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529) 시의 제목 붙이기 - ① 제목 붙이기의 선후 문제 2-1/ 시인 문학박사 하상규
시의 제목 붙이기
네이버블로그/ 시의 길이와 제목 붙이기
漢詩는 제목이 있었다.
그러나 고시조에는 “오우가” “어부사시사”처럼 제목이 있는 경우도 드물게 있었지마는 제목이 없었다.
그러나 현대시에 와서는 시에 제목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의 제목은 시의 주제와 내용과 관련이 있다고 볼 것이다.
제목 붙이기를 생각하면 먼저 제목 붙이기의 선후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겠고,
무엇을 제목으로 하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겠고,
시의 경향에 따라 시인에 따라서 제목이 그 시에서 기여하는 역할(중요도, 비중)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① 제목 붙이기의 선후 문제 2-1
우리가 시를 지어보면 제목(제목까지가 아니면 주제나 내용)을 먼저 염두에 두고 시를 짓는 경우도 있고,
시상(詩想)이나 시구(詩句)가 떠올라서 시를 짓는 경우도 있고, 시를 지으면서 혹은 시를 다 짓고 나서 제목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 제목 먼저
제목을 먼저 선정하고 시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다.
왜 제목 선정이 먼저라고 말하는지 들어보자.
시를 쓰게 될 때는 의식 무의식 간에 주제를 선정하고 제목도 정해둘 필요가 있다.
적합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을 경우에는 가제(假題)라도 정해둘 필요가 있다. 주제도 제목도 없이 무턱대고 써나가게 되면
초점이 흐려져서 산만해지기 쉽기 때문이다.(황송문, 〈현재시 창작법〉, 국학자료원, p114.)
황송문은 시를 창작하려면 주제나 제목을 먼저 상정하고 창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니면 가제(假題)라도 정해두고 창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초점이 흐려져서 산만해진다고 했다.
필자도 이것이 일반적인 순리라고 생각한다.
㉯ 시 창작 먼저
T. S 엘리엇은 “전달해야 할 것은 시편(Poem)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 말은 시가 완성되어야만 그 시에서 전달할 내용과 주제가 형성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제목과 주제 사이에 관련이 있다고 본다면,
시를 먼저 짓고 난 뒤에 제목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라고 하겠다.
또 다른 사람도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다.
시가 먼저 생기느냐, 제목이 먼저 생기느냐 하면,
물론 시가 창조된 이후에 제목이 있어야 할 것은 순서상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상에 있어서 어떤 분은,
예를 들면 〈가을〉이라는 제목부터 먼저 생각해 가지고 시작하는 분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것은 아이를 낳기 전에 이름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말 전도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태도는 삼가야 할 것입니다.(박명용, 〈현대시 창작방법〉, 국학자료원, p224.)
김용호는 아이를 낳고 난 뒤에 이름을 짓는 것처럼 일도양단 간에 시 짓기가 먼저이고 제목이 뒤라고 단정하고 있다.
시 짓는 일이 먼저이고 제목 붙이는 일이 뒤라는 주장이다. 이치상 일견 그를 법도 하다.
그러나 과연 ‘제목 먼저 시 짓기 뒤’라는 창작 태도는 삼갈 일이라고 단언하는 주장은 전적으로 옳은 일인가?
㉰ 시관(詩觀)과 시 창작 태도에 따른 선후
단순히 선후 문제가 아니라,
그 시인의 시관과 시 창작 태도에 따라서 선후 문제가 달라진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자기 체험을 주로 언어의 논리적 의미를 통해서 남에게 전달하는 것을 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인생론(人生論)이 시를 만들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휴머니스트인 시인들은 제목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
인생의 온갖 체험이 휴머니스트로 하여금 시를 쓰라고 재촉할 때,
그러한 인생의 온갖 체험을 체험 그대로 거짓 없이 표현해서 전달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때 그 인생의 온갖 체험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시의 내용이 될 것인데,
이런 휴머니스트들은 시의 내용이 미리 정해져야 시를 쓸 수 있을 것이고,
내용을 상징해서 한눈에 알게 하는 제목이 정해져야 붓을 댈 것이다.
내용과 제목을 비교하는 얼마 동안 이 시를 쓰기 전에 필요해 진다.
물론 위와 같은 시인들에 있어서도 미리 정한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나중에 또는 시작 도중에 제목를 고치는 수도 있다.(김춘수, 〈시의 이해와 작법〉, 자유지성사, p69.)
김춘수는 일반적인 서정 시인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인생관에 의한 인생론을 언어의 의미 전달 기능을 활용해서 표현하는 이들이라고 하면서,
이런 시인을 휴머니스트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런 휴머니스트 시인들에게는 제목이 중요하고 제목이 정해져야 시
(실은 김춘수는 이런 시를 산문을 시적으로 진술했을 뿐이지 시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음)를 쓸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미리 정해진 제목과 내용을 바탕으로 시를 짓는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시작 도중에, 나중에 제목을 고칠 수는 있으되 내용이 크게 빗나갈 수는 없다고 했다.
주로 낭만적인 시를 쓰는 시인, 서정적인 시를 쓰는 시인들은,
시의 제목을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나 내용을 미리 염두에 두고 시를 짓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김춘수는 휴머니스트들은 제목을 먼저 생각하고 시를 짓는다고 했다.
< ‘실용(實用) 시(詩) 창작법(創作法), 16일 학습하면 당신도 시인이다(하상규, 새문화출판사, 2022.)’에서 옮겨 적음. (2024. 3.20.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529) 시의 제목 붙이기 - ① 제목 붙이기의 선후 문제 2-1/ 시인 문학박사 하상규|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