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화두
원구식
마침표가 없는 시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대한민국 시인들은
유독 이 차를 좋아한다.
(이것은 비극인가 희극인가?)
어느 날 이승훈 선생이 물었다.
“원형! 왜 시에 마침표를 찍으라는 거요?”
그날 마침 비가 와서
우울한 이승훈 선생이 더욱 우울해질까 봐
나는 서둘러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마침표가 화두예요.”
그다음 핸가 선생이 시집을 보내왔는데
시집 제목이 『화두』였다.
펼쳐보니 시마다 마침표가
밤하늘의 별처럼 박혀
총총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오늘 마침 비가 와서
맥주 한잔을 앞에 두고
이승훈 선생을 생각하며
그날 못다 한 이야기를 적어본다.
“선생님, 저는 마침표라면
365일 내내 강의를 할 수 있어요.
여기엔 정말 엄청난
철학과 역사가 있답니다....”
내가 목숨을 걸고
시에 마침표를 찍는 이유 중에
두 가지만 말하고
시를 마치고자 한다.
첫째, 교육상의 문제이다.
마침표가 없는 문장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세익스피어의 문장을 보라.
시인들이여, 진실로 위대한 시인은
그 나라의 언어 자체를 위대하게 만든다.
둘째, 우리는 지금 자동번역 시대에 살고 있다.
시 또한 시대의 산물이다.
마침표가 없는 시는
자동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아,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는가?
오늘도 나는 젊은 시인들에게 묻는다.
“왜 네 시에는 마침표가 없니?”
순간 시인은 매우 당황해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물어봤기 때문이다.
원구식 시인 약력
경기도 연천에서 태어났다. 배제고, 중앙대, 숭실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먼지와의 싸움은 끝이 없다』, 『마돈나를 위하여』, 『비』가 있다.
현대시& 시사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