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가 고향 산동현(山東縣)에 돌아와 쓸쓸히 만년을 보낼 때의 일이다. 고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등(騰)이라는 소국(小國)이 있었다. 그가 고향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등문공(騰文公)은 맹자(孟子)에게 치국(治國)의 방책을 물었다.
맹자는 문공(文公)에게 왕도 정치를 설명하면서 그 첫걸음은 백성들의 의식주를 만족하게 해주는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항산(有恒産)이면 유항심(有恒心)'이라고 하였다. 이 말을 직역하면 '변치 않는 재산이 있으면 변치 않는 마음도 있는 법'이라는 뜻이다.
나는 언젠가 '가난은 죄는 아니지만 불편한 것'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어디에서 줏어들은 말이 아니라 가난했던 과거 경험에서 터득한 말이기에 이 말은 내 삶에 있어 매우 의미가 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새벽에 통곡을 하시는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놀라 잠이 깨어 그 까닭을 어머니 몰래 들어보니 이웃에 진 빚 독촉 때문에 우는 소리였다. 아마 밤새도록 걱정하다가 방법이 없자 새벽에 우는 소리였던 것이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울음이었다.
가난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물질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물론 가난하고 청빈하게 살면서 뜻만을 고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맹자의 말을 바꾸어 말하면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도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물질을 경시만 해서는 안된다. 우리 가치관을 설정할 때 눈여겨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