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4
1. 감 자
줄 거 리
몰락한 선비의 후예요, 비교적 엄한 가율의 농가의 딸로 자라난 복녀(福女)는 막연하나마 도덕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극도의 가난에 처한 그녀는 15세의 어린 나이게 같은 동네에 사는 20년 연사의 홀아비에게 80원에 팔려서 시집을 가게 된다.
그러나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으로 더욱더 가난하게 되어 떠돌아다니던 그들은, 결국 죄악의 소굴인 평양 칠성문 밖 빈민굴의 주인이 된다. 거기서 복녀는 배고픔에 쫓겨 거지 행각을 하다가 무안만 당하고 돌아온다. 마침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들끓자 빈민 구제 사업이 벌어지고, 칠성문 밖 빈민굴 주민들이 송충이잡이 인부로 동원되었다. 그런데 복녀는 젊은 여인들 몇이 놀면서도 자기보다 더 많은 삯을 받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어느 날 복녀는 감독에게 이끌려 처음으로 혼외정사를 갖게 되고, 이때부터 인생관과 도덕관이 바뀌면서 성적으로 타락하기 시작한다. 거기서 복녀는 ‘삶의 비결’이라도 배운 듯 터놓고 매음( 賣淫)을 시작하게 되고, 결국 중국인 왕 서방의 정부(情婦)로까지 전락하고 만다. 이후로 복녀는 남편의 묵인하에 왕 서방과 관계를 계속하고, 왕 서방에게 얻은 돈으로 빈민굴에서 부자로 통하게 된다.
새 봄이 되고, 처녀 하나를 사서 왕 서방이 장가들던 날 복녀는 강렬한 질투심으로 그의 신방에 뛰어들어 낫을 휘두르다가 도리어 그 낫에 찔려 죽게 된다.
복녀의 시체를 두고 남편, 와 서장, 한의사 간에 돈 거래가 이루어지고, 뇌일혈로 죽었다는 진단으로 복녀는 공동묘지에 실려 간다.
핵심 정리
갈래 단편 소설
경향 사실주의, 자연주의
배경 시간적 - 1920년대(식민지 시대)
공간적 - 평양 칠성문 밖 빈민굴
시점 작가 관찰자 시점(부분적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
의의 환경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다분히 환경 결정론적인 입장에서 인간의 운명을 해석해, 환경에 의해 한 인간이 어떻게 타락하고 파멸해 가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주제 환경으로 인해 도덕적으로 피폐해 가는 인간의 모습
구 성
발단 세상 모든 죄악과 비극의 근원지인 칠성문 밖, 빈민굴에서의 복녀
전개 송충이 잡이 인부로 나갔다가 감독에 이끌려 점진적으로 타락하게 되는 복녀
위기 새 장가를 드는 왕 서방에 대하여 강한 질투를 느끼는 복녀
절정 복녀가 낫을 들고 왕 서방의 신방에 뛰어들었다가 도리어 자신이 살해당함
결말 복녀의 주검을 둘러싼 남편, 왕 서방, 한 의사의 비정한 돈 거래
등장 인물
복녀 역선비의 후예로 엄한 가정 교육을 받아 윤리 의식이 철저했던 여인. 가난으로 빈민굴 동네로 시집 간 후 자신을 둘러싼 상황 속에서 타락과 파멸의 길을 걸음
남편 게으른 천성에 도덕성을 상실한 파렴치한 인간
왕 서방 중국인 지주로, 호색적이고 몰인정한 인물
작품의 이해와 감상
‘감자’는 1925년 「조선 문단」 1월호에 발표된 김동인의 대표적 단편 소설로, 주인공 복녀의 도덕적 타락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작가(3인칭)관찰자 시점으로 여실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환경적 요인이 인간 내면의 도덕적 본질을 타락시켜 간다는 작가 정신과 자연주의적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복녀는 원래 선비의 가통을 이은 집안의 딸이라, 염치도 알고 경우도 아는 여성이었지만, 가난 때문에 밥을 얻으러 다니기도 하고 송충이 잡는 일에서부터 몸을 팔기 시작한다. 이로 보아 주인공 복녀의 도덕적 타락은 그녀가 처한 환경에서 기인한다.
복녀가 처한 상황은 1920년대의 식민지 사회가 빚어 낸 빈궁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복녀에게는 이를 극복해 보려는 적극적인 의지나 고뇌가 결여 되어 있다. 그녀는 다만 주어진 환경에 휩쓸려 살아가는 환경적 숙명성만을 지니고 있다. 복녀의 비극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이런 복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하여 3인칭 관찰자 시점을 활용하고 있다.
작가는 복녀의 객관적인 행동만 보여 줄 뿐이며,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의지는 가능한 한 통제되어 있다. 그 결과 복녀의 내면 세계를 읽을 수 있는 것은 그녀가 보여 주는 행동뿐이다. 이러한 복녀에 대한 제시는 환경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제시하기에 알맞은 시점이다. 복녀의 죽음을 가운데 두고 복녀의 남편, 왕 서방, 한의사가 작당하여 뒷거래하는 모습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제시한 것도, 이 시점이 현실의 냉혹성을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데 매우 효과적임을 잘 말해 준다.
또, 이 작품에서 작가는 복녀의 내면 세계를 드러내기 위하여 인물 상호간의 갈등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 평안도 사투리와 하층 사회의 비속어 구사, 장면 중심적인 사건 전개의 집약적 효과를 통하여 표현상의 특징을 지니지만, 기존의 도덕․윤리를 내던진 인간의 부정적 측면을 드러내는 데에 그쳐 일제 강점하의 민족적 빈곤과 비극의 원인에 대한 구체적 모색에는 미흡하다는 한계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