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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면서, 직접 마주하는 풍경들! 떠올리기만 해도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꿈을 꾸고 있지만, 실천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오래 전에 자전거 여행을 실천하고, 그 소회를 담은 두 권의 에세이집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은 과거에 출간했던 두 권의 저서를 묶어 출판사를 옮겨 재출간한 것이라 한다. 저자의 나이도 이제 칠순이 넘었으니, 다시 이러한 기회를 갖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 책은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여수 돌산도 향일함’으로부터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보았던 풍경들과 만났던 이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으며, 특정 장소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들을 함께 제시해 놓고 있어, 여행 관련 책이라는 느낌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나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지라, 저자가 소개하는 곳의 상당 지역은 한번쯤 방문을 했던 곳이었다. 물론 그 지역에서 마주친 모습들은, 저자의 시선과는 다른 나만의 기억에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기억에 담긴 장소를 설명할 때면, 저자의 글과는 다른 나만의 추억에 잠길 수가 있었던 것이다.
자전거 여행은 분명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해서 하는 여행과는 다른 묘미가 있을 것이다. 자전거의 속도에 맞추어 주변을 완상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마음이 드는 곳에서 멈출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 역시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고, 논과 밭에서 일하는 분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곳곳에서 마주치는 작은 마을의 골목골목을 돌아볼 수 있어, 사람들의 삶을 몸으로 느껴볼 수도 있었던 것이다. 비록 자전거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실천에 옮길 수 없을 터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돌아본 지역을 한번쯤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 중의 하나는 주말이면 항상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 그가 자전거를 즐기는 첫 번째 이유는 운동 즉 건강 때문이라고 한다. 주말에 자전거를 즐기고 간혹 월요일에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자신이 주말에 돌아본 지역을 앱을 통해서 보여주곤 한다. 간혹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내려서 사진을 찍으면, 앱을 통해 돌아본 곳의 지도가 표시되면서 중간중간 찍어서 저장했던 사진도 함께 보여주었다. 스마트 시대라 이제는 자신이 움직였던 거리 측정은 물론 여행에 관한 기록도 지도와 함께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저자가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정하는 모습이 간간히 등장하고 있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다시 자전거 여행을 한다면, 저자 역시 편리한 앱을 사용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여정이 더 선명하게 남겨지고, 그에 따라 여행의 기록도 더 풍부하게 꾸밀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에게도 이미 지나간 과거의 기록이지만, 독자인 나로서도 이 책을 통해 주말 여행이라도 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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