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다 / 윤성택 시창고
꽃이 피다 /윤성택
1.
공사장 모퉁이 플라타너스가 표지판으로 아랫몸을 가리고
서 있다. 인부는 어디로 갔는지 퍼런 철근들이 저희끼리 묶
여 있다. 간간이 잡초들만 바람을 불러모아 수근거릴 뿐,
계절을 문신한 잎새 하나 후미진 골목에서 뛰어오다 멈춰
선다. 늙은 전신주가 제 힘줄로 끌어 모은 낮은 집들 너머,
잠시 정전이 되는 하늘에는 길을 서두르는 먹구름이 송신
탑에 걸려 있다.
2.
전기 스토브가 덜 마른 속옷에게 낯빛을 붉힌다. 형광등이
한낮을 키우며 시들지 않는 것들을 읽어낸다. 두통에 시달
리다보면 꽉 잠가지지 않는 수돗물이 웅크려 떨어지고, 거
리를 배회하던 빗소리 굵어진다. 몇 알의 감기약 삼키자 빗
물이 휘청휘청 진눈깨비로 주저앉는다. 미술학원 창가, 젖
은 스케치북 밑그림 밖으로 봄꽃들이 번져 나온다.
스위치를 내리면 발끝까지 환하게 불이 들어올 것만 같아,
유폐된 이 공간, 숲으로 가득 차 나뭇잎마다 뚝뚝 빛을 튕겨
낼 것만 같아, 온몸에 열꽃 만발한 밤, 창가 성에를 지우며
산수유나무 붉은 알전구 반짝이고.
『문학사상』(2001년 12월호)
[출처] 꽃이 피다 / 윤성택|작성자 마경덕
[출처] 꽃이 피다 / 윤성택|작성자 마경덕
이 시는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아름다움과 자연의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공사장 모퉁이의 플라타너스 나무와 철근, 잡초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도시 속 자연의 존재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먹구름이 송신탑에 걸린 모습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전기 스토브와 형광등, 두통과 감기약, 빗소리와 진눈깨비 등 일상적인 사물과
상황들을 통해 실내와 외부의 대비를 보여줍니다.
미술학원 창가에서 봄꽃들이 번져 나오는 모습은 새로운 시작과 생명의 탄생을 상징합니다.
이 시를 통해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아름다움과 자연의 변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이 시를 읽고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