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490) 시 합평의 실제 5 - ⑦ 이환홍의 ‘내로남불’/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5
티스토리/ ‘내로남불’ 탈출법
⑦ 이환홍의 ‘내로남불’
<원작>
내로남불/ 이환홍
같은 것을 보는데 이편은 검다고
저편은 희다고 한다
같은 것을 그리는데 이편은 둥글게
저편은 모나게 그린다
같은 조건인데 저번에는 되고
이번에는 안 된다
같은 경우인데 이전에는 옳고
지금은 옳지 않다
물은 맞서질 않는데
핏대를 세우며 막는다
담벼락 무너지면
로맨스 이뤄지려나
<합평작>
내로남불/ 이환홍
이편은 검다고 하고 저편은 희다고 한다
이편은 둥글게 그리고 저편은 모나게 그린다
저번에는 되고 이번에는 안 된다고 한다
이전에는 옳았지만 지금은 옳지 않다
물은 맞서려고 하지 않는데
핏대를 세우며 막는다
<시작노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편협한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피해의식 속에서 버둥거리는 세태가 안타깝습니다.
역지사지하는 가운데
주거니 받거니 화평을 누리는
훈훈한 세상이 펼쳐지기를 꿈꾸어 봅니다.
<합평노트>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입니다.
모든 현상을 역지사지로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생각할 때 ‘내로남불’이 될 것입니다.
제1, 2연에서
‘같은 것을 보는데“라는 표현과 ”같은 것을 그리는데“, ”같은 조건인데“, ’같은 경우인데”라는 표현은 삭제하고,
“이편은 검다고 하고 저편은 희다고 한다/ 이편은 둥글게 그리고 저편은 모나게 그린다/
저번에는 되고 이번에는 안 된다고 한다/ 이전에는 옳았지만 지금은 옳지 않다”라는 구절로 수정합니다.
그럼으로써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식상한 느낌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연의 “담벼락 무너지면/ 로맨스 이뤄지려나”라는 표현도 삭제합니다.
이 연은 시인의 주관이 어설프게 도입된 경우입니다.
이 연을 삭제하고 합평작처럼 마무리하면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심한 듯, 상황만 제시함으로써 이후의 상상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입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11.15.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90) 시 합평의 실제 5 - ⑦ 이환홍의 ‘내로남불’/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