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83) 시 쓰기 상상 테마 5 - ⑩ 그밖에 활용할 만한 상상 테마/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
시 쓰기 상상 테마 5
네이버블로그/ 50. 상상테마49 - 그밖에 활용할 만한 상상 테마
⑩ 그밖에 활용할 만한 상상 테마
㉮ 인유의 방법을 활용해 상상하며 시 쓰기
「비유적 상상력으로 시 쓰기」의 장에서 이미 ‘비유를 바탕으로 한 상상력 펼치기’를 해 보았다.
그리고 수많은 장에서 비유적 상상력으로 접근한 예시를 살펴보았다.
그럼에도 이번 장에 「인유의 방법을 활용해 상상하며 시 쓰기」 방법을 추가로 제시한 이유는
인유적 상상력을 잘 발휘하면 신선하고 매력적인 시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인유는 보조관념인 예시 상황을 끌어다가 원관념을 비유하는 방법이다.
A상황(보조관념)이 B상황(원관념)과 유사할 때 인유적 상상력을 활용하면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인유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인용한 예시가 시에 활력을 불러넣어 주지 못하고
단순한 정보 제공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 자체가 시를 지배하거나 정서를 옭아매면 문제가 된다.
그러니 보조관념에 해당하는 예시 상황을 꼭 필요한 핵심 부분만 짧게 끌어와야 한다.
인유된 정보가 필요한 정보 제공을 넘어 자신의 영역을 넓힌다면 인유의 효과가 곧바로 반감되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비교 대상으로 인유를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
단순성에서 벗어나 인용의 상황이 화자 자신의 간절한 내면이나 속성과 맞물려 확장되게 만들어야 한다.
인용은 최소로 하고,
화자의 내적 속성이나 정서를 과감하게 시에 접목시켜 신선한 인유를 발휘하도록 하자.
인유를 활용하려면 평소에 잘 읽고 잘 보고 잘 듣는 습관이 들어 있어야 한다.
독서를 하거나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거나 할 때
인간의 본질과 근원성을 암시할 수 있는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런 다음 연상 작용을 통해 비유를 펼쳐야 한다.
만약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다고 치자.
그 부족은 독특하게 돌 신앙을 500년 동안 가지고 있었다고 치자.
그 마을에 떨어진 돌에서 최초의 조상이 태어났다고 믿는 상황이라고 치자.
돌이 갖는 의미가 나만의 시선에 잡혔다면,
현실 세계에서 유사한 개별 상황을 찾아 비유해야 한다.
아프리카의 ‘돌 신앙’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서 ‘최초’의 의미를 강조한 후,
나의 최초를 품은 일기장과 비유하는 건 어떨까?
나에게 태어난 최초의 트라우마와 비유하는 건 어떨까?
그런 발상으로 접근한다면 인유의 방법을 활용해 상상을 펼칠 수 있다.
예시 작품: 「발코니의 시간」(박은영,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후일담」(정한용, 『거짓말의 탄생』, 문학동네, 2015), 「통증」(고영민, 『사슴공원에서』, 창비, 2012),
「녹은 이후」(이영주,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문학과지성사, 2019)
㉯ 종교적 요소를 활용해 상상하며 시 쓰기
종교적 요소를 활용해 상상하며 시를 쓸 땐 종교 자체를 말할 필요가 없다.
이미 많은 분들이 종교적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을 글로 또는 시로 잘 썼기 때문이다.
(종교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것이 써질 확률이 거의 없는 종교적 사유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없다.
그러니 활용 차원에서 종교적 요소나 단어를 바라봐야 한다.
먼저 종교와 관련된 단어를 나열해 보자. 이단, 포교, 신생, 사탄, 악마, 천사, 성자, 성인, 영생, 재림, 부활, 해탈, 죄의식, 회개, 은총, 은혜, 원죄, 종파, 배교, 경전, 참선, 세례, 간증, 탁발, 108배, 목탁, 게송, 각종 건물,
각종 부처와 보살, 묵주, 십자가, 죽비, 설교, 설법, 찬송가, 찬불가, 미사포, 성물, 성불 등을 적었다면
이제 그 요소들을 예기치 못한 것과 섞어보자.
“내 고독은 처음부터 이단이다/ 자꾸 기형적인 생각을 머릿속에 심어놓는다”
“어둠에게 태양은 사탄일까 은총일까/ 어둠이 죽고 사라진 자리에/ 지렁이 한 마리 메말라 있다”
“ 숲에서조차 해탈을 만나긴 어려웠다/ 매일매일 욕심 없이/ 자라고 피고 시든 줄 알았는데/
전부 욕망의 뿌리를 깊이 숨기고 있었다”
“슬픔이 하는 간증을 화분이 듣고 있다/ 그런데도 화려한 꽃을 피운다/ 꽃에게 부끄러움을 매번 들킨 거다”와 같은 구절이 탄생할 것이다.
이와 같은 구절을 바탕으로 자신만이 표현하고자 하는 시적 메시지를 향해서 시가 뻗어나간다면
좋은 시를 만나게 된다.
그래도 꼭 깨달음의 상황을 쓰고 싶다면 익숙한 장면이나 상황,
사물이 아닌 것에서 깨달음의 문양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콘크리트 벽 속에 부처가 산다”
“ 피 흘리고 있는 예수가/ 십자가에서 내려와/ 자꾸 성경책을 찢는다”
“어머니가 악마로 보이고/ 아버지가 천사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만 빼고 전부 참선을 잘한다/ 집들과 나무와 꽃들과 풀들이/ 하루 종일 욕심 없이 제자리를 지킨다”와 같이 깨달음의 문양을 예기치 못한 것에서 발견하게 되면 신선한 시에 근접할 수 있다.
예시 작품: 〈국민일보〉 신앙시 신춘문예 당선작과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찾아보기
<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하린, 더푸른출판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10.19.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83) 시 쓰기 상상 테마 5 - ⑩ 그밖에 활용할 만한 상상 테마/ 중앙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하린|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