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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하면, 길은 뒤에 생겨난다(3)(신영복 교수)
지난 11월 23일 이화여대 언어교육관에서 열린 ‘정재승, 신영복 교수 특별대담 -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현장. 3백여 명의 관객이 자리를 메웠다. 매서운 추위가 닥친 저녁이었지만,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스승’을 기다렸다. 신영복 교수가 등장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혼란과 좌절의 시기를 건너고 있는 젊은이들은 진지하게 듣고, 물었다. 스승의 답은 따스했다. 강의 말미,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슴에 ‘숲으로 가는 길’을 새긴 듯했다. 이날 대담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 되었다. 사회는 유정아 아나운서가 맡았다.
유정아 : 안녕하세요. 사회를 맡은 아나운서 유정아입니다. ‘희망의 인문학 -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라는 주제로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10분의 인문학자를 만나셨는데요. 인류학자 조한혜정 교수, 강신주 철학박사, 건축가 황두진, 사회학자 송호근, 물리학자 장회익, 그리고 10번째로 신영복 교수님을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큰 자리다 보니 저는 도우미로 초대를 받았네요.먼저 정재승 교수님을 소개해드릴께요. 책 『과학콘서트』로 큰 열풍을 몰고 오셨죠. 과학서적의 이전, 이후를 나눴다는 평을 받았는데요. 어려운 과학이라는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애매하고,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막무가내식 주장이 만연하는 가운데 제대로 된 정보를 던져 준 과학자이기에 젊은이들의 멘토로 자리잡으신 게 아닌가 합니다. 정재승 교수 뜨거운 박수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1623년 인조반정 이후로 지배계층의 성격 바뀐 적이 없다
최근에 너무 답답해서, 한국사를 다시 읽으니 이런 게 나와요. 1623년 광해군을 쫓아낸 인조반정 이후에 지배계층의 정치적 성격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조선 후기 내내 노론, 한일합방 때도 노론 권력체계였죠. 의회정치에 대한 실망이 많다는데, 우리 의회 구성을 보면 국민들의 구성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국민의 대표기관이 못되죠. 사법과 행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단히 보수적이고 완고합니다. 또, 언론을 보세요. 거의 보수적인 기조를 갖고 있죠. 이런 상태에서 사회를 바꾸자고 하는 것보단 변방에서 새로운 모델을 가지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최근에 일어난 안철수 현상, 시민운동을 기반으로 한 서울시장의 당선 같은 건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험하고 있는 과정 같습니다.
정재승 : 그러면 대의민주주의, 의회정치에 대한 체질개선 없는 새로운 시민정치 형태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신영복 : 보수적인 구조가 일정하게 비판되면 그 자체가 달라진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오히려 의회권력이 바뀌게 되면 국회의원 선거법부터 바꿀 수 있죠. 정당투표제를 병행한, 국민들의 구성을 반영할 수 있는 의회도 만들 수 있겠죠. 밖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여러 운동들이 그런 압박이 될 수 있죠.
정재승 : 문제는 기득권자들이 정당투표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게 아닐까요.
신영복 : 그래서 저는 객관적 조건은 굉장히 완고한데, 바꾸려는 주체역량은 대단히 취약한 상태라고 봅니다. 비대칭적인 힘의 대치상태가 실상이라고도 보는데요. 다만, 이런 상황에선 전혀 다른 전략, 전술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대응방식이 있으니까요. 난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신뢰합니다.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유정아 : 정치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다른 사람들을 타자화시키는 근대성까지 바꿔줄 수 있다고 보시나요.
신영복 : 쉽지는 않겠죠. 『놀라운 가설』의 저자 프랜시스 크릭은 내 머릿속에 있는 ‘나’라는 게 뭔가 고민했는데요. 모든 보수성의 기본적인 출발점이죠. 인지과학, 뇌과학에 의하면 한 존재는 다세포로 발전하며, 자기 생명을 여러 기관과의 관계성을 통해 증명한다고 해요. 우리 역사가 근대사라는 존재론적인 패러다임을 갖고 왔기 때문에, 나의 관계론적 본성 자체가 잘못 굳어져온 측면이 있습니다. 그걸 바꿔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히 있어요.
