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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초등학교에서 학생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나현이는 딸기우유를 좋아하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엄마는 항상 흰 우유를 마시라고 강요한다. 그것 때문에 엄마와 갈등하지만,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보지 않는 사이에 가게에서 딸기우유를 사서 몰래 마시는 것으로 해결한다. 이 작품에서 딸기우유와 흰 우유가 좋아하는 것이 건강의 수단으로 서로 대립되는 의미처럼 규정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작품처럼 부모와 가장 큰 갈등의 원인으로 등장할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버지가 없지만 엄마와 함께 당당하게 살고 있는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전교어린이회장에 입후보하기로 했다는 나현이의 형상도 독자인 나로서는 조금은 낯설게 다가온다.
단 하나의 공약을 내걸어야 한다는 조건에 나현은 ‘흰우유 대신 딸기우유를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물론 후에는 ‘우유 선택권’으로 바뀌지만, 이러한 공약을 내걸고 어린이회장에 입후보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 여겨진다. 그 과정에서 탈북자인 덕주와 할머니의 존재가 부각되고, ‘흰 우유를 딸기우유로 바꿔달라’는 덕주 할머니의 에피소드가 첨가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현이를 돕는 덕주의 모습과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고향인 북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드러나게 된다. 자기 일처럼 열성적으로 돕는 덕주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어린이회장 선거 유세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어린이회장 선거를 둘러싼 입후보자들의 선거 운동 방식이라고 하겠는데, 기존 정치인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중학교 입학을 위한 경력 쌓기로 어린이회장에 입후보한 시은은 학기마다 뽑는 것을 활용해, 유일한 남학생이자 강력한 경쟁자인 찬솔이를 2학기에 밀어준다는 이유로 후보를 포기하게 만든다. 나현은 우연히 두 사람이 주고받은 말을 엿듣게 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된다. 5학년 때 부회장이었기에, ‘학교 폭력 퇴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자신이 회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 인물이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고 하는 기성세대들의 전형적인 그릇된 행태가 형상화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드디어 열린 선거 공약 토론회에서 ‘놀자!’는 선거 공약을 내걸고 입후보한 미주가 시은이가 자신을 회유하려는 내용의 녹음을 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틀어주면서, 시은이의 그릇된 선거 행태가 그대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인 유라가 선거 운동에서 자신을 도와주지 못한 이유가 우유를 배달하는 아버지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자신을 도왔던 덕주와 친해지는 내용이 마지막에 등장한다.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선거가 치러질지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나현과 친구들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작품은 마무리된다. 초등학생들이 어린이회장이 되고 싶은 이유는 다양할 것이고, 어쩌면 이 작품의 주인공인 나현처럼 남들 앞에 서서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가 가장 강할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 과정에서 비록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선거라는 과정이 과연 민주적이고 공정한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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