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543) 짧은 시, 시상의 직역(直譯) - ① 짧은 시, 시상의 간단한 조율/ 시인, 문학평론가 박현수
짧은 시, 시상의 직역(直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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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짧은 시, 시상의 간단한 조율
간단한 시상의 표현 그 자체는 물론, 앞에서 본 인상적인 구절조차 한 편의 시라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래서 시상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을 빛나게 해줄 어떤 언어적 조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조율이 조금만 가해져도 그 시상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시가 될 수도 있다.
5행 내외의 짧은 시는 바로 이런 시상의 직역(直譯)이라 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가)
사월은 게으른 표범처럼
인제사 잠이 깼다.
눈이 부시다.
가려웁다.
소름친다.
등을 사린다.
주축거린다.
성큼 겨울을 뛰어 넘는다.
―김기림, 「4월」 전문
(나)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바다 우로
밤이
걸어 온다.
―정지용, 「바다 3」 전문
(다)
능금한알이추락하였다. 지구는부서질정도만큼상했다. 최후.
이미여하(如何)한정신도발아하지아니한다.
―이상, 「최후」 전문
(라)
아카시아들이 언제 흰 두레방석을 깔았나
어데서 물쿤 개비린내가 온다
―백석, 「비」 전문
짧은 시는 한시, 시조, 하이쿠 등 동북아 시문학의 전통적인 양식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즐긴 바 있다.
그러나 현대시에 들어 이런 경향이 다소 주춤하였으나,
모더니즘 시에서 이 방식을 새롭게 도입하면서 현대시의 주요 경향의 하나가 되었다.
앞에 든 김기림, 정지용, 이상, 백석도 모두 모더니즘 시풍을 보여 주는 시인이다.
이들의 시는 신선한 감각과 주지적 쾌감을 바탕으로 짧은 시를 짓곤 하였다.
< ‘詩 창작을 위한 레시피(박현수, 울력, 2015)’에서 옮겨 적음. (2024. 5. 6.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543) 짧은 시, 시상의 직역(直譯) - ① 짧은 시, 시상의 간단한 조율/ 시인, 문학평론가 박현수|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