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88) 시 합평의 실제 5 - ⑤ 문정석의 ‘기생초꽃’/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5
네이버블로그/ 기생초 꽃
⑤ 문정석의 ‘기생초꽃’
<원작>
기생초꽃/ 문정석
강태공은 시간과 눈싸움하고 해오라기는 물고기와 달리기 시합을 하는 오후
갓 볶아낸 원두커피처럼
달구어진 햇살이 따갑다
결 고운 꽃잎은 바람을 맞이하고
흔들리는 꽃대는 미소의 바다
보리개떡에 박힌 완두콩처럼
자줏빛 눈망울이 선명한 너,
꽃말에 비해
이름이 거시기하다
<합평작>
기생초꽃/ 문정석
강태공이 시간과 눈싸움하고
해오라기는 물고기와 달리기하는 오후
갓 볶아낸 원두커피처럼 햇살이 따갑다
보리개떡에 박힌 완두콩처럼
자줏빛 눈망울이 선명한
여자,
결 고운 입술이
파르르 흔들린다.
<시작노트>
노란색과 자주색으로
분칠하고 피어 있는 기생초가 예뻐서
꽃말을 찾아보니 ‘다정다감한 그대의 마음,
간절한 기쁨, 추억’ 등이었습니다.
바람 불면 다소곳이 미소 지으며
고개 숙이는 꽃대가 하도 아름다워서
표현해보았는데 많이 부족합니다.
<합평노트>
제1연은
좀 수정하여 두 행으로 나눕니다.
제2연은
“달구어진”이라는 어휘를 삭제하고 “갓 볶아낸 원두커피처럼 햇살이 따갑다”라고,
한 행으로 함축합니다.
제3연은
“결 고운 입술이/ 파르르 흔들린다.”라고 수정하여 마지막 연으로 배치합니다.
제4연의
“너”라는 어휘는 제목 ‘기생초꽃’을 암시할 수 있는 “여자”로 바꾸면서 강조하기 위해 독립된 행으로 처리합니다.
마지막 연의 “꽃말에 비해/ 이름이 거시기하다”라는 표현은
시를 진부하게 만드는 부연설명이기 때문에 삭제합니다.
합평작을 천천히 음미해보세요.
낚시꾼이 앉아 있는 호숫가의 오후,
“보리개떡에 박힌 완두콩처럼/ 자줏빛 눈망울이 선명한/여자”의
입술이 파르르 흔들리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 이것은 시론이 요구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11. 9.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88) 시 합평의 실제 5 - ⑤ 문정석의 ‘기생초꽃’/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