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구수영/시인
디카시_송재옥/시인
장마2
서성이며 망설이지 않고
한 번쯤은 쏟아버리고 싶다
나의 우기雨期는
속으로 와서 나만 적시고 간다
_ 송재옥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요?
오늘 시인처럼 망설이지 말고 한 번쯤은 쏟아내고 싶지요?
누구에게나 각자의 우기雨期가 있지요.
그 우기는 아무도 모르게 와서 나만 적시고, 나만 헤집어 놓고 갑니다.
쏟아내는 것은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오늘 눈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해요.
눈물은 감정의 토로 이상의 의미가 있지요.
웃음 치료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울음 치료라고 해요.
우리는 모두 울음으로 삶의 첫발을 내디뎠지요.
말로 표현을 못 하던 유아기에 울음으로 의사 표현을 했어요.
우는 것은 저항이나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지만 도와달라는 구조요청 신호이기도 해요.
나이를 더하면서 우리는 울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요.
어른이니까, 남자니까, 약해 보이지 않으려고 등의 이유로 감정을 억누르며 살지요.
하지만 사는 동안 늘 웃을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슬픔, 시기, 질투, 불평, 그리고 이별 등 이런 감정들에 잡히면 몸에도 마음에도 독소가 쌓여요.
그래서 해독제가 필요해요.
눈물은 탁월한 해독제가 될 수 있어요.
정신과 의사 헨리 모슬리는 눈물을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치유의 물”이라고 했어요.
오늘 디카시를 읽다 문득 ‘슈필라움’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독일어로 ‘슈필’은 놀이라는 뜻이고 ‘라움’은 공간이라고 해요.
슈필라움은 단순하게 휴식만 하는 장소가 아닌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롯하게 나를 만날 수 있는 ‘놀이공간’이지요.
나를 찾고 재창조해 새 삶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공간. 그런 곳이 있는지요?
무소유를 말한 법정 스님도 깨끗한 빈방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하니
나만의 슈필라움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두 해 전 저는 마당에 있는 창고를 개조 제 공간을 만들었지요.
그곳에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종종 나를 온전히 쏟아놓기도 합니다.
또 나의 우기가 오면 엉엉 울기도 하고요.
송재옥 시인 이력
* 시사모·한국디카시학회 회원
* 5인 디카시집 ‘사방팔방’
* e-book 작은시집 ‘저무날의 삽화’
* 제8회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 공모전 가작
* 중랑문인협회 회원
구수영 시인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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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계간 ‘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 추천 등단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 동인지 ‘베라, 나는 아직도 울지 않네’ 외 다수
*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운영위원
* 시편 작가회 회원
* 제1회 ‘한국자유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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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하루되세요
디마 카페 회원이신 송재옥 시인의 작품을 여기서 뵙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