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띠로 상처가 난 살가죽이 아물기 시작합니다. 유독 길게 느껴졌던 여름입니다. 지난 8월초 요양원에 계시던 어머니가 숟가락을 드신 채 멈춰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모셔왔습니다. 코로나 환자가 발생해 거실도 못나오고 방에서 열흘씩 갇혀 계셨습니다. 말도 어눌해지고 걷지도 못해 자꾸 주저 앉았습니다. 옷을 입고 벗지 못할 정도로 근육이 없었습니다.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 쏟아졌습니다.
7년 만에 시설 밖으로 나온 어머니는 늙은 어린애였습니다. 사십년 넘게 먹던 약을 끊고 에어컨 없는 여름을 맞았습니다. 더우니 부채질을 해 팔 힘이 생겼고 엘레베이터 없이 계단을 오르니 다리 힘이 생겼습니다. 한 달 동안 하루에 여섯 번씩 계단을 오르내리게 하고 한 달 동안 부채질을 하니 팔 힘이 생겨 옷을 입고 벗습니다.
어머니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누이니 아이 키울 때가 생각났습니다. 늙으면 애가 된다더니 어머니가 나를 키울 때 이랬겠구나 나도 이렇게 되겠구나 합니다. 그런데 밖에 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기보다 뉴스와 예능을 보며 좋아요, 싫어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미디어 마약을 소비합니다.
어머니를 돌보다 보니 요양 보호사분들의 고충을 생각하게 됩니다. 노인학대가 이해가 될 정도로 어눌하고 더딘 행동에 불쑥 불쑥 화를 넘어 분노까지 발전합니다. 심호흡, 명상, 이너피스를 합니다. 누군가 제게 장애인 돌봄, 요양보호사를 해보라고 하는데 터무니없는 보수와 중노동, 저평가된 일에 나서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어머니를 돌본다고 밥을 사주고 식사 대접을 합니다. 부끄럽고 몸 둘봐 모르는 정신승리는 제 몫입니다. 저의 소망은 어머니를 건강하게 해서 다시 요양원에 보내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죽어서도 안간다'고 외칩니다. 그런 협박으로 그동안 엄마한테 받은 괴로움, 괴롭힘에 대한 복수를 했다고 퉁칩니다.
아기들이 어미 품을 떠나 유치원을 가고 학교를 가고 학원을 다니고 회사를 다니다가 요양원에 가고 장례식장에 갔다가 납골당으로 갑니다. 이 쳇바퀴에 기대 삽니다. 그 속에서 달빛 사냥을 떠나고 하하호호 웃으며 하나님 곁에 갈 동안 주변 사람들과 얼굴 붉히지 않고 잘 지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