입니다.
평생을 살아도 있는 자리를 오염시키지 않고 열매를 고집하지 않고 스스로 쌓아두지 않으며 아주 쓸모없어 보이는 들풀들에게 조차도 자리 한 켠을 내주는 자연처럼 겸손하고 소박하며 자족하게 하옵소서.
하나님 고맙습니다.
서로 몰랐던 저희들이지만 당신의 사랑 안에서 만나 한 몸 한 사랑 이루며 살아가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때때로 불의한 현실 앞에선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마음 졸이며 안타까워하며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마음으로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말만 앞서는 게 아니라 행동하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일에 혼 심을 다하는 신앙의 동지들을 주심에 고맙습니다.
우리는 참 다릅니다. 성격도 다양하고 기질도 다양하고 말하는 법도 느끼는 법도 자신을 표현하는 법도 참 다릅니다. 서로의 다름을 차별하지 않고 서로의 결에 따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따스한 시선으로 품어가려고 하는 맘을 우리는 이 공동체 안에서 느낍니다. 나이나 삶의 처지에 안주하지 않고 함께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은 서로 서로를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하나님 이 또한 감사합니다.
때로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때로는 사랑하는 이들의 통증 속에서 때로는 자기 한계와 자기 절망 속에서 때로는 고집과 아집에 갇혀있는 자신 안에서 때로는 예기지 않는 질병과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난가운데서 우리는 때때로 위기에 처하고 고통가운데 살아갑니다. 그때마다 홀로 두지 않으시고 함께 위로하고 격려하며 따뜻하게 손잡게 하시니 이 또한 감사합니다.
예배를 위해 공동체 밥상을 위해 자라나는 세대를 양육하기 위해 공동체적 삶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신비를 위해 온 힘을 기울여 애쓰고 수고하는 손길들을 통해 우리는 날마다 일신우일신 하며 살아갑니다. 오늘도 영육 간에 따순 밥 먹고 힘내 삶을 야만화시키는 폭력과 맞서며 생명을 품고 자연을 품고 이 땅에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저마다의 일상에서 대동세상 일구어가는 귀한 예수님의 사람, 자랑스런 동녘인들이 되게 인도해 주옵소서.
늘 우리보다 앞서 가셔서 길이 되시고 스승 되시고 너른 품이 되어 주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