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 이야기 / 정낙추 시창고
분꽃 이야기 / 정낙추
논둑머리 끝집 지날 때면 생각난다
까맣게 그을린 엄마 얼굴 하얗게 분칠해 준다며
철부지 외아들이 분꽃을 심었다고
자랑하던 형수
분꽃 한창 필 무렵
그 아들 방죽에서 영영 돌아오지 않은 뒤부터
방안에 틀어 박혀
벼포기가 새끼쳐도 나하곤 상관없다
콩꼬투리가 매달려도 나하곤 상관없다
까맣게 탄 얼굴 분단장에 정신 팔려
한여름 다 보내고
분꽃씨 영글 무렵
소슬바람 되어 사라지더니
미쳤다는 소문에 문짝 하나 덜렁
죽었다는 풍문에 담장이 와르르
술병 난 형마저 구름 되어 떠난
논둑머리 빈집 지날 때면 귀가 쟁쟁하다
장독대 깨진 항아리 곁에
올 여름도 만발한 분꽃
진분홍 꽃입술 달막이며
엄마 얼굴 밀떡같이 하얗게 분칠해 줄게요
까만 얼굴 밀떡같이 하얗게 분칠해 줄게요
[출처] 분꽃 이야기 / 정낙추 |작성자 마경덕
1950년 충남 태안 출생.
1989년부터 지방문학 동인지 '흙빛문학'에서 활동.
2002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2006년 시집 <그 남자의 손> 애지
태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소금을 옛 방식대로 재현 복원한 <태안자염> 대표.
농산물 인터넷쇼핑몰 <태안장터> 영농조합 대표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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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이야기"는 정낙추 시인의 작품으로,
분꽃을 통해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는 어머니의 까맣게 그을린 얼굴을 하얗게 분칠해 주겠다는 아들의 순수한 마음과, 그 아들이 방죽에서 돌아오지 않은 후 어머니의 슬픔과 상실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1.
이 시는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
그리고 분꽃이 가진 상징성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