정재승 : 혹자들은 『놀라운 가설』을 두고, 놀랍지도 않은 가설을 놀랍다고 주장한 책이라고도 했는데요. 선생님 말씀 듣고 나니 놀라운 얘기를 담고 있네요. 또 한 수 배웠습니다. (웃음)
대학은 백년 뒤를 예비하는 미래담론을 창조해내는 공간
유정아 : 페이스북을 통해 올라온 질문도 받아볼까요. ‘고판동네’라는 아이디가 올려주셨습니다. “꿈의 의미가 비틀어지고,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있고, 클럽이나 도서관에 박혀있는 대학생들, 본인의 일 외에는 관심도 열정도 없는 젊은층이 깨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영복 : 정재승 교수가 한 번 답해주세요.
정재승 : 세상을 너무 책으로 배우려고 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사실,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학생들이 학교 교육에 충실한데, 그걸 수행한다고 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놓고 있으면 왠지 불안하기도 하지만요. 사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지도를 쥐어주고,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가는 법을 계속 훈련시키는데요. 정작 필요한 건,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지도를 그리는 일이거든요. 어떻게 둥지를 틀어야 하는지도요. 세상과 부딪히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으니 학교가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나 물어보게도 됩니다. 요즘 대학들이 인지적으로라도 대학생들을 가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신영복 :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시기가 청년시절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청년시절이 없는 것 같아요. 학원이나 교실에서 시험, 취업준비만 하니까요. 꿈과 이상을 불태우는 청년시절이 없다면 그의 인생은 사회적 기준에서 아무리 성공했다 해도, 실패했다고 봐요. 마찬가지로 한 사회에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대학공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스펙만 쌓아서 기업에 부품 납품하는 대학이 아닌, 그 사회의 백년 뒤를 예비하는 그런 미래담론을 창조해내는 대학 본연의 공간이 없다면. 한 개인이 청년시절이 없는 것과 똑같습니다. 청년들의, 한 사회의 비극입니다.한 학생이 와서 시민운동단체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해요. 그런데 엄마가 반대를 한다는 거예요. 주변 사람들이 알 만한데 취직을 하라고 하셨대요. 그래서 내가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엄마와 대화를 해라, 커피빈 같은 커피숍에서 마주 앉아 정식으로 대화를 해라. 그러면 모든 엄마는 다 네 편이다’ 그랬어요. ‘주변 사람들 때문에 꿈과 이상을 접어서야 되겠나요. 힘들지만 좋아하는 일을 위해 살면 안될까요’ 이렇게 정식으로 대화하라고 했어요. 실제로 그렇게 해서 성공했답니다.
모든 엄마는 자식 편이다. ‘정식으로’ 대화하라
모든 어머니들이 다 그럴거에요.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아서 그렇죠.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를 보면 ‘산티아고’라는 목동이 갖고 있는 게 별로 없죠. 가죽물푸대와 무화과나무 밑에서 펼치고 잘 담요 한 장, 책 한 권, 그리고 양떼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죠. 마지막엔 무화과나무 밑에서 보석상자를 캐내죠. 그때 독자는 묻게 됩니다. 연금술이 실제로 있다는 건가? 코엘료가 말하는 연금술은 바로 이런 거죠. 삶에서 겪는 고난의 긴 여정이, 매 발자국 그 순간순간이 황금의 시간이라는 거요. 그게 바로 소설이 보여주는 연금술 같아요.소유하고 소비하며 만족을 느꼈던 문화, 분명 달라질 수 있어요. 지금 젊은 사람들은 대단히 경쾌해요. 노인들이 뭘 많이 가지려고 해서 문제죠. 전 그런 변화된 정서를 신뢰합니다.
유정아 :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인용하자면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판을 새로 짜보시면 어떨까요. 독자 우종훈님이 물어보셨습니다. “선생님을 좌파지식인이라고 하는 기사를 봤는데 어떠신지요.”
