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미치지 못한 사모(思慕)도 속된 업보(業報)
살아 한 되는 목숨 오늘 가도 그만인데
눈 감고 못 거둘 숨결 풀어 피는 목련꽃.
숨 닿을 거리 밖에 돌아누운 어둔 산맥
넘나드는 바람결에 억새꽃은 길로 자라도
해마다 눈뜨는 향수 더해 가는 나이테.
이리 성하지 못한 연대(年代)에 발을 짚어
새벽 연봉(連峰)에 무지개로 올릴 기약
한 하늘 원통한 강산 숨어지는 목련꽃.
박재두 시인(1936~ 2004)은 통영 섬인 사량도에서 태어났다. 그는 미술선생이었고 나중에 시조시인 아천(我川) 최재호 선생의 배려로 삼현여중 교장으로 봉직하기도 하였다. 그는 그림도 일품이었고 시조도 뛰어났다. 그의 작품 중에는 '꽃의 묵시'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를 소개하면 이렇다. '눈부신 햇살을 골라 비단 실로 가려도 / 선잠 깬 눈물 위에 멀리 앓듯 얼비치어 / 전신엔 가려운 버짐 구름 일듯 피었다.// 바늘끝 쑤시는 아픔 가슴 골을 파고들어 / 층계마다 불 지른 노래 한 채 탑이 쌓이는데 / 귀먹고 눈먼 사내야 하마 말문 터지나.'
앞의 '목련'은 우리 강산이 목련 봉오리 같이 피어나야 함에도 그러질 못하여 한 되는 세월만 쌓여가고 산맥은 돌아누워 신음하기 때문에 목련꽃조차도 맥 없이 피었다 지고 만다는 뜻인 것 같다. 그가 그린 동양화는 화조(花鳥)가 중심이었다. 그의 그림이 그러하듯 그는 꽃을 통해 세상 이치를 밝히는 시조를 많이 남겼다. 임종찬·시조시인·부산대 국문과 교수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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