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
(빌 하이벨스 지음/한국기독학생회 출판부 발행)
(서평자/황선의 - 백영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으며, 청소년을 사랑하는 MK 선교사를 꿈꾸고 있다. )
요즘과 같은 학기 초에 나 같은 기독 교사는 갈등을 하기 마련이다.
무언가 하나님과 관계에 문제가 생겨도 아이들의 자잘한 요구들이나 급한 공문들에 쫓겨 이 “절대절명”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어 볼 엄두를 도무지 내지 못하는 것이다. 하물며 기도랴….
그러나 빌 하이벨스는 오히려 그래서 기도할 수밖에 없다고 처음부터 잘라 말한다. 이 책의 제목과 부제를 원문의 뜻대로 충실히(?!) 옮겨 보자면
“너무 바빠서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과 함께하기 위해 느려지기”다.
너무 바빠서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요즘과 같은 세태에 나보고 느려지라고?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의 1부에서 3부까지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여기고 그분 앞으로 나아오라는 은혜로운 초대와 함께, 우리가 꿈꾸며 요청한 것 이상으로 역사하실 수 있는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이 소개되고 효과적으로 기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우리가 반드시 계발해야 한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기도의 습관과 태도들, 기도 속에 꼭 포함시켜야 할 몇 가지 범주들이 제시된다.
또 기도를 어렵게 만드는 훼방꾼들, 즉 우리 기도가 항상 우리가 바라는 대로만 응답되지 않는 이유, 기도 생활이 가끔씩 메마르게 되는 이유 등을 차근차근 살핀다. 여기까지만으로도 성경적인 근거와 상식적 설명, 개인적 예증과 함께 딱딱 아귀가 맞는 그의 설득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그 동안 기도라는 것에 가졌던 의문이나 문제 등에 답을 얻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 책의 강점이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다가왔던 부분은 4부에 있다.
기도가 그저 어떤 일시적인 행동에 그치지 않고 항상 지속될 수 있는 삶이 되도록 도전하는 부분이다.
그는 진정한 기독교는 “살아 계시고 역동적이며 대화하시는 하나님과의 초자연적인 동행이다”(174쪽)라고 보면서, 하나님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기도에 관한 정보들을 그저 아는 것으로 충분치 않고 삶의 속도를 늦추는 데 헌신하라고 종용한다(175쪽). “정신없이 바쁜 삶 속에 고요하고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이 차지할 자리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삶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도 제안한다.
그가 제안하는 첫 단계는 일기 쓰기, 두 번째 단계는 기도를 글로 쓰는 것,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조용한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단계다.
“영적인 온전함의 대적은 바로 분주함”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책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삶을 위한 몇 가지 주의점, 그리고 그 순종의 결과로 얻는 여러 가슴 벅찬 유익들, 종국에는 신실한 하나님을 친구로 갖는 거룩한 교제(237쪽)를 강조하면서 끝을 맺는다.
빌 하이벨스는 어쩌면 너무 많이 다루어져서 이제는 가십거리로도 내세우기 힘들 ‘기도’라는 주제가 다시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독자의 삶에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 단단히 작정한 듯하다.
그의 말투는 마치 친근한 담임목사님이 교회 성도를 친밀하게 상담하는 것 같다.
전혀 신학적이거나 어렵지 않고, 성경의 예를 충실히 들되 지적 이해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해 볼 수 있도록 매뉴얼까지 제시해 준다.
일정하게 짜여진 기도 생활을 위해 A.C.T.S라는 공식과 기도를 적는 방법을 권하면서
“종이에다 수평으로 네 칸이 생기게 세 개의 줄을 긋고 각 칸마다 A(찬미), C(고백), T(감사), S(간구)로 적으라”(99쪽)는 부분에서는 어렸을 적 주일학교 전도사님이 연상될 정도다.
따라서 이 책은 성경 안에서 기도에 대한 신학적 배경 같은 것들을 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그리스도인들, 마음속에 항상 하나님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기도하기를 막연히 미루고 있으면서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해 빌 하이벨스의 상담을 받아 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물론 각종 공문이나 아이들 이름표 값 걷기에 정신없이 바쁜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