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 토요일, 강사연수가 있었지요.
'어린이문학의 뿌리, 엣이야기를 살피다' 주제처럼 옛이야기를 중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일박이 아닌 하루 일정이라 다소 빡빡하고 느긋하게 뒤풀이 즐길 여유도 없어 아쉽기도 했어요.
마리스타 강당이 전국에서 모인 100여 명 강사와 예비강사들로 꽉 찼답니다.
정혜숙 교육국장의 기조발제 '강사모임의 변화와 과제' 로 연수 문을 열었습니다.
어떠한 변화와 탐구를 하고 있는지 지부 단위에 미리 질문 조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강사모임의 현재 모습과 과제,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는데요.
지부별로 고민하는 것, 새롭게 바꾸고 채우는 노력들이 자료집 안에 잘 담겨있어요.
지금까지도 그러했지만 돌아가서도 강사 개인적으로 또 지부 단위로 끊임없이 할일이 많겠어요.
점심을 먹고 나서 각편 읽고 들려주기 모둠 토론을 할 건데요
연구실 옛이야기 연구자들, 지역 옛이야기 강사들은 미리 모여 모둠 토론 진행 방식과 의미를 전달받았어요.
전국 강사들은 접수하면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녹두 영감' 두 각편 중 맛보고 싶은 하나를 선택했는데
이 도우미들을 중심으로 대여섯 명이 한 모둠이 되어 각편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 전에 잠깐 경남지부 석선옥 회원에게 정보화 시대에 우리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골아파도 익혀야 할 SNS (트위터, 페이스북...) 설명을 들었어요.
이번에 우리 홈페이지를 새단장하고 우리 단체를 알리고 활동 영역을 넓히려고 합니다.
우리끼리만 알고 우리만 움직이지 말고 함께 할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야겠지요.
세상은 넓고 우리 회원이 아니어도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이해하고 도울 사람들도 많을테니까요.
그래서 지금 홈페이지에 올리는 자료를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널리 퍼져나가도록 해놓았습니다.
회원들도 그런 일에 적극 참여하라는 거지요.
지금 이 부분에 뛰어난 감각과 능력을 갖춰 운영자로 일하는 분은 경남지부 석선옥 회원과 제주 지부 류건영 이사,
아직 익숙치 않지만 스마트폰을 새로 사서 열심히 배우고 익히는 최은희 사무국장, 이 세 사람입니다.
이제 강당이나 방, 바깥으로 흩어져 모둠별로 각편 읽고 들려주기 시간을 가집니다.
이 모둠은 강당 옆 등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는데 처음 그림은 좋았으나 곧 냉방기 소리와 열기를 견디기 어려워
바람 잘 통하는 건물 뒷편으로 자리를 옮기고( 실은 화장실 뒤쪽인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야기 흥에 겨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결국 이웃 주택가에서 뭔일인지 내다보기도 했다는...
강당 앞 로비에 자리 잡은 이 모둠은 녹두 영감 이야기를 골랐는데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목이라 어수선한데도
흔들리지 않고 모임에 집중합니다.
이야기마다 다섯 편의 각편을 골라 다양하게 맛보며 견주도록 했는데
녹두영감 각편 자료 1- 경북 명호면 정익원(60세)이 들려준 이야기에서 잘 이해가 안가는 이상한 대목이 있지요.
녹디(녹두) 첨지가 녹디를 숨거놓고 지키다이께네 아이를 보고 창렬이 날 보다 더 하껜데.
토끼가 녹디를 자꾸 뜯어 먹는다 말에, 그래 한 눔 잡아이 된다고,
요기서 밑줄 친 부분은 본래 이야기가 아니라 이분이 이야기 시작하면서 좀 숙쓰럽기도 하니께
아이를 보며 "창렬이가 나보다 더 잘할텐데" 말하시는 거지요.
강당 안에는 여러 모둠이 흩어져 앉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요.
찍사가 다가가도 의식하지 않거나, 않는 척 공부만 합니다.
여기도...
요기도...
