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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사물이나 사건을 두고서, 그 원인이나 평가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들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가 있다. 과거 자연과학의 특징으로 문제에 대한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하지만 현재의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하나의 정답’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고, 그에 따라 기존의 가설들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다만 현재의 수준에서 찾을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라고 말할 뿐이다. 그동안 과학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놓인 문제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학창시절에는 과학 과목에 대해 큰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대체로 주어진 공식을 암기하여 문제를 풀고, 특정 지식에 대해 암기한 것을 확인하는 식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하긴 시험을 봐야 한다면 아무리 재미있는 과목이라 할지라도 지겹게 여겨지며, 시험에서 해방되는 순간 그 과목과는 멀어지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시험이라는 부담이 없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자연과학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 책들이 점점 흥미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문학을 전공하면서 그동안 자연과학과는 오랜 시간 동안 멀어져 있었지만, 우주와 지구의 생성 과정으로부터 생명의 비밀을 논하는 자연과학의 다양한 주제들을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 그 내용들이 생각보다 쉽게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최근 자연과학에 대한 주제들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다루는 글들이 점점 많아지고, 그로 인해서 나 역시 자연과학에 관한 주제들에 대해 호기심이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것도 자연과학자와 인문학자가 공동으로 작업한 결과물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특정한 주제에 대해 각자의 논지에 따라 설명하고 있는 방식이나, 논의의 대상이 상식적인 차원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모두 21개의 항목이 다뤄지고 있는데, 예컨대 커피숍의 대명사인 ‘스타벅스’나 애플사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 등 시사적인 문제에서부터 ‘몰래카메라’나 ‘유재석’과 같은 예능에 관한 관심에 이르기까지, 다루는 내용이나 주제들이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두 사람의 글이 인문학과 자연과학적 특성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으나. 오히려 개인적인 특성이 더 짙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더 적실한 표현일 것이다. 또한 어떤 주제들에 관해서는 접근 방식은 서로 달랐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은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읽혀지기도 했다. 예컨대 이른바 명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브랜드 ‘프라다’에 관해서 진중권은 CEO의 좌파적 성향을 통해서 접근하였지만, 정재승은 명품에 관한 사람들의 기호와 뇌과학적인 지식을 접목시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소재들을 브랜드 전략으로 명품으로 탈바꿈시킨 그들의 브랜드 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 밖의 다른 주제들에 대한 접근도 두 사람의 개성적인 측면이 도드라지게 나타나지만, 결국 논의의 결말에서는 상당 부분 그 의미가 상통한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다만 출간된 지 10여 년이 지나서 접하다 보니,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주제들도 적지 않았다. 예컨대 최근 방송국마다 메인 뉴스를 차별화하면서 더 이상 ‘9시뉴스’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개그콘서트’ 항목의 설명에서는 타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모조리 사라져 버린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이 그 예라 하겠다. 이밖에도 가상공간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꾸미는 ‘세컨드 라이프’ 역시 철지난 주제들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일본 공상만화인 ‘20세기 소년’에 관한 내용은 저자들의 개인적인 관심사가 짙게 반영된 주제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주제어에 관해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서술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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