정재승 : 좌파세요? (웃음)
좌우, 진보보수처럼 분석하고 나누는 것은 근대성의 일면
신영복 : 좌우, 진보보수. 분석하고 나누는 것도 근대성의 일면입니다. 그걸 뛰어넘기 위해서 ‘경계’라는 표현도 나옵니다. 누가 나한테 ‘경계에 선다’고 해요. 저는 그게 잘못 되었다고 생각해요. 경계는 좌와 우를 나눈다는 전제하게 나오는 말이니까요. 명백하게 구분되어 있는 건 아니죠. 잘못된, 불운한 역사 때문에 좌와 우가 소통하는 게 아니라 ‘소탕’하고 있어요. 우파로부터 좌파라고 공격당하기도 하는데요.누가 저한테 이렇게 말해요. 이승만 아니었으면 북한처럼 될 뻔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이승만 단독정부 수립 때문에 400만명이 죽었다.’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어요. 그때 더디더라도 통일된 정부를 만들었다면 지금 아시아의 스위스 정도는 되어 있지 않을까. 프랑스처럼 좌우가 상생하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해요. 사실 좌우라는 것, 극단적으로 나뉘지 않는 거예요.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죠.
이론은 좌, 실천은 우로 공존해야 한다
정재승 : 구체적으로는 무상급식, 반값등록금을 지지하시죠?
신영복 : 그 문제는 겉으로 보기엔 좌와 우의 옷을 입고 다투지만, 사실은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봐요. 무상급식하면 ‘돈 더 내지 않을까’ 이런 게 핵심이죠. 그런데 이런 문제는 가려지고 좌우로 치환돼서 나타납니다. ‘좌’라는 것은 조금 불편하지만 뭔가 현 단계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가치지향을 하자는 거고. ‘우’라는 것은 현재의 모든 생명을 따뜻하게 지키자는 겁니다. 둘 다 좋은 거고, 공존해야 하는 거죠. 이론은 좌경, 실천은 우경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정아 : 김재형, 우선영님이 주신 질문 이어가볼까요. 저희도 가졌던 의문이기도 한데요. “다른 사람에게 공감, 관용을 베풀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요. 상대를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면서 본인도 에너지를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신영복 : 적절한 일화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교도소엔 단기수와 무기수가 있어요. 단기수는 만기일만 기다리죠. 무기수는 먼 길을 가는 사람들이죠. 그들의 정서는 고진감래 끝에 뭔가 아름다운 성취가 있을 거라는 패러다임이 필요해요. 한 걸음 한 걸음이 다 황금의 시간이에요. 그 길 자체를 견딜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제가 ‘길의 정서를 갖자!’고 해요. 삶이란 무엇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거죠.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하는 일 자체가 아름답고 보람 있는 자세로 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제가 길의 정서로 가자고 말하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가다가 코스모스, 사람도 만나고 발자국도 남기며 그 자체로 동력과 자체를 이끌어 가는 거죠. 그런 일하는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겠죠. 커다란 과제이기도 합니다.
유정아 : ‘먼 길을 가는 사람들의 정서’ 오늘 담고 갈 키워드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우선영님이 정재승 교수께 질문 주셨네요. “트윗을 보면 강의에 연구, 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하는데, 그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머리가 워낙 좋아 처리속도가 빨라 많은 일을 하실 수 있는 건가요.”
정재승 : 머리 좋은 거 맞고요. (웃음) 흉내 내려 하지 마세요. 다칩니다. (폭소) 사실, 주변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거기서 에너지를 받아요. 도와주고 싶고 참여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되어 왔어요. 남들이 안하는 걸 해보는 걸 두려워하거나, 벽은 없는 것 같아요. 관계와 소통 말씀하셨는데요. 저에게도 소통의 욕망이 강해요.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기뻐하면 저도 그 관계 속에서 저를 찾는 것 같아요.