또 요기도... 모두 즐겁습니다.
살짝 진지해 보이는 모둠도 있습니다.
머루나무 밑에 자리잡은 이 모둠은 공부 잘 할 듯 테이블 셋팅이 훌륭하군요,
게다가 전남지부 김형애 회원은 모범회원답게 여러 각편을 미리 읽고 자기만의 각편을 만들어 와 들려주기도 했답니다.
한이는 엄마 품에 안겨 꿈나라 가고, 엄마는 이야기 나라에 있고
모둠이 많아 찍사는 한 바퀴 도는 동안 돌아버립니다.
빠진 모둠, 빠진 사람 없이 골고루 잘 담아야하는데 말임다.
그 고충을 아는지 마는지 빛 잘 안드는 구석에 앉아 이야기만 나누는 모둠.
독방이라고 다들 벽에 붙어 편히 있다가
사진찍기 좋게 둘러앉으라는 말에 순순히 장면 연출을 해 준 모둠.
너무나 느긋하여 찍사도 포기한 모둠.
이렇게 위로 아래로 한바퀴 돌다 보니 어느새 모둠토론 시간이 끝났지요.
옛이야기 매력을 전국적으로 느껴 볼 행복한 시간이었던 걸로 압니다.
이제 다시 모여 옛이야기와 관련한 발표문을 살펴 볼 시간입니다.
연수 자료집에 모두 여섯 편의 발표문과 현대 각편 자료가 들어있는데
시간 관계상 오늘은 그 중 몇 가지만 앞에 나와 이야기 하고
나머지는 글로 대신 했습니다.
연구실에서 오래동안 옛이야기 공부를 한 회원들의 자기 경험과 고민이 녹아 있는 좋은 참고 자료입니다.
강사 아닌 분들 서운하지 않게 제목만이라도 알려드리자면
<각편 읽고 느끼기>, <각편을 만난 후 더 재밌어진 옛이야기>, <글로 쓴 옛이야기 살펴보기>,
<옛이야기 들려주기(구술 상황)>, <옛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이들에게 배운 것>,
<어린이, 옛이야기, 어린이문학> 들 입니다.
그 중 하나, 오호선 회원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아이들한테 배운 것>을 발표합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며 배우고 깨치는 것은 오호선 회원의 마음이 열려 있어 그렇겠지요.
웃음보도 열려 있는 것 같지만요.
그냥 아이들은 그런거라고 넘어가지 않고 아이들을 믿고 아이들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눈빛과 움직임을 이해하며
아이라는 맑은 거울이 비추는 우리 모습을 되새기며 아이들 편이어야겠지요.
그치? 한이야!
이번에는 여을환 사무총장이 나와서 <어린이, 옛이야기, 어린이문학> 주제 발표를 합니다.
어린이를 이해하고 어린이문학을 하는데 옛이야기 공부가 도움이 되었다며 옛이야기의 특별함을 말합니다.
옛이야기를 만나는 것은 듣기에서 출발한다. 책은 고정된 언어지만 이야기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모두의 것이다.
옛이야기의 의미를 따지면서 생명력을 잃어버리거나 해석하지말자.
이야기는 청중(독자)의 공감과 참여 없이 나아가지 못하고 어린이문학 역시 그것을 잊지말아야한다...
다들 알만큼 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무르익어 우리 안에서 흐트러지지 않고 가닥을 잡아가긴 쉽지 않은 이야기지요.
이번 강사연수는 즐거운 중에도 두고두고 생각해 볼 것이 많은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구경꾼인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이번 강사 연수에 도움을 준 발표자들이 나와 잠시 질의응답과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간이 많지않아 충분히 이야기를 펼치긴 어려웠지만 오늘 경험하고 느낀 것을 앞으로 차곡차곡 다져나가야지요.
이렇게 강사연수를 마쳤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지부 강사들끼리 저녁도 먹고 간단하게 연수 평가도 하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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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에 열린 이사회는 이번에도 뜨거운 논의로 밤새 만리장성을 쌓듯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