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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말을 기록한 <논어>는 이른 바 ‘인(仁)’에 대한 철학이 핵심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논어>에 사용된 ‘인(仁)’이라는 용어는 단지 하나의 뜻으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대체로 ‘인(仁)’은 어질다 또는 어짊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어질다’라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 행위(또는 생각)를 일컬어 어질다고 할 수 있는가?
‘인(仁)’에 대한 의미는 <맹자>에도 등장하지만, 그 경우 이른바 사단이라고 하는 ‘인의예지(仁義禮智)’ 가운데 하나의 덕목을 차지하고 있다. 나아가 유가의 학설을 정리한 주희(주자)에 이르면, 그 뜻은 더욱 형이상학적으로 규정되고 있다. <논어>를 살펴보면, 공자는 ‘인’이라는 용어를 매우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때로는 개인의 덕목을 지칭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위정자로서의 정치행위의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나의 예로 든 것이지만, <논어>에 사용된 용어의 개념 문제는 사실상 하나로 통일되어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논어>를 읽으면서, 이러한 고민에 부딪혔던 듯하다. 그리하여 <논어>에 사용된 다양한 개념들을 한 군데에 모아, 그 의미를 천착하고자 했던 것이라 여겨진다. ‘개(改)’로부터 ‘효(孝)’에 이르기까지, <논어>에 사용된 50개의 용어들이 사용된 문장을 모아서 각각의 맥락을 고려하여 그 의미를 풀어내고자 한 것이다.
나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흥미롭게 읽어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궁금증의 해소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논어>는 어떤 개념에 대한 정의를 추구하기보다 오히려 개인의 생각과 행위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하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때로는 같은 용어가 텍스트의 서로 다른 부분에서 모순을 이루는 경우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간혹 주자의 주석을 읽다 보면, 나로서는 과연 공자가 그런 의도로 말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논어>에 사용된 용어의 개념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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