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525) 시의 태어남 - ① 발상의 시작/ 문학평론가 김관식
시의 태어남
네이버블로그/ (창의적 발상의 시작)
① 발상의 시작
시적 발상이란 우연히 어떤 사물이나 광경을 목격하고 번뜩 떠오르는 생각,
즉 영감을 자신이 경험한 것들과 관련지어서 어떤 이미지의 형태로 연상하고 상상하여 다듬고 재구성하여
하나의 통일된 의미 있는 형태로 창조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오스본(John Osborne : 영국 1929~1994)은
“발상이라는 작품의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그 사람 나름의 고유하고 창조적인 이미지의 발상,
즉 작품의 아이디어를 내고 선택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좋은 시는 똑같은 소재를 다른 사람과 같은 눈으로 보고 생각한 평범한 것보다는
나름대로 사물을 새롭게 보고 새롭게 창조해낸 발상이 참신한 시를 말한다.
따라서 참신한 발상으로 좋은 시를 창작하려면 기존에 존재하는 사물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사물과 일체감을 이루도록 고정 관념의 틀을 깨부수는 획기적인 변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발상의 원리는 과학자들이나 발명가들의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다시 말해서 한 사물에 대해서 여러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남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원리를
일상에서 발견해 내는 인지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스스로 부단히 노력한다.
예를 들어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물체와 물체 사이에 만류인력이 있다는
과학적인 이론을 체계화시켰다던가,
아르키메데스가 금관의 순도를 알아내기 위해 고민하던 중 우연하게도 목욕탕에서
목욕하다가 욕조에 들어가면 물이 차오르는 것에서 답을 얻었다. 이것은 번뜩 떠오르는 생각을 말한다.
그래서 많은 발명가가 발명품을 만들어낼 때 흔히 적용하는 발명 아이디어의 발상 기법으로
첫째,
주어진 문제의 속성, 모양, 크기, 색깔, 용도 등을 열거하고 기존의 아이디어와 다르게 재창조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산출해 내는 특성 열거법.
둘째,
서로 관계가 없는 사물이나 아이디어를 강제로 연결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사고 기법으로 강제 결합법.
셋째,
아이디어의 좋은 점, 나쁜 점, 흥미로운 점 등을 나열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PMI(Plus-Minus-Interesting) 기법.
넷째,
어떤 사물을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을 열거함으로써 개선 방법을 찾는 사고 기법으로서 희망 열거법.
다섯째,
집단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방법으로 여러 사람이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고 결합하고 개선하는
브레인스토밍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사고 기법으로 말을 하지 않고 기록하는
브레인라이팅 기법 등을 적용하여 발명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발명 기법으로 새로운 발명품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이 시의 발상법도 똑같은 윈리에 의해 시가 완성된다.
다만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발명가들은 다양한 발명 기법으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이에 가장 적합한 재료를 사용하여 발명품이라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낸다면,
시인 발상은 경험을 중심으로 사상을 형성하는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시로 형상화한 언어를 소재로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정리하자면, 시 창작을 위한 발상은 영감에 의해 아이디어를 생성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시적 변용 과정과 재창조하는 형상화 단계를 거쳐 이미지로 성숙시켜 나가는 과정이 바로 시적 발상이다.
우리들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경험들이 어떤 사물을 보는 순간 수면 위로 번뜩 떠오르게 된다.
이를 시적인 영감이라고 하는데 즉,
시적 영감은 발명의 원리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적 영감을 감각적인 발상으로 채택하여 자신의 경험이나 정서를 바탕으로 구조화된 사상,
형상화하여 쓸거리를 창조해내는 인지적, 정의적인 활동을 우리는 시적인 발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발상은 시의 구체적인 출발점으로 시적 대상으로부터 시적 진실을 발견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발상 단계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연상 작용을 거쳐 여러 유사 이미지와 융합하여 관념의 상태를
구체적인 이미지나 사물로 변용하게 되며,
이때 가장 적합한 시어를 선택하여 표현하게 되는데,
시어는 발명품의 재료에 해당된다.
가장 적합한 재료가 적절하게 결합할 때 유용한 발명품이 만들어지듯
시 창작 과정에서 형상화라는 설계도가 완성되었더라도 그에 꼭 알맞은 시어로 표현되어야 비록 허구이지만,
허구가 아닌 진실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상관물을 통해 정서를 환기해야 공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때 주관적인 자기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면,
주관적인 정서에 머물러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지 못하는 주관적인 발상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결국 혼자만의 넋두리 같은 시가 되고 만다.
시적 발상은 꾸준한 훈련을 통해 창의적인 인지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데,
바로 훌륭한 시인은 이러한 훈련 기간을 많이 거쳤기 때문에 남보다 좋은 시를 쓸 가능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바로 창의적인 인지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좋은 시를 읽고 감상하고 많이 써 보는 꾸준한 훈련 기간을 습작기라고 한다.
훌륭한 시인은 이러한 인지 능력의 신장을 위해 신인의 자세로 꾸준히 훈련한다.
이러한 노력이 없으면 타성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시인은 시 창작을 하면서 기쁨과 희열을 느끼는 사람을 말하며,
평생을 숙명처럼 시 창작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시를 쓰지 않고 멈추는 순간은 시인이 아니다.
시인의 칭호를 한 번 얻고 시를 쓰지 않으면서 시인 노릇을 하는 행위는 자신을 기만하는 일이다.
따라서 시인이라는 칭호는 시를 창작하는 과정에 붙여진 것이다.
자칫 시를 쓰지 않으면 스스로가 시인임을 포기하는 일이며 진실을 전달하는 시인의 숙명을
저버린 허위적인 행동으로 명리적인 가치만 집중하게 된다.
운동선수가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 운동선수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시인이 시를 쓰는 일을 일상화하지 않으면 시적인 발상력이 마비된다.
결과적으로 시인은 습작을 많이 할수록 창의적인 인지 능력이 신장되는 것이다.
이렇게 습작을 통해 주어진 시간 내에 정해진 주제로 가능한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발상의 속도가 빠르고,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한 아이디어를 생성해내는 능력으로 유창성(流暢性),
다른 형태의 사고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유연성,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독창성,
다소 엉성한 핵심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거나 섬세하게 만들어 내는 정교성이 길러진다.
이러한 창의적인 인지 능력을 일컬어 창의성이라 부르고 훌륭한 시인은 선천적으로 창의성이 뛰어난 시인도 있지만,
대부분 후천적으로 여러 시인의 좋은 시를 읽고 다양한 기법을 익히기 위해
꾸준히 시 창작 활동을 생활화하여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습작이란 결국 자신만의 독특한 시적인 발상 기법을 익히는 과정으로
시인이 죽을 때까지 숙명처럼 습관화해 나가야 할 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적 발상은 경험→발상(영감 : 순간적 이미지, 연상, 변용)→형상화→시어 표현→시→퇴고의 과정으로
한 편의 시가 완성된다.
시를 발상할 때 기본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적인 소재와 내면적인 정서를 결합한 이미지를 생성하고, 독백적 진술, 권유적 진술, 해석적 진술로 시상을 펼쳐 나가거나
감각적으로 서경적으로 묘사, 심상적인 묘사, 서사적인 묘사 등으로 시적 대상을 사실적으로
또는 변형하여 묘사하는 방법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경험은 시적 발상의 가장 기본적인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 ‘시 창작 길라잡이, 현대시 창작 방법과 실제(김관식, 도서출판 이바구, 2021.)’에서 옮겨 적음. (2024. 3. 8.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525) 시의 태어남 - ① 발상의 시작/ 문학평론가 김관식|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