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 유종인 시창고
수박 / 유종인
삼천 원짜리 작은 수박덩이를 들고 땀을 닦기 전 거짓말처럼 몇 번 수박을 두드렸지만, 난 아무것도 모른다 어떤 대답도 거부하는 수박의 울림, 속을 보지 않는 말, 말을 드러내지 않는 빛깔, 자르면 붉은 잇몸 같은 속이 검은 來生의 씨앗들 어서 가져가라, 어서 가져가라, 촘촘히 박혀 있을 게다. 자랄 수 없는 바닥에 퉤 퉤 뱉어지는, 숨막히게 더운 여름 날, 까만 수박 씨앗들 검은 파리떼만도 못하리라, 한 끝 유쾌한 단맛이 끝난 뒤에 저렇듯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生을 수박씨들은 감추고, 먼 곳에서 우레가 돋는 먹장구름의 뒤꼍에서 나는 물찌똥을 누고 푸른 죄의 싹을 틔우러 예까지 흘러왔다 지루한 낮꿈의 장마를 건너리라
아내의 배가 자꾸 불러온다. 老産의 배에 검푸른 줄을 긋듯 내 은밀한 손길이 뱀처럼 쓰다듬는 한낮, 아내는 거꾸로 들어선 아이 걱정에 시퍼런 메스같은 부엌칼을 자꾸 내게 내미는지 모른다 수박은 몇 개월 째에서 배를 가르려고 이승에 나온 것일까
시집 <아껴 먹는 슬픔> 문학과 지성사
[출처] 수박 / 유종인|작성자 마경덕
유종인의 시 **“수박”**의 주제는 삶과 죽음, 그리고 생명의 순환입니다.
시인은 수박의 붉은 속과 검은 씨앗을 통해 생명과 죽음의 상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박의 씨앗은 미래의 생명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현재의 생명은 유한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또한, 시인은 일상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생명의 신비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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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인상 깊은 구절 중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르면 붉은 잇몸 같은 속이 검은 來生의 씨앗들 어서 가져가라, 어서 가져가라, 촘촘히 박혀 있을 게다.”
이 구절은
수박의 붉은 속과 검은 씨앗을 통해 생명과 죽음의 상징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붉은 속은 현재의 생명을,
검은 씨앗은 미래의 생명을 의미하며,
생명의 순환과 연속성을 암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