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잡사, 강문종 외, 민음사.
| 조선잡사 강문종,김동건,장유승,홍현성 공저 민음사 | 2020년 10월 |
* 17세기 후반은 상업이 크게 활기를 띠며 시장에서 다양한 물품이 거래된 시기다. 소설책 역시 사고팔렸다. 소설책을 전문으로 베껴 쓰는 필사업자가 나타났고, 대여료를 받고 빌려주는 세책점이 서울 곳곳에 들어섰다. 도선 안에만 열다섯 곳이 성행했다. 세책점주는 책을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는 세책업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책과 목록을 들고 외판하는 책쾌(冊?)와 달리 세책점주는 깨끗이 필사한 소설책을 갖춰 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독자를 매료시킬 작품을 골라 구비해야 했으므로 서책점주는 작품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과 유행을 읽는 감각이 필요했다. 한 권 짜리 작품을 여러 권으로 나눠 필사하고, 결정적 장면에서 다음 권으로 넘겨 독자가 계속 빌리게 만들었다. 세책점주는 출판 기획자이자 편집자였다.(조선잡사, '세책점주, 유행을 이끈 출판 기획자' 중에서)
=>한석규가 주연한 영화 <음란서생>은 조선 후기 소설의 필사와 유통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물론 그 내용이 '음란서'를 주제로 하고 있지만, 그러한 '선정성'을 조금 거둬내면 조선 후기 출판문화의 일단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조선 후기에는 소설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그래서 전문 작가와 필사자를 고루 갖춰 다양한 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서책점주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다. 특히 조선 후기 문학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