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87) 시 합평의 실제 5 - ④ 박득희의 ‘살아보니’/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5
네이버블로그/ 살아보니 알겠다
④ 박득희의 ‘살아보니’
<원작>
살아보니/ 박득희
살아보니 아무것도 아니더이다
왜 그리 고집을 부렸는지
생각을 해봐도 나지 않더이다
살아보니 부족한 것 알겠더이다
가지려고 손 내밀어도
내 몫이 아님을 이제야 알겠더이다
살아보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더이다
삶 속에 일어난 일 거기서 거기인 것을
왜 그리 집착하였는지 아무 생각도 안 나더이다
<합평작>
살아보니/ 박득희
살아보니 아무것도 아니더이다
왜 그리 고집을 부렸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생각나지 않더이다
살아보니 부족한 것 알겠더이다
가지려고 손 내밀어도
내 몫이 아님을 이제야 알겠더이다
살아보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더이다
삶 속에서 일어난 일, 거기서 거기인 것을
왜 그리 집착했는지 아무 생각이 안 나더이다
<시작노트>
삶의 길은 바빠야 한다고
어느 분이 말씀하셨지만
나이 들수록 더 바빠져서
꼭 해야 할 일, 만나야 될 사람을
못 만나고 있습니다.
장맛비가 심하게 내립니다.
감기 조심하시길 빕니다.
<합평노트>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무리 없는 형상화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연과 연을 합쳤을 뿐 수정한 곳은 거의 없습니다.
시를 읽다 보면 삶을 달관한 사람의 노래처럼 느껴집니다.
조선시대 자연을 벗 삼아 강호가도(江湖歌道)를 즐기던 사대부들이 초연한 삶을 노래하던 작품 같습니다.
이런 작품에는 가시가 없고, 내적 이미지가 몽돌처럼 둥글둥글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시는 좀 못되고,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어린아이, 엄살쟁이 같아야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다시 말해, 가시가 있어야 찔린 상처에서 핏빛어린 눈망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여튼, 성숙하면 좀 모자라라, 모자라면 성숙해져라 하면서 변덕을 부리는 것이 시인 듯합니다.
네모인가 하면 세모이고, 세모인가 하면 동그라미인 시는 알 듯 하다가도 모를 무한대의 생명체입니다.
이 변득쟁이를 잘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 비위 맞추기가 어려우니 큰일입니다.
바로 여기에 시인들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습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2.23.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87) 시 합평의 실제 5 - ④ 박득희의 ‘살아보니’/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