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524) 퇴고를 끊임없이 즐겨라 - ③ 소월도 3년 동안 고쳤다/ 시인 안도현
퇴고를 끊임없이 즐겨라
네이버블로그/ 김소월 진달래꽃
③ 소월도 3년 동안 고쳤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1922년 7월 『개벽』에 처음 발표되었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업시
고히고히 보내들이우리다.
寧邊엔 藥山
그 진달래꽃을
한아름 다다 가실 길에 부리우리다.
가시는길 발거름마다
뿌려노흔 그 꽃을
고히나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흘니우리다
이 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진달래꽃」하고 상당히 다르다.
1925년 12월에 출간한 시집 『진달래꽃』을 준비하면서 소월은 3년 동안 시를 퇴고한 것이다.
시행을 바꿔 전체적으로 리듬을 유려하게 살렸고,
‘고히고히’는 ‘고이’로 줄였으며(‘한아름’은 ‘아름’으로), ‘그’라는 불필요한 관형사를 지웠다.
특히 3연은 대폭 손질한 흔적이 뚜렷하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앞서 등장한 ‘길’과 ‘뿌리다’ ‘고히’라는 말이 3연에 다시 반복되어 있는 것을 보고 언어의 장인인 소월은 못 견뎠을 것이다.
‘마다’라는 조사는 얼마나 가시처럼 그의 눈에 거슬렸을까?
이러한 퇴고의 노력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걸음걸음’이라는 생동감 넘치는 한국적 언어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신도 시를 고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마라. 밥 먹듯이 고치고, 그렇게 고치는 일을 즐겨라.
다만 서둘지 마라.
설익은 시를 무작정 고치려고 대들지 말고 가능하면 시가 뜸이 들 때까지 기다려라.
석 달이고 삼 년이고 기다려라.
그리고 시를 어느 정도 완성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시를 보여줘라.
시에 대해서 잘 아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다.
농부도 좋고 축구선수도 좋다. 그들을 스승이라고 생각하고 잠재적 독자인 그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라.
이규보도 “다른 사람의 시에 드러난 결점을 말해주는 일은 부모가 자식의 흠을 지적해주는 일과 같다”고 했다.
누군가 결점을 말해주면 다 들어라. 그러고 나서 또 고쳐라.
절망하여 글을 쓴 뒤에 희망을 가지고 고친다고 한 이는 소설가 한승원이다.
니체는 ‘피로써 쓴 글’을 좋아한다고 했고,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바로 고심참담과 전전긍긍의 문법이다.
시를 고치는 일은 옷감에 바느질을 하는 일이다.
끊임없이 고치되, 그 바느질 자국이 도드라지지 않게 하라.
꿰맨 자국이 보이지 않는 천의무봉의 시는 퇴고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라.
<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안도현의 시작법(안도현, 한겨레출판, 2020.)’에서 옮겨 적음. (2024, 3. 5.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524) 퇴고를 끊임없이 즐겨라 - ③ 소월도 3년 동안 고쳤다/ 시인 안도현|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