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가 ‘천재’의 뇌를 만든다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각종 멀티미디어가 세상을 지배하는 21세기, 정보는 쏟아지고 쉴 새 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세계는 다시 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독서’의 힘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언어 발달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독서는 아이의 전반적인 뇌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본 도호쿠대 의학부의 가와시마 류타 교수는 책을 읽을 때와 읽지 않을 때의 뇌 변화를 연구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상상력과 독서는 깊은 연관이 있고, 그 부분은 바로 뇌의 전두전야라고 설명한다. 어린이나 어른들 모두 상상력은 바로 이 전두전야에서 나오는데 책을 읽는 것은 전두전야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즉, 책을 많이 읽으면 전두전야가 훈련되어 우수한 전두전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책 읽기가 천재의 뇌를 만드는 것은, 위인들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저능아, 바보라는 놀림을 받았던 에디슨이나 아인슈타인, 처칠은 폭풍같은 독서를 체험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했다. 물론 그들에게 어떤 잠재력이 숨겨져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것을 일깨워준 것은 분명 ‘독서’였다. 굳이 위인들을 들추지 않더라도, ‘독서’가 두뇌 발달은 물론 학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명문대를 진학한 우등생들과 영재아들의 공통점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바로 남다른 독서력이다.
그러면 책 대신 다른 자극을 받은 아이의 뇌는 어떻게 될까?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생후 12개월 미만 매일 2시간 이상 영상물에 노출된 아이들은 어머니와 불안정 애착, 자폐적 성향, 언어발달 지연, 정서조절문제 등이 나타났다. 정상적인 아이의 뇌는 변연계 부분이 붉게 보이지만, 영상에 과다 노출된 아이는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소아학회에서는 2살 미만의 아기에게 절대로 TV를 보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적게 본 아이들의 뇌 발달이 더 우수하다는 결과는 이미 입증되어 있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학교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뿐만 아니라 언어능력, 즉 남의 말을 듣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독서는 종합 교육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교육에 대해 다루면서, ‘독서’의 가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독서가 바로 종합교육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뇌 발달을 돕는 것은 물론 인지와 정서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학습 기반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책을 통해 충분한 배경지식을 갖춘 아이는 학습에 대한 흥미가 높아지고,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밴 아이는 집중력이 높아진다.

즉, 책 읽기를 통해 교육을 보다 쉽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초 공사가 진행되며, 꾸준한 독서 자체가 종합적인 교육 활동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막연히 ‘책을 읽어라’라고 강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이들의 뇌 발달을 이해하고, 그에 알맞은 교육이 뒷받침할 때, 독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아이들이 좀 더 잘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뇌 발달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을 찾았다. 그들은 책 읽기에 앞서 충분한 ‘듣기’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듣기와 말하기의 바탕 위에 읽기와 쓰기가 발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모와 교사의 책 읽어주기가 아이의 책 읽기를 좌우한다는 놀라운 견해였다.
책 읽기와 관련된 뇌의 비밀 1_마이엘린
일찍부터 ‘듣기’ 자극을 주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마이엘린(myelin)에 있다. 마이엘린은 신경세포 축색돌기를 둘러싸고 있는 지방질의 백색 피막이다. 전선이 플라스틱 피복에 둘러싸여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이엘린은 신경세포를 둘러싸서 뉴런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신호가 누출되거나 흩어지지 않게 보호한다. 뇌의 각 신경세포는 성장 단계에 따라 영역별로 마이엘린화를 거치고 이 과정을 통해 기능이 발달하는데, 일반적으로 마이엘린화되었다는 것은 그 부분이 잘 발달했다는 의미이다.

