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훈훈한 추석 날 💕
그 힘들다는 송편도 직접 빚고
이런저런 전도 부치며 차례상을 차렸다ㆍ
송편용 쌀을 갈아주는 방앗간이 없어서 네 군데나 다녀야했다ㆍ
대부분 송편을 빚어 팔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ㆍ
물론 떡값은 부르는 게 값, 작년보다 킬로 그램당 3천원이나 올랐다ㆍ
방앗간 본연의 임무를 나 몰라라 하고 돈 버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 볼성사나웠다ㆍ
단골로 자주 드나들며 고추도 빻고 기름도 짜던 집조차도 외면했다ㆍ
의리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ㆍ
재래시장 한군데서 빻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ㆍ
밤도 기계로 까와서 송편속을 만들었다ㆍ깨. 밤, 콩으로 송편속을 준비했다ㆍ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서로 맞대고 떡을 빚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훈훈했다ㆍ
이른 아침부터 온 둘째 부부가시원시원하게 만들고 부치고 북새통을 피웠다ㆍ
큰애는 아이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ㆍ
작년까지 없던 손녀 윤서현이 참석한 귀한 추석이다ㆍ
인생 9개월차 귀염둥이!
아이가 들어서는 순간 우리집은 마법의 나라가 되었다ㆍ
아이들과 함께 한 1박2일의 추석 한가위는 온통 웃음바다였다ㆍ
센스쟁이 큰며느리가 아이에게 고운 한복까지 입혀서 왔는데, 어찌나 깜찍 하던지!
까르륵까르륵
엄마마마
아빠빠빠ㆍㆍㆍ
몸짓 하나하나,
말소리 하나에 6명의 어른들은
깜짝 놀라며 신기해 하고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본다ㆍ
며느리가 챙겨온 여름용 포대기를 이용해서 업어주니, 엉덩이가 들썩들썩 즐거워한다ㆍ
색다른 환경이 눈에 들어오는지 머루 같은 까만눈을 움직이고 손을 내밀어 만지려고 온몸을 기울인다.
다양한 표정이 있는 우리 아기 덕분에 집안 가득 리듬이 찰찰 흐른다
선산에서 주워온 찐밤도 잘 먹고 순둥순둥 놀기도 잘한다ㆍ
낯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덥썩 안기며 방글방글 미소쟁이ㆍ
잠들 때 조금 우는 것 빼고는 예쁜짓만 하는 마법 요정이다ㆍ
온가족이 함께 달구경도 하고 탄금대 공원에 가서 분수대 앞, 씨샵의 커피숍에서 시원한 차도 마셨다ㆍ
저녁에는 화투치기도 가르치며 즐거운 시간도 가졌는데, 둘째 소희가 1등을 했다ㆍ
꼴찌가 설거지를 하기로 했는데 참석하지 않고 안마기에서 자고있던 둘째가
꼴찌를 해서 결국 둘이 신나게 뒷마무리를 했다ㆍ
두 며느리에게는 색색이 덧신을,
아들에게는 목이 적당한 양말을 귀염둥이 손녀에게는 앙증맞은 팬티 세트를 추석빔으로 포장해서 선물했다.
작은 선물이지만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면서 행복하다.
소희는 다음날 핑크빛 덧진을 예쁘게 신고 왔다ㆍ
작은 선물이지만 주고 받는 기쁨이 가득해진다ㆍ
파평윤씨 39대로 들어온 큰며느리는 3년, 작은 며느리는 1년이 지났다ㆍ
조금씩 우리가족이 되어간다ㆍ
서로가 이해가 안 되었던 뾰족한 행동들이 무뎌지고 둥글게 부드러워지고 있다ㆍ
"명절은 간소하게 하면 안되나요?
놀러가면 안되나요? 우리도 남들처럼 여행가요ㆍ
서로의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이잖아요ㆍ"
며느리의 남편이 되어버린 내아들들의 항의에 서운했지만,
"결혼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가족이 되려면 서로가 길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단다 ㆍ
한 5년 쯤은 우리가족의 삶으로 살아보자ㆍ
그 쯤 되면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우리집 분위기도 익히고 우리도 며느리를 이해하며 식구가 되어가겠지ㆍ
우리 좀 힘들어도 그렇게 따라줄래?"
우리는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고 서로에게 길들여지고 있다ㆍ
고맙고 고맙다ㆍ
무엇보다 손녀의 탄생으로 가족으로 되어가는 시간이 앞당겨졌다ㆍ
이제 모두가 자기자리로 떠났다ㆍ
나의 현재를 있게 한 먼 조상을 생각하고, 나의 일상을 되달아보는 시간이었다ㆍ
먼 우주에서 걸어 온 귀한 생명이 처음으로 함께 한 명절이었다ㆍ
오늘은 휘엉청 두둥실 떠올랐다ㆍ
아직도 날은 덥고 뜨거운 날씨다ㆍ
'달님아
이제 가을을 주렴'
소원을 빌어본다
빙그레 웃는 모양이 귀염둥이 손녀의 방긋 웃는 얼굴이다ㆍ
온 몸이 지치고 힘들다.
모두가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내년부터는 아이들과 노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차례상은 간소하게 해야지!'
다짐을 한다. 올해는 특히송편까지 한 덕택에 온몸이 고달프다고 아우성이다.
멀리서 달려오는 자식들이힘들다고 늘 푸념이지만,
명절에 가장 힘들고 노고가 큰 사람은 단연 부모님들이다.
365일 날 중에서 겨우 두 번쯤 오면서 너무 불평들을 남발하지 말기를!
그들의 수십배로 힘든 부모가 묵묵하게 자식들이 먹을 것들을 한 달 전부터 하나씩 하나
씩 준비하느라 바쁘고 힘들다.
다시 며느리의 삶으로 선물이나 달랑 들고 와서 시어머님이 다 준비해 놓은 떡을 만들고,
전이나 부치던 그 시절이 그립다.
2024.9.17. 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