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갑시다 (2645) ///////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 이영종
노숙 / 이영종
열차와 멧돼지가 우연히 부딪쳐 죽을 일은 흔치 않으므로
호남선 개태사역 부근에서 멧돼지 한 마리가
열차에 뛰어들었다는 기사를 나는 믿기로 했다
오늘밤 내가 떨지 않기 위해 덮을 일간지 몇 장도
실은 숲에 사는 나무를 얇게 저며 만든 것
활자처럼 빽빽하게 개체수를 늘려온 멧돼지를 탓할 수는 없다
동면에 들어간 나무뿌리를 주둥이로 캐다가
홀쭉해지는 새끼들의 아랫배를 혀로 핥다가
밤 열차를 타면 도토리 몇 자루
등에 지고 올 수 있으리라 멧돼지는 믿었던 것이다
사고가 난 지점은 옛날에 간이역이 서 있던 자리
화물칸이라도 얻어 타려고 했을까
멧돼지는 오랫동안 예민한 후각으로 역무원의 깃발 냄새를 맡아왔던 것일까
역무원의 깃발이 사라진 최초의 지점에
고속철도가 놓였을 것이고 밝은 귀 환해지도록 기적소리 들으며
멧돼지는 침목에 몸 비벼 승차 지점을 표시해 두었으리라
콧김으로 눈발 헤쳐 숲길을 철길까지 끌고 오느라
다리는 더욱 굵고 짧아졌으리라
등에 태우고 개울을 건네줄 새끼도 없고
돌아갈 숲도 없는 나는 오랜만에 새 신문지를 바꿔 덮으며
그때 그 역 근방에서 떼를 지어 서성거렸다는
멧돼지 십여 마리의 발소리를 믿기로 했다
[당선소감] "재미와 비애 있는 詩 쓸 수 있도록 분투하겠다"
2011년 크리스마스 저녁이었다.
마음의 모든 정물들을 설레게 했던 당선 통보를 받고,
나는 산양이 바위를 건너는 법을 생각했다.
약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해거름에 전화해도 그냥 한 잔 할 수 있는 사람처럼
늘 거기 있을 것 같은 산양의 눈망울을 떠올렸다.
산양이 아니라면 건너기 힘든 바위를 딛고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하나의 법을 알았다 했더니,
어느새 새로운 바위가 나를 기다리는 날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바위를 건너는 법을 다 알지 못하고 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한 지속되어야 할 고통스럽고 즐거운 일이다.
내가 사는 곳은 눈이 많이 내린다.
겨우내 이 땅의 주인은 사실 눈이다.
내가 아끼는 나무를 부러뜨려 눈을 흘기면
"내 것 내 맘대로 하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하는 듯
처마에 고드름을 수십 개나 매달아 놓은 적도 있다.
나는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있거나 엉금엉금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
원래 만나려 했던 친구를 나는 늘 만나지 못한다.
그가 이 땅에서 살았던 자취를 거두어 자기 땅으로 망명해 버린 지 몇 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13권 대하소설 '마적'을 마치고 삶 또한 마친 친구 서 권은 지금도 눈 내리는
감나무 가지에 와서 내 집 개를 밤새워 짖게 한다.
나가 담배를 피워 그와 소통을 하는 일이 뜸해졌다.
그도 이제 돌아갈 곳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심사위원들께서는 관계를 성찰하여 희열 가득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면허증을 내주셨습니다.
재미와 비애가 있는 시를 쓸 수 있도록 분투하겠습니다.
오랫동안 시를 쓴다 하였지만 눈 뜨지 못한 나에게 점안을 해주신 안도현 교수님,
아낌없는 비판을 해주었던 우석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문우들께 금오도를 드립니다.
내가 살았던 날들을 빨래처럼 비틀면 흘러나올 물 색깔이 거의 똑같을 나의 친구들,
함께 젓가락 딸그락거리던 어머니와 아내, 식구들께는 무엇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심사평] "따뜻한 서정과 맑은 연민 보여주고 있어"
심사는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심사위원들은 한 편의 시가 유기적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보았다.
작품의 처음과 끝이 조직화되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난해한 시를 배제하지는 않았다.
난해한 시는 명상과 사색에서 탄생한 것으로서 유심하게 들여다보면 해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이 곤란하다고 본 시는 비록 그것의 파편적 언어와 기발한 상상력이
부분적으로 절창을 낳더라도 맥락의 구조화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였다.
시행의 전개가 연상에 의해 진행되더라도 산만하고 까다롭기만 한 경우는 제외시켰다.
고현도의 '까치의 독후감' 외 2편은 안정되고 사려 깊은 시편들이었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장점이 돋보였고, 오래 다듬은 흔적도 역력했다. 그러나 정아(正雅)하기만 할 뿐 새롭고 기발한 해석이 부족했다. 규정하고 설명하는 진술이 많은 것도 시의 맛을 떨어지게 했다.
반면에 임해야의 '독도' 외 4편은
전체적으로 보아서 사고가 기발하고 분명했다.
그런데 이 기발하고 분명함의 수준이 투고한 작품들 사이에서 편차가 컸다.
