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여자
비밀이 많은 사람 싫어
밀항 해외 도피 못된 짓거리 싫어
의지가지 없는사람 못살게 구는자 싫어
여자가 여자답지 못한것 싫어
자격안되는 사람 싫어
*시청률 지지부진에 폐지 청원까지…위기 맞은 '비밀의 여자' [N초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23-04-15 06:00 송고
'비밀의 여자'가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와 비현실적인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시청률까지 반등하지 못하며 어려움에 처한 모양새다.
지난달 14일 처음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일일드라마 '비밀의 여자'는 남편과 내연녀로 인해 시력을 잃고 '락트-인 증후군'(의식이 있는 전신 마비)에 빠지게 된 여자가 모든 것을 가진 상속녀와 엮이게 되면서 자신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고 처절한 복수를 통해 사랑과 정의를 찾는 이야기다. 착하고 맑은 주인공이 모진 풍파를 겪고 복수하게 되는 플롯은 기존 KBS 2TV 일일드라마에서 늘 반복되는 클리셰로, '비밀의 여자' 역시 비슷한 결의 이야기를 그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비밀의 여자'는 '상상 이상'이었다. 일일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불륜'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주애라(이채영 분)는 친구 남편인 남유진(한기웅 분)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재벌그룹 며느리 자리를 빼앗기 위해 정겨울(신고은 분)에게 피임약을 먹이고, 사고를 내 실명까지 하게 만든다. 여기에 본인의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살인을 저지르고, 그 정겨울 부친에게 누명을 씌우는 등 도를 넘는 악행을 저지른다.
복수극의 통쾌함을 위해 극 초반 빌런들의 악행이 극대화되는 건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방송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살인, 폭행, 영아 유기, 감금, 불륜 등이 반복되자 시청자들은 피로를 호소한다. 이미 일일드라마의 자극적 이야기 전개와 복수극 클리셰에 익숙해진 이들도 '비밀의 여자'의 극단적 내용과 억지스러운 전개에는 고개를 젓는다. 주인공 역시 착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보다 답답한 행보로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말초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개연성 없는 이야기 역시 문제란 지적이다. '비밀의 여자'의 큰 줄기는 여주인공의 부친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오해한 오세린(최윤영 분)과 남편과 친구의 계략으로 모든 것을 잃은 여자 정겨울이 사고로 인해 영혼이 바뀐 뒤, 정겨울이 오세린의 얼굴로 복수를 하는 일. 그 어떤 장르보다 현실과 맞닿아있어 통속극으로 분류되는 일일드라마에 급작스럽게 등장한 판타지 요소는 '재미'가 아닌 '이질감'으로 다가온다는 주장도 많다. 애초에 몰입도를 깨버리기 때문이다.
소위 '막장 드라마'라 불리는 작품들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시청자 모으기에 열을 올린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그만큼 재미는 보장된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비밀의 여자'는 자극적인 재미를 넘어 '초현실적 내용'으로 오히려 시청자들을 사로잡지 못했다.
당장 시청률만 봐도 이 같은 사실이 증명된다. 1회 10.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8~10%대 초반의 시청률을 넘나들며 '반등'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보다 '막장'일 수 없음에도 반응이 미미하다. 설상가상으로 KBS 시청자센터에는 '비밀의 여자' 폐지 청원글도 다수 등장하며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KBS 2TV 일일드라마는 '복수'라는 키워드 아래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어느 정도는 자극적인 소재, 개연성 부족한 서사 전개가 용인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비밀의 여자'는 여러 면에서 '선을 넘었다'는 평가와 함께, 시청률 마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
'비밀의 여자'는 지난 방송부터 오세린의 모습을 한 정겨울의 복수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2막을 열었다. 메인 서사인 복수극을 통해 '비밀의 여자'는 비판을 잠재우고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제작진에게 숙제가 남았다.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