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힘
지은경
풀꽃은 학연, 지연, 혈연 없이도 세상 보는 눈길 촘촘하다
풀꽃 하나 뿌리 없이 태어나 고향이 어딘지 모른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어디에든 싹을 틔우며 진흙밭에 빠지거나 가시덤불에 찢기기도 한다
누구, 풀꽃의 이름 석자 몰라도 여기 시의 집에 뿌리내려
기다림과 그리움의 맺힘 풀어내며 핏빛 꽃송이 피워내고 있다
강은혜의 / 시감상
힘없는 풀꽃은 힘없는 국민 같다 힘은 없어도 봐주는 사람 없어도
열악한 곳이어도 터를 잡는다 터를 잡고 억세게 살아간다 태풍이 와도
가물어 땅이 갈라져도 그곳에 기어코 살아간다 길가 보드블록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밟히면서도 견디어 낸다 나도 풀이 좋다 풀꽃이 사랑스럽다
아무 힘이 없는 듯 보이지만 가장 강한 힘을 가진다 밟아도 비가 와도 바위텀 새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아도 견디며 살아남는다 고향도 지연도 학연도 없어도 자기들끼리
모여서 풀밭을 이룬다 그리고 서로 자리 다툼 없이 사이좋게 살아간다
대장도 두목도 없다 그냥 자기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한다
나비도 와서 놀다 가고 바람도 와서 놀다 가고 시인의 눈은 한 편의
시를 읽듯이 풀꽃을 본다 풀밭에 시를 쓴다 시가 나비가 되고 시가 바람이 되고
햇살로 서로 보듬어 안고 격려하며 살아간다 우리도 힘과 권력과 명예 때문에
인생의 마음을 상심케 하지 말자 우리도 풀잎에 이슬인 것을 풀보고 약하다 하겠는가
화자는 풀에서 강함을 보았고 풀에서 화해와 용서와 사랑을 보았고 강인함을 보았다
이 시를 읽으며 풀처럼 마음이 연약해지고 부드러워져서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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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은경 박사님
풀꽃이 제일 강합니다
박사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