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김미은)
배우 ‘로버트 드 니로’ 하면 강렬하게 떠오르는 영화 몇 장면이 있다. 먼저 ‘성난 황소’의 첫 대목.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아름다운 간주곡을 배경으로 링 위에서 몸을 푸는 한 복서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그는 챔피언 제이크 라모타로 변신, 명연기를 보여 준다.
‘택시 드라이버’도 인상적이다. 그가 대통령 후보 암살 계획을 세우고 권총을 구입한 뒤 체력 단련을 하는 모습이나 영화 마지막,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며 짓는 야릇한 표정 역시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세계 영화사에서도 손꼽히는 이 두 편의 영화는 명장 마틴 스코세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드 니로는 흔히 ‘마틴 스코세지의 페르소나’로 불린다.
‘페르소나’(persona)는 ‘가면’을 뜻하는 그리스 말이 어원이다. 영화와 관련해서는 한 감독의 예술가적 정체성과 영화 세계를 표현하는 배우를 가리키는 말로, 흔히 ‘감독의 분신’으로 불린다. ‘영웅본색’의 오우삼과 주윤발, ‘가위손’의 팀 버튼과 조니 뎁 등이 대표적인 커플이다.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는 송강호다. 그는 봉감독의 7편 중 ‘살인의 추억’등 4편을 함께했다. 기발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던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팬이 된 나는 봉 감독의 장편은 모두 챙겨 봤다.
시상식 중 인상적이었던 건 봉감독이 무릎을 꿇고 송강호에게 트로피를 전달하는 모습이었다. 둘 사이의 무한한 신뢰와 존경이 느껴져서였다. 봉 감독은 ‘기생충’ 제작 발표회에서도 “송강호는 영화를 찍을 때 제가 더 과감해지고 어려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의지가 되는 선배님”이라며 “메시나 호날두는 작은 동작 하나만으로도 경기의 흐름을 바꾼다. 강호 선배님이 바로 그런 존재”라고 극찬했다. 송강호는 “제가 메시는 아니지만, 마음껏 축구 하듯 뭘 해도 다 받아 줄 것같은 이가 봉 감독”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참 부럽다.
무엇을 해도 서로 온전히 믿어 주고 의지가 되는 이가 곁에 있다면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만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할 때 큰 힘이 될 것 같다. 나에겐, 당신에겐 그런 사람이 있는가.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첫댓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정말 아름답지요. 들어 보렵니다.팀 버튼 감독 영화에 조니 뎁이 많이 출연했지요.봉준호-송강호 두 사람의 관계.믿을만합니다.기생충 영화의 줄거리를 살펴보았지요.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