독서는 다양한 정보원, 특히 시각 영역과 청각, 언어 및 개념, 영역을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뇌의 능력에 의존한다. 이러한 통합은 각 부위와 그 연합 영역의 성숙도, 이 부위들을 연결, 통합시키는 속도에 의존한다. 그러한 속도는 다시 뉴런의 축색의 마이엘린화에 따라 달라진다. 축색 주위를 감싼 마이엘린이 많을 수록 뉴런이 전기 신호를 빨리 전달할 수 있는데. 마이엘린의 성장은 각 부위마다 약간씩 다른 발달 스케쥴에 의해 진행된다.
예를 들어 청각 신경은 임신 6개월째 마이엘린화되고 시신경은 생후 6개월이 되어야 마이엘린화된다. 사람은 다섯 살이 되기 전 감각 및 운동부위가 모두 마이엘린화되고 독립적으로 기능하게 된다. 각회와 같이 시각 언어 및 청각 정보를 빠른 속도로 통합시키는 능력의 되는 주요 뇌부위들은 다섯 살이 지나도 완전히 마이엘린화되지 않는다.
청각 신경이 가장 먼저 마이엘린화되고, 글을 깨우치는 부분은 훨씬 뒤에 천천히 발달하게 된다는 것은 아기에게 ‘듣기’자극이 가장 효과적이며 자연스럽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리언 울프 박사는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글을 깨우치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물론 교육학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생리학적으로 부적합한 것 같습니다. 교육학적으로도 섣부르고 불필요한 것 같구요, 미국에서는 요즘 3살짜리 아이에게 글을 읽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 많습니다. 그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생리학자로서 조각을 하나로 합치는 뇌의 구조를 알고 있습니다. 각회(角回, angular gyrus) 라고 하죠. 그 부분은 5살 정도부터 발달을 하기 시작합니다.”
- 메리언 울프
뇌 과학적으로 볼 때, 글자를 가르치는 적기는 5세라고 그는 설명한다. 글을 읽으려면 시각, 언어, 청각 영역이 하나로 합쳐지는 뇌의 부분(각회)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5살부터 발달하기 때문이다. 보고 듣고 읽은 기능이 한꺼번에 연결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책을 읽게 되면,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
그렇다면 5살 이전에는 어떻게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 메리언 울프 박사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엄마 품에 안겨 엄마의 목소리로 ‘듣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독서는 사랑하는 엄마의 품이나 무릎에 안겨있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아기는 생후 6개월부터 배우기 시작합니다. 엄마의 품에서 보호받고 사랑받으면서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은 아이들에게 독서는 사랑과 연관되어있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그것이 첫 단계입니다.”
- 메리언 울프
책 읽기와 관련된 뇌의 비밀 2_베르니케&브로카
엄마가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이 무엇을 하려는지,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어디인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포함된다. 또 아이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상한 것,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기도 한다. 이처럼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뇌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아이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데도 유용하지만 뇌의 균형적인 발달을 돕는데도 효과적이다.

우리 뇌에는 언어를 관장하는 두 가지 영역이 있다. 하나는 측두엽 위쪽에 있는 베르니케 영역으로 이는 우리가 말을 듣고 이해하는 감각중추이다. 또 하나는 전두엽 쪽에 있는 브로카 영역인데, 이곳에서는 베르니케 영역에서 처리된 정보를 입을 통해 표현하도록 통제한다. 서울대학교 신경약리학과 서유헌 교수는 언어능력이 발달한다는 것은 바로 이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 함께 발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영역 등 언어능력을 골고루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의 균형적인 발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좋은 책 읽기는 좋은 책을 천천히 읽어주면서 아이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아이의 반응을 살펴보고 어떤 질문을 유도해 내는 과정을 통해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이 균형있게 발달합니다.”
- 서유헌 교수
아이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고, 책을 읽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이의 총체적인 ‘언어 능력’은 물론 ‘두뇌 발달’까지 가능하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책읽기와 관련된 뇌의 비밀 3_ 대뇌 변연계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대뇌 변연계의 발달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뇌 변연계는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신피질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데 주로 엄마와의 긍정적인 애착 관계, 칭찬, 보살핌 등을 관장한다.
대뇌 변연계의 발달은 생후 8주 무렵부터 시작된다.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원초적인 감정의 처리와 조절을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행위는 부모와의 상호 작용이다. 미소 짓는 아기에게 눈을 맞추고 미소로 대답하기, 울면 안아주고 토닥이기, 시도 때도 없이 얼러주기 등 모든 일들이 상호 작용에 속한다.
아기들은 부모의 이런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의 조절과 처리를 하나하나 익히면서 대뇌 변연계의 발달이 계속된다. 이 상호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인간의 경우 생후 첫 1년이 매우 중요하고 이후 세 살까지도 상호 작용은 계속되어야 한다.
유아기에 책을 읽어주면서 나누는 상호작용은 바로 이 대뇌 변연계의 발달을 돕는다. 궁극적으로 책 읽어주기는 엄마와의 긍정적인 애착 관계, 정서 지능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의 가장 큰 관심은 바로 두뇌와 정서가 골고루 발달하는 것이다. 책 읽기는 이 두가지 영역의 발달을 가장 쉽고도 원활하게 도와줄 수 있는 활동이다. 수백만원짜리 두뇌발달 교재보다 입소문만 영재성 개발 프로그램보다 더 확실한 도구가 바로 ‘책 읽어주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