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적 방법을 활용하라-
그는 무심과 무관심 사이에 있다
그는 좀 더 투명해져야 한다
그는 처음에 모자와 마스크로 변장을 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변장이란 것을 깨닫는다
그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입술을 지운다
그는 앞뒤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는 말과 말 사이에 갇혀 있다
말의 고삐에 꿰어 말의 채찍질을 받으며
그는 납작해진다
그는 양면이 인쇄된 종이가 된다
사람들이 그를 밟고 지나간다
그의 온몸은 발자국투성이다
어제는 피켓을 든 한 무리의 사위대와 함께 걸었다
그는 목소리가 없어 추방당했다
그는 앞뒤로 걸친 간판을 벗고
그늘에 앉는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낀 그늘
그림자와 그림자가 겹쳐 더욱 짙어지는 그늘
사람들은 그가 그렇게 두툼한 줄 그제야 알아본다
―신철규, 「샌드위치맨」 전문, 『문장웹진』 2013년 8월.
Copilot
보낸 사람 Copilot:
신철규 시인의 「샌드위치맨」 전문을 공유해 주셨네요.
이 시는 현대 사회에서의 소외와 무관심, 그리고 개인의 존재감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시인은 '샌드위치맨’이라는 상징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무력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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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상징적 요소가 궁금해요!
Copilot
보낸 사람 Copilot:
신철규 시인의 「샌드위치맨」은 여러 상징적 요소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소외와 무관심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요 상징적 요소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샌드위치맨:
시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샌드위치맨’은 광고판을 몸에 걸치고 다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소외와 무력감을 상징합니다.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잃고, 단지 광고판으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하게 됩니다.
변장과 투명성:
시에서 주인공은 처음에 모자와 마스크로 변장을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변장임을 깨닫습니다.
이는 현대인이 사회에서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는 모습을 상징하며,
투명해진다는 것은 존재감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거울과 입술: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입술을 지우는 장면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우고, 사회에 맞추어 살아가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이는 개인의 자아가 사회적 기대에 의해 억압되는 것을 나타냅니다.
말과 말 사이:
주인공이 말과 말 사이에 갇혀 있다는 표현은 소통의 단절과 고립을 상징합니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잃고,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로 남게 됩니다.
그늘: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낀 그늘은 주인공의 고독과 소외를 상징합니다.
그늘 속에서 더욱 두툼해지는 모습은 사회에서 점점 더 소외되고 고립되는 개인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상징적 요소들을 통해 시인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소외와 무력감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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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맨」의 경우 “앞뒤로 광고판을 맨 사내를 샌드위치의 형상으로 비유했네.”라는 인식이 들게 할 수 있다.
신철규는 어느 날 앞뒤로 간판을 걸친 사람을 발견했을 것이다.
사람은 사라지고 간판의 목적이 앞서는 상황, 이것은 분명 시적 소재다.
처음 ‘사람 간판’을 보면 사람들은 ‘저 사람 뭐지?’하고 간판 속 사람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러다가 여러 번 자주 보게 되면 간판을 걸친 사람에겐 관심이 없다.
“또 ‘사람 간판’이 여기 있네.” 인식하고 슬쩍 간판 내용도 보지 않고 지나치게 된다.
그러니 그는 분명 “무심과 무관심 사이에 있”는 존재다.
‘샌드위치맨’이 투명한 존재가 되고 만 것이다.
그는 결국 “모자와 마스크로 변장”할 필요가 없게 되고,
“말과 말 사이에 갇혀” “앞뒤를 구분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신철규는 내밀함과 깊이를 드러내기 위해 한 발 더 나아가
‘사람간판’이 갖는 본질에 대해 생각한다.
‘간판’이라는 목적에 얽매여서 주체성을 (자기를) 잃어버린 존재가 바로 ‘샌드위치맨’이다.
투명해지다 못해 점점 ‘납작해’져서 자아를 상실해 가고 있는 존재,
시인은 그런 ‘샌드위치맨’에게서 주목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들의 속성을 발견한다.
주체성을 빼앗긴 존재들,
‘우리’라는 타인은 얼마나 아무렇지도 않게 ‘샌드위치맨’을 밟고 지나갔던가?
분명 “피켓을 든 한 무리의 시위대”는 존재감이 분명한 사람들이지만
‘샌드위치맨’은 간판 안에 갇혀 있기에 목소리가 없는 존재다.
그런 부분까지 한 발 더 새밀하게 다가가 심연을 읽어내야
내밀함과 깊이가 있는 시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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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문태준(1970년, 경북 김천)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문태준 시집 「가재미」(문학과지성사, 2006년) 중에서.
문태준의 「가재미」도 비유적 상상을 통해 탁월하게 창작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암투병중인 ‘그녀’와 비유되고 있는 존재는 ‘가재미’이다.
그녀의 속성과 가재미의 속성이 아주 적합하게 맞물리고 있는데,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쓰여져 있다.
그러다보니 ‘나’가 그 시적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시에서 ‘그녀’와 ‘나’는 매우 가까운 사이다.
그래서 삶의 이력을 대부분 알고 있다.
잘 알다시피 시적 대상이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 존재를 객관화시켜 놓은 시로 창작하기 어렵다.
간절함과 안타까움이 앞서서 시적인 요소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문태준의 「가재미」처럼 비유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를 쓰게 되면
가까운 존재를 객관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공광규의 「소주병」도 그러한 예에 해당한다.
‘하나의 법칙’을 잊지 말고 집요하게,
섬세하게 하나의 상황과
하나의 장면,
하나의 대상만 가지고 펼쳐야 한다.
문태준의 「가자미」의 경우
하나의 상황은 병문안을 간 상황이고,
하나의 장면은 ‘나’가 간이침대에 누워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하나의 대상은 가재미를 닮은 암투병중인 ‘그녀’이다.
시인은 ‘하나의 법칙’ 안에서 시상을 하나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지배적으로 다가오는 ‘연민’이라는 정서를 비유적 상상력을 통해
독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한대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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