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학의 터전인 대구신문 ‘좋은시를 찾아서’는 제3회 대구신문 선정 명시작품상 수상작으로 서태수 시인의 시 ‘강江이 쓰는 시’를 선정했다.
지난 2010년 제1회 명시상 수상작인 김인강 시인의 ‘멸치를 따다’와 지난해 제2회 안종준 시인의 ‘등불’에 이어 제3회 수상작으로 결정된 서태수 시인의‘강江이 쓰는 시’는 강이란 흘러가는 모든 존재들로 정의했다.
강마을 생명의 ‘탄생- 성장- 소멸’을 강으로 치환해 동일시하면서, 바다에 이르는 물길을 강의 해체로 인식하고 강마을 민중과 생명들의 삶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낙동강이 흐르는 부산 강서구에서 시작(詩作)활동을 하며 교육자의 길을 걸었던 서태수 시인은 낙동강 연작 시집을 계속 발간해 국내외 문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받으며 낙동강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제3회 명시상 수상식은 오는 30일 오후 3시 본사 사장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좋은시를 찾아서 제3회 대구신문 선정 명시상 수상작>
강江이 쓰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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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수 시인 |
강물은 흐르면서 일 년 내내 시를 쓴다
바람 잘 날 없는 세상
굽이마다 시 아니랴
긴 물길 두루마리에 바람으로 시를 쓴다
낭떠러지 떨어지고 돌부리에 넘어진 길
부서진 뼛조각을 물비늘로 반짝이며
수평의 먼동을 찾아 휘어 내린 강의 생애
온몸 흔들리는 갈대숲 한 아름 묶어
서사는 해서체로, 서정은 행서체로
시절이 하수상하면 일필휘지 초서체다
비 섞고 눈을 섞고 햇볕도 섞은 시편詩篇
파고波高 높은 기쁨 슬픔
온몸으로 새겼어도
세상은 시를 안 읽고 풍랑風浪이라 여긴다
▷▶서태수, 김해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조문학’ 추천(91),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06), ‘문학도시’ 수필 신인상(05) 낙동강 연작 시집 ‘물길 흘러 아리랑’, ‘강, 물이 되다’, ‘사는 게 시들한 날은 강으로 나가보자’ 수필집 ‘부모는 대장장이’ 수상:성파시조문학상, 청백리문학상, 낙동강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녹조근정훈상 (전)부산시조문학회 회장, 부산강서문인협회 회장 (현)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부산문인협회 자문위원
<해설> - 성군경(시인, 좋은시를 찾아서 해설위원장) -
서태수 시인은 낙동강 시조시인이다. 20여년의 시력(詩歷)에서 오로지 낙동강 연작시에만 천착하고 있다. 그가 쓰는 낙동강 연작시는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낙동강의 지정학적 요소라기보다 강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의 삶을 형상화한다. 서태수 시인에게 있어서 강이란 흘러가는 모든 존재들이다. 강마을 생명의 ‘탄생- 성장- 소멸’을 강으로 치환하여 동일시하면서 바다에 이르는 물길을 강의 해체로 인식하고 강마을 민중과 생명들의 삶을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그는 시조로 창작하지만 고시조 연구의 학문적 기반을 근거로 시조의 정체성은 ‘3장6구12음보’의 단순 정형이 아니라 ‘정형정신’이라는 독보적 시각이다. 시조 율격의 정치(精緻)한 묘미를 위한 변주를 중시하는 다양한 파격시조를 아울러 창작함으로써 현대인의 자유 서정을 수용하기도 한다.
낙동강 연작 415의 ‘강이 쓰는 시’에서는 강물은 인간의 개별적, 구체적 삶의 양상이 인류의 총체적 역사성으로 치환되어 그려지고 있다. 운율도 강물처럼 유유한 시조 고유의 음보(音步)에 담아 파도로 일렁이는 명징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개인의 삶은 파란만장하게 흘러내린다. 그 기록들은 모두 강으로 흘러든다. 이 민중의 기록들이 모여 물길을 이루게 되고, 도도하게 흐르는 강은 인류의 역사가 된다. 그러나 이 생생한 삶의 기록을 사람들은 쉽게 깨닫지 못한다. 시는 인간의 구체적 삶을 압축적으로 형상화한 서정의 몸짓이고, 강물은 인간의 추상적 삶을 역사로 기록한 묵언의 몸짓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울림을 주는 시조 잘 감상했습니다~. 이 밤, 밖은 서늘하데 가슴에 작은 호롱불이 켜진듯 따뜻해 지는군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나이다. ㅎㅎ
잘 감상하였습니다
낙동강 시조를 천착해 오신 서태수 선생님의 '강이 쓰는 시'! 실로 낙동강 시조의 백미입니다.
별별 곳에 온통 쏘댕기넴유~~ㅎㅎ
서태수 선생님, 축하합니다. 예사로 본 낙동강, 이렇게 아름다운 시조가 흘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