유정아 : 저도 학교에서 말하기를 10년 정도 가르쳤는데요. 처음에는 모교에서 강의했어요. 그러면서, 나는 이 학교 몇 학번이야 이렇게 말했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학기부터는 그런 말을 안 했어요. 몇 학번이라고 했더니, 어떤 학생이 ‘어머 그러면 몇 살이야?’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 나서였죠. 더 이상 같은 세대가 아닌, 젊은 선생님이 아닌 것 때문에 위축된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세대 간의 폭을 좁히려고 노력을 많이 하시잖아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요.
‘여럿이 함께’ 하면, 길은 뒤에 생겨난다
신영복 :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이 버릇없다!’고 하면 제가 이렇게 말해요. ‘당신은 다 살지 않았나. 다음 세상 만들 젊은이들이니 그냥 지켜보라’고 해요. 누가 뭐라고 한들, 젊은이들이 스스로 포맷하고 만들어가야죠. 제가 붓글씨를 잘 써요. 출소하고 사회단체들이 기금 마련전 한다고, 찬조작품 내라고 해서 ‘여럿이 함께’를 썼어요. 궁체와도, 훈민정음 판본체와도 다르다고 사람들이 말해요. 그런데 어느 후배교수가 와서 “‘여럿이 함께’ 참 좋은데, 그건 방법론만 말하고 목표지향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지적을 해요. 그 후로 제가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은 뒤에 생겨난다’고 써요.지금까지 우리는 계몽철학이든, 신학질서든 어디로 갈 건지, 어디로 갈 건가만 고민했죠. 여럿이 함께, 그 사람들이 결정해야 하는거에요. 뭔가 자기들끼리 시행착오하면서 가면 길이 생기는 거죠. 선험적으로 갖고 있는 건축적 의지를 허무는 게 필요해요. 여러분들의 역량만큼 만들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세상을 위해서요. 저는 전적으로 신뢰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시행착오하면서 선험적인 건축의지 허무는 게 필요
유정아 : 벌써 2시간이 흘렀네요. 정재승 교수님,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재승 :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김제동씨에게 상담을 받아요. 그때마다 ‘제가 겪은 일의 천분의 일 정도 되는 고통이네요. 악플 20만개 받아봤어요?’라고 하는거에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 제 삶으로 돌아오게 돼요. 감옥 말씀하실 때는, 너무 좋은 이야기고 겪으신 것들이 엄청난 일이라 과연 내가 범접할 수 있는 경지인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더 이야기가 지나가면서 선생님 매력에 빠진 것 같아요. 관객들과 같은 위치에서 몰입했어요. 너무 많은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가 누구를 깨우쳐주는 구도 없다. 각자의 그림이 있을 뿐.
신영복 :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늘 제가 이야기를 하는 입장이었거든요. 사실, 이야기하고 듣고 가르치고 배우고 하는 구도는 누군가 아는 사람이 누군가 모르는 사람에게 깨우쳐주는 구도는 없습니다. 모르는 건 아무리 얘기해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해요. ‘내가 아는 이야기는 내가 겪은 사진을 보여주는 겁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앨범에 비슷한 사진을 뽑아서 보시면 됩니다.’ 모두 아는 이야기라는 거죠. 감옥만 감옥이 아니라, 처하고 있는 상황은 비슷합니다. 내가 보여드리는 그림, 여러분이 갖고 있는 그림이 공감하는 거에요.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요. 작은 약속도 하고요. 그게 바로 이런 자리가 아닌가 합니다.두 분 도와주시고, 질문도 해서 쉬울 것 같았는데 조리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제 자신도 정리가 안 되는데 여러분도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걱정도 됩니다. 돌아가서 다시 정리하세요. 앨범에 있는 사진들 꺼내보면서요. 명시적이진 않지만 서로가 작은 약속을 했다고 생각해요. 살아가는 삶의 골목에서 작은 것들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유정아 : 오늘 애써주신 신영복 교수님, 정재승 교수님께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주시면서 마치겠습니다.
신영복 / 현 성공회 신학대 석좌 교수
1983.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