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 잘했다 / 이상국 시창고
오길 잘했다 / 이상국
어느 날 저녁 동네 골목길을 지나다가 자지러질 듯 우는 갓난애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아, 누군가 새로 왔구나
그리고 저것이 이제 나와 같은 별을 탔구나 하는 즐거움
상당히 이름이 나있는 시인의 시를 읽다가 야, 이 정도면... 어쩌고 하는 이 희떠움
티브이 속에서 줄줄이 끌려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꼴좋다 꼴좋다 외치는 즐거움
아무 생각없이 생을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쓰다가
남 모르게 우주의 창고를 열어보는 이 든든함
때로 따뜻한 여자 속에서 내 그것이 죽어가는 즐거움
친구를 문상 가서 웃고 떠들다가 언젠가 저것들이 내 주검 앞에서 나를 흉보며
내 음식을 축내는 즐거움을 미리 보는 즐거움
어쩌다 공돈이 생긴 날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집에 가는데
나무 이파리들이 멋도 모르고 바람에 뒤집어지는 걸 바라보며
아무래도 세상에 오길 잘했다는 이 즐거움
[출처] 오길 잘했다 / 이상국|작성자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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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시인의 **“오길 잘했다”**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즐거움을 담은 시입니다.
시인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 유명 시인의 시를 읽는 기쁨, 국회의원들을 향한 비판,
그리고 일상 속의 작은 순간들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통해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