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마지막 모임 공지입니다.
:: 금주의 묵픽 (Muk's pick) ::
「밀리언 달러 베이비」 (클린트 이스트우드, 미국)
:: Comment ::
몇 번이나 문장을 쓰다가 지웠는데, 사실 저는 이 영화에 대해 할 말이 마땅찮습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가장 재미있는 영화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거든요.
가장 전위적이고 예술적인 영화라고 물어도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하고,
가장 전형적이고 교과서적인 감동을 주는 영화냐고 물어와도 그렇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복싱이 주요 요소로 나오는 영화인데, 제 느낌에는 복싱이 전부라고는 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그럼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많은 사람들은 영화에서처럼, 인간의 삶에도 확실한 컨셉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평생동안 무슨 일을 했는데? 어떤 것들을 이뤄냈는데?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삶이었어? 아니면 예술적으로 영감을 주는 삶이었어?
아니면 평생에 걸친 무언가로 누군가를 감동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어?
그리고 결국 그 삶은 성공했어? 아니면 실패했어?...
미안합니다. 저는 작품속에서 어떤 컨셉트를 뽑아 여러분에게
'바쁜 한주 중에 어떻게든 영화를 참고 볼만한 이유'를 소개하곤 했지만
이상하게 여기서는 내키지가 않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단순히 몇 가지 사실을 언급할 수는 있겠죠.
영화가 개봉된 그 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분야를 독식했다든가,
영화평론가 이동진씨가 10점 만점을,
<다크나이트>에 7점을 줄만큼 평점이 짠 박평식씨가 9점을 준 영화라는 얘기 같은 것들.
이정도면 조금 눈길을 끌만한 '사실'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대신 이렇게 말해놓는 건 어떨까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그냥 영화이고요.
살다보면 이런 영화가 좋아질 때도 생깁니다.
: TIP ::
- 러닝타임 133분의 꽤나 긴 영화입니다. 저는 서사가 있는 작품 속에서 줄거리는 그냥 줄거리일 뿐이고, 언제나 맥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어차피 유튜브 요약본이나 나무위키 줄거리를 읽고 오지 말라고 애걸복걸을 해도 소용없겠죠? 사실, 이렇게 쓴 공지를 공들여 읽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볼드 처리를 해놓지 않으면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요약으로 아낀 시간보다, 제대로된 경험을 놓쳐 낭비하게 될 시간이 훨씬 길거라고요.
- 영화의 초반이 놀라울 정도로 '할리우드스러워서' 놀라게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는 그런 클리셰적인 면도 싫어하지 않지만. 초반부터 줄거리가 어떻다고 평가하기보다는, 진득하게 끝까지 보았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모건 프리먼이 '가장 모건 프리먼처럼 나오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배역 이름도 아마 '모건 프리먼 - 모건 프리먼 역'이었을걸요. 지루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모건 프리먼이 국밥에 들어가는 새우젓 같다는 얘길 하고 싶었습니다. 늘 그 자리에, 전국 어떤 국밥집에 가도 똑같은 맛이 나는 그것. 그것은 우리가 소중함을 망각하고 있을 때조차 제 역할을 다 해낸다고요.
- 여주인공 역을 맡은 힐러리 스왱크는 이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번째'로 수상했습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번 이상 받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가 '연기력 좋은 할리우드 여배우'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름들-샤를리즈 테론, 케이트 블란쳇,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윈슬렛 등등- 대부분이 1회수상에 그쳤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이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유독 떨어지는 편에 속하는 배우가 바로 힐러리 스왱크죠.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녀 이외에 여우주연상을 두 번 받은 배우로는 메릴 스트립과 조디 포스터가 있습니다.
-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을 정말 좋아합니다. '역시 이렇게 끝나야지' 같은 느낌의 좋아함이 아니고요. 정말 그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서, 버스 창가자리에 앉아 있을 무렵 떠올라 머리를 울리는, 그런 종류의 좋아함입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일시 ::
2023년 10월 27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20~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마지막 모임 특전으로, 친구나 지인 초대 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회원 1명당 2명까지 초대할 수 있으니, 부담없이 데려와주세요.
:: 숙제 ::
「밀리언 달러 베이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상
- 넷플릭스 및 IPTV 서비스 등에서 시청가능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