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 修身] 2. 德建名立 形端表正 (덕건명립 형단표정) (백우)
【本文】
德建名立 形端表正 덕건명립 형단표정
큰 덕이 서게 되면 이름이 나게 되고 용모가 단정하면 표출됨이 바르니라.
【훈음(訓音)】
德 덕 덕 建 세울 건 名 이름 명 立 설 립
形 형상 형 端 바를 단 表 겉 표 正 바를 정
【해설(解說)】
덕건명립(德建名立) 큰 덕이 서게 되면 이름이 나게 되고
덕(德)이란 바른 도(道)를 행하여 얻는 공덕(功德)이란 뜻으로 공정하고 포용성이 있는 마음을 말함이니 인품(人品) 또는 품성(品性)을 말합니다.
건(建)은 '세우다'의 뜻입니다. 그러므로 덕건(德建)은 '덕이 선다'는 뜻입니다. 덕이 선다는 것은 덕성(德性)을 갖추었다는 말이니 덕행(德行)을 갖추었다는 말입니다.
명(名)은 사람과 사물의 이름을 뜻하기도 하지만 널리 알려진 평판이나 소문을 말합니다. 입(立)은 '서다'라는 뜻입니다. 이 선다는 말 속에는 나타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명립(名立)이란 '이름이 선다'는 뜻으로 '훌륭한 이름이 나게 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덕이 서면 훌륭한 이름이 나게 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큰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이름이 서게 마련입니다. 부처님과 보살님 또는 부처님의 제자들은 모두 큰 덕을 갖추어 중생의 귀의처가 되고 복전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순(堯舜)과 문왕(文王)은 밝은 덕이 있어 만세에 이름이 섰고 공맹(孔孟)을 비롯한 덕이 있는 분들은 큰 덕과 말씀이 정립되어 만세에 전하고 있습니다.
《법구경 화향품(法句經 華香品)》에 이런 게송이 있습니다.
花香不逆風(화향불역풍)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못 가
芙蓉栴檀香(부용전단향) 부용향도 전단향도 그러하니라.
德香逆風薰(덕향역풍훈) 덕의 향긴 바람을 거슬러 올라
德人徧聞香(덕인변문향) 착한 사람 선행은 두루 퍼진다.
아무리 향기가 좋은 것이라도 바람을 거슬러 오르지는 못하지만 덕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올라 온 천지에 향기를 풍깁니다. 이 향기는 시공을 초월해 향기를 드리웁니다.
고대에 허유(許由)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때 요(堯) 임금이 허유가 어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그를 찾아갔습니다. 아들 단주(丹朱)가 불초하여 초야에 숨어 있는 어진 이를 찾아 장차 군왕의 자리를 넘겨 주려고 작정했던 것입니다.
당시 허유는 기산(箕山)에 은거하고 있었는데 집 앞에는 아름다운 영수(潁水)라는 내가 흘렀습니다. 마치 신선이 산다는 무릉도원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그는 단 하나의 친구인 소부(巢父)를 곁에 두고 있음이 늘 자랑스러웠습니다. 소부도 허유와 같이 벗하면서 나무 위에 까치집 마냥 원두막을 짓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소부(巢父)였습니다.
요 임금은 허유를 만나 자신의 자리를 맡아 줄 것을 권했습니다.
"저는 그런 자리에 앉을 위인이 못됩니다.
그러니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고 서둘러 돌아가십시오"
이렇게 말한 허유는 요임금이 돌아가자 속세의 더러운 말을 들었다며 영수(潁水)의 맑은 물로 귀를 씻어냈습니다. 이때 소부가 들에 매어 두었던 소를 몰고 돌아왔습니다.
"아니 무슨 일로 귀를 씻는가?"
허유는 소부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습니다. 소부는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는 소를 훨씬 위쪽으로 끌고 올라가 물을 먹게 했습니다.
"허유가 씻어낸 속세의 더러운 찌꺼기를 우리 소에게 먹일 수는 없지.
아암 그렇고 말고."
'귀를 씻는다는 세이(洗耳)의 고사입니다. 허유의 이런 고사는 지금도 아름답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덕이 서면 아름다운 이름이 시공을 초월해 나게 되는 것입니다.
형단표정(形端表正) 용모가 단정하면 표출됨이 바르니라.
형(形)은 모양을 말하고 단(端)은 단직야(端直也)라 했으니 비뚤어지거나 굽지 않음을 말합니다. 즉, 반듯하다는 뜻입니다.
표(表)는 표상의야(表上衣也)라 했으니 '웃옷'을 뜻하지만 뜻이 전의 되어 겉을 뜻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겉으로 드러남을 뜻하고 있습니다. 표출(表出)됨을 말합니다. 정(正)은 '바로잡다' '바르다'의 뜻입니다.
형단(形端)은 모양이 단정하다는 뜻이고, 표정(表正)은 겉으로 표출됨이 바르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형단표정(形端表正)은 용모가 단정하면 겉으로 표출됨이 바르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어떤 기관이든 단체든 사람을 뽑을 때의 대체적인 조건은 용모단정(容貌端正)입니다. 용모가 단정하면 마음도 그러해 매사를 깔끔하게 처리하기 쉽상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위선으로 꾸밀 수 없습니다. 얼굴은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합니다.
형영상동(形影相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형체의 굽고 곧음에 따라 그림자도 굽고 곧고 한다는 뜻으로, 마음의 선악이 그대로 행동에 드러남을 이르는 말입니다. 《예기잡기(禮記雜記)》에도 "형체가 바르면 그림자도 반드시 바르다(形正則影必端)고 했습니다. 또한 《공자가어(孔子家語)》에서 공자(孔子)께서도 "표면이 바르면 어느 것인들 바르지 않겠는가(表正則何物不正)"라고 하였습니다.
옛날 전국시대 노나라 사람인 안숙자(安叔子)는 홀로 살았는데 과부인 이웃의 여인이 폭우를 만나 집이 무너지기에 이르러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그는 여인을 방에 들이었으나 촛불을 밝히고 평범한 아침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춘추시대 노나라 대부인 유하혜(柳下惠)는 조회(朝會)에 참석하였다가 귀가(歸家)하지 못하고 성밖에서 유숙(留宿)하였는데 밤이 깊어지자 추위가 심하여 여인과 덮개를 같이하고도 지조(志操)를 옮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위의 두 사람은 외모를 단정히 하여 바름이 겉으로 드러난 사례입니다. 사람의 됨됨이는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을 그릇되게 가지면 굽어져 표출되고 마음을 바르게 가지면 바르게 표출되는 것입니다.
이번 장에서는 덕성을 함양할 것과 마음을 바르게 가지라는 수신(修身)의 도리를 강조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불자는 이번 문장을 보면서 계ㆍ정ㆍ혜(戒定慧) 삼학(三學)을 닦으리라는 다짐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것입니다. 덕건명립(德建名立) 형단표정(形端表正)은 삼학을 부지런히 배우면 실현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계행을 실천하면 덕건명립과 형단표정이 절로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정혜(定慧)를 밝히면 이에 머물지 않고 마음자리가 안정되어 지혜가 드러나 해탈을 기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의 천자문 덕건명립(德建名立) 형단표정(形端表正)을 명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