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낳는 마을’
최규헌
긴 몸살을 앓은 듯
퀭한 표지석
시시콜콜 따져 묻는
Guard House* 지나면
가지런한 시간 속으로 빨려든다
하늘은 무겁게 연못으로 내려앉고
바쁜 손놀림 어리비치는 새벽
펄펄 끓는 속앓이도 잊은 채
빛을 낳는 사람이 사는 마을
천 년을 산 소나무가
실낱 풀포기와
함께 살아가고
쪽빛 하늘과 한 몸인 바다
거칠게 파고드는 세상사에도
털끝 하나 흔들림없이 고요한
원자로
담장 밖은 늘 시끄러워도
사과 익는 소리 발그레하듯
첩첩 쌓인 가파른 시간
고집 하나로 세상의 그림이 되어
지구촌에 우뚝선다
* Guard House : 검문검색대가 설치된 원자력발전소 정문
◆ 시작노트
원전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던 시절,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부침을 달리하던
아픔을 밀어내고 AI시대의 새로운 강자
SMR(Small Module Reactor 소형원전)의 탄생을 예고한다.
가능성의 끈을 놓지 않고 한 우물을 파오던 옹고집에서
우리 시대는 새로운 신화를 읽고 싶다.
◆ 최규헌 시인 약력
- 계간 「시와 편견」 신인상 등단
- 시사모, 한국디카시학회 동인
- 동인지 「시의 에스프레소」 공동 참여
출처 : 경남연합일보(http://www.gn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