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느질 수다, 천승희, 궁리.
* 살면서 생기는 응어리들을 풀기 위해, 사람들은 여러 일들을 하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은 등산을 하고, 어떤 이는 그림을 그리고, 또 어떤 이는 글을 씁니다. 저는 주로 바느질을 하면서 그 응어리들을 풀고 있습니다. 때때로 뜨개질도 하고요. ......
제가 하는 바느질은, 어떤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일 때가 많지만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일 때도 무척 많습니다. 실은 이 글을 쓰기 위해서도 바느질을 많이 해야 했어요. 글을 쓰다가 잘 이어지지 않을 때면, 손바느질을 하면서 제 안에 어수선하게 돌아다니는 생각들과 낱말들을 정리하고 이리저리 적당한 자리에 앉혀보곤 했지요. 바느질을 하지 못했다면 이 볼품없는 글이 더 엉망진창이 되었을 거예요.(나의 바느질 수다, '들어가며' 중에서)
=> 바느질이 의무가 아니라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저자의 이러한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럼 전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여 몰두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라 하겠다. 바느질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면이 바로 저자의 이러한 삶의 자세였다. 나 역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주된 일이다보니, 간혹 글이 풀리지 않을 때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곤 한다. 몇 시간 혹은 하루쯤 미뤄두고 있으면, 내내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들이 정리되어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생기곤 한다. 일단 글쓰는 것에 대해 잊고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제대로 갈무리되지 못했던 생각들이 정리되어 다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게는 바느질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해된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