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景行維賢 克念作聖(경행유현 극념작성)(일공(溢空))
현인(賢人)과 성인(聖人)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정주 천자문젼
景行維賢하고 克念作聖이라.(경행유현하고 극념작성이라.)
큰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현인이고, 마땅히 생각할 수 있으면 성인이 된다.
景(볕 경) 行(다닐 행) 維(벼리 유) 賢(어질 현)
克(이길 극) 念(생각할 념) 作(지을 작) 聖(성인 성)
현인(賢人)과 성인(聖人)은,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불리는 춘추전국시대 중국 지식인들이 추구한 이상적인 인간 모델이었습니다. 공자와 그 제자인 유가(儒家)들을 통해, 당시 지식인들이 생각한 현인(賢人)과 성인(聖人)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공자와 유가(儒家)들이 생각한 현인(賢人)으로는 탕왕을 도와 하(夏)나라를 세우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이윤(伊尹), 문왕과 무왕을 도와 주(周)나라를 세운 태공망 여상(呂尙) 그리고 춘추시대에 들어와 최초의 패자(覇者 : 제후들의 우두머리)가 된 제(齊)나라 환공을 보좌한 관중(管仲)이나 진(秦)나라 목공을 보좌하여 패자(覇者)로 만든 백리해(百里奚)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섬긴 군주를 잘 보좌하고 인도하여 천하를 제패하는 업적을 이루게 한 사람들입니다.
그럼 성인(聖人)으로는 누구를 꼽았을까요?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형인 무왕과 함께 주(周)나라를 세우고 어린 조카인 성왕을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렸던 주공(周公) 단(旦)입니다. 공자의 언행록(言行錄)인 『논어』에 보면, 공자가 꿈속에서 주공을 만난 지가 오래되었다면서 자신이 이제 늙어 기력이 약해진 지가 오래되었다며 한탄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대목은 공자가 젊어서 모든 힘과 정력을 다해 주공을 배우고 실천할 때는 그 사모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항상 있어서 꿈에도 잊지 않고 주공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제 늙고 기력이 쇠약해져 주공을 따라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젊었을 때만 못하게 되자 주공이 점점 뜸하게 보이다가 아예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주공은 공자가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 즉 성인(聖人)으로 꼽은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인(賢人)과 성인(聖人)을 가르는 잣대는 무엇이었을까요? 현인(賢人)은 학문적 재주와 정치적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자신이 섬긴 군주가 높은 뜻(大道)을 이룰 수 있도록 보좌한 인물들입니다. 다시 말해 군주가 천하를 제패하는 업적을 이루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충성과 노력을 바친 사람입니다. 반면 성인(聖人)은 인(仁 : 사랑)과 의(義 : 올바름)로 세상을 다스리고 구제하고자 한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군주가 왕업(王業), 즉 천하를 인(仁 : 사랑)과 의(義 : 올바름)로 다스려 태평성대를 이루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충성과 노력을 바친 사람입니다. 고전(古典)에서는, 현인(賢人)은 '높은 산을 우러러보고 대도(大道 : 높은 뜻)를 행한다'고 했고, 성인(聖人)은 '자잘한 생각을 이겨내고 올바른 마음을 쌓는다'고 했습니다.
景行維賢(경행유현)은 시경(詩經)의 거할(車舝)이라는 시(詩) 마지막연 "高山仰止 景行行止(고산앙지 경행행지)"나오는 구절로써, "景行(경행)"은 크고 넓은 길이라는 뜻과 함께 밝고 떳떳하고 어진 행동을 말하며, 克念作聖(극념작성)은 서경(書經)의 일부로써 "惟聖罔念作狂(유성망념작광), 惟狂克念作聖(유광극념작성)"을 인용한 글인데, "聖(성)이라도 생각에 얽매이면 狂(광)이 되고, 狂(광)이라도 생각을 뛰어넘게 되면 聖(성)이 된다"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