'독도'나 '쿼드러츠學' 같은 작품들은 상상력이 뛰어났으나 그 착상 자체는 진부하고 평범했다.
그래서 연상이 과잉되게 사용되고 있는 느낌을 갖게 했다.
시적 질문이 보다 더 독특하고 다양한 곳에서 생겨났으면 좋을 듯하다.
당선작과 마지막까지 경합한 작품들이었음을 밝혀둔다.
분발을 당부한다.
이도율의 '노숙' 외 3편은 진지한 작품들이었다.
순정이 있는 따뜻한 서정을 보여주었다.
옹동이라는 곳의 맵고도 신 삶의 풍경을 보여준 '항아리'도 좋았으나
심사위원들은 '노숙'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우화적 요소가 가미되었으나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맑은 연민에 이르고 있다는 점도
이 시의 장점이었다.
시단에 좀 늦게 나오는 만큼 정신을 곤두세워 부지런히 좋은 작품을 쓰길 바란다.
- 심사위원 송하선, 문태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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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시인의 시 "노숙"은
호남선 개태사역 부근에서 멧돼지가 열차에 뛰어들었다는 기사를 바탕으로,
멧돼지의 삶과 인간의 삶을 교차시키며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1.
시인은 멧돼지의 행동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고,
멧돼지의 본능적 행동을 인간의 삶과 연결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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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와 인간의 유사점은 무엇일까요?
보낸 사람 Copilot:
이영종 시인의 시 "노숙"에서 멧돼지와 인간의 유사점은 여러 가지로 나타납니다:
생존 본능:
멧돼지가 도토리를 찾아 밤 열차를 타려는 모습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멧돼지는 먹이를 찾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인간도 생존을 위해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합니다.
환경 적응:
멧돼지가 숲에서 철길까지 이동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은
인간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과 유사합니다.
멧돼지는 철길을 따라 이동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인간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고독과 상실: 시
인은 멧돼지가 새끼를 잃고 홀로 남은 모습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상실감을 표현합니다.
멧돼지가 돌아갈 숲이 없고,
새끼를 잃은 모습은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느끼는 고독과 상실감을 상징합니다.
이 시를 통해 시인은 멧돼지와 인간의 삶을 교차시키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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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와 인간의 유사점 이외에 무엇을 발견할 수 있나요?
보낸 사람 Copilot:
이영종 시인의 시 "노숙"에서
멧돼지와 인간의 유사점 외에도 여러 가지 중요한 주제와 상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시는 멧돼지의 행동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합니다.
멧돼지가 철길을 따라 이동하는 모습은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잃어버리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시간의 흐름과 변화:
시에서 언급된 옛 간이역과 고속철도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상징합니다.
멧돼지가 옛 간이역 자리를 기억하고 있는 모습은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나타내며,
인간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겪는 변화와 적응을 상징합니다.
고독과 상실:
멧돼지가 새끼를 잃고 홀로 남은 모습은 인간의 고독과 상실감을 표현합니다.
이는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느끼는 고독과 상실감을 상징하며,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멧돼지의 삶을 통해 드러냅니다.
희망과 절망:
멧돼지가 도토리를 찾아 열차를 타려는 모습은 희망을 상징하지만,
결국 사고로 인해 희망이 좌절되는 모습은 절망을 나타냅니다.
이는 인간이 희망을 품고 노력하지만 때로는 좌절을 겪는 모습을 반영합니다.
이 시는 멧돼지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을 조명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 시간의 흐름, 고독과 상실, 희망과 절망 등
다양한 주제를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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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와 인간 이외에 무슨 상징을 찾아볼 수 있나요?
보낸 사람 Copilot:
이영종 시인의 시 "노숙"에서 멧돼지와 인간 외에도 여러 가지 상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열차와 철길:
열차와 철길은 현대 문명과 발전을 상징합니다.
멧돼지가 철길을 따라 이동하는 모습은 자연이 인간의 문명과 충돌하는 상황을 나타내며,
자연과 문명의 갈등을 상징합니다.
신문지:
시에서 신문지는 단순한 종이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신문지는 정보와 소식을 전달하는 매체이지만,
동시에 시인은 신문지를 덮고 잠을 자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불안감을 표현합니다.
신문지는 인간이 세상과 연결되는 동시에 고립되는 매개체로 작용합니다.
숲과 나무:
숲과 나무는 자연의 원초적인 상태와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멧돼지가 숲에서 철길로 이동하는 모습은 자연이 인간의 개발로 인해 점점 사라져가는 모습을 나타내며,
자연의 상실과 인간의 영향력을 상징합니다.
깃발:
역무원의 깃발은 과거의 흔적과 기억을 상징합니다.
멧돼지가 깃발 냄새를 기억하는 모습은 과거의 기억과 흔적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나타내며,
인간이 과거를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을 상징합니다.
눈발:
시에서 눈발은 자연의 순수함과 차가움을 상징합니다.
멧돼지가 눈발을 헤치며 철길로 이동하는 모습은 자연의 순수함이 인간의 문명과 충돌하는 상황을 나타내며,
자연의 순수함과 인간의 차가운 현실을 상징합니다.
이 시는 다양한 상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문명과 자연의 갈등,
과거와 현재의 연결 등을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