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갑시다 (2649) ///////
201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 김상현
두더지 반지하 신혼방 / 김상현
가을 산길 위에서 느닷없이 냄새가 혀를 밀어 넣었다
하얀 앞발톱의, 엎어져 있는 두더지 주검
두더지는 반지하 방이 되고 있었다
잘 닦은 화이바 같은, 검은 갑옷의 벌레가
시체에 세 들어 늦깎이 신혼방을 만들고 있었다
주검이 있을 때, 짝을 맺는다는 송장벌레
저 더듬이 끝이 뭉툭한 것은
그 교감도 한때는 부딪혀 옹이 박힌 것
구린 터 속에서도 더듬거리며 전등을 갈겠지
저 등판의 빛은 그들 눈에 모닥불이 타오르는 증거다
자글자글 끓는 된장찌개 투가리, 그런 뜨거움 올린
양은밥상을 들고 거뜬히 문지방 넘는 삶
둘은 두더지를 땅에 묻을 때까지
쉬지 않고 흙을 파내려갈 테지
흙으로, 나무뿌리를 갉았을 몸을 닫고 쓰러진 밑바닥 위에
꽃 장판을 깐 다음
반지하가 지하가 된 방 안에서 서로를 쓰다듬겠지
때로는 이웃 풍뎅이 애벌레와 다툴 일도 있겠지만
샛별 같은 알을 낳고 그 아이들은
가까스로 냄새를 막은 몸의, 한 터럭까지 다 뜯어먹고서야
벽 틈새에 손톱 밀어넣는 것이 햇살이었음을 알겠지
목숨이 윤이 나는 저 까만 옷의 청소부 부부
오늘 같은 초야(初夜)면,
숲 속은 달이 익어 참 부끄럽겠다
[당선소감] "글쓰기로 혼 뺏겼던 한 해 소망 이뤄"
내가 글을 쓰면 잘 될 것 같으냐, 점집에 가 물을 때마다 그쪽 사람들은 말한다.
글 쪽과는 잘 맞습니다만, 그냥 취미로만 쓰라고,
쓰면서 행복하면 좋은 것 아니냐고.
그런데 지난해 참 이상하다.
9월에 3일 간격으로 문학상을 받았다.
김유정 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과 근로자 문화예술제에서 최고상인 대통령 대상을 역시
시를 통해 받은 것이다.
정부에서 보내주는 해외연수도 다녀왔다.
그저 생계의 길 위에서 줍는 법만 익힌 개미,
그런 개미 한 마리가 구름 위의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그 옛날 우체국 계단에서 글 봉투를 품고 있던 한 아이의 눈망울을 생각하였다.
개미 눈앞에 펼쳐진 밤하늘은 그 아이의 반짝이는 까만 눈망울을 닮았을 거라고 상상해보았다.
콧날이 시큰해졌다.
신춘문예 당선 전화를 받았다.
나는 전화를 끊고서, 신문에서 오려 벽에 붙여놓은 201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사진을 바라보았다.
2년이 흘렀고, 사진 속에 한 자리에 내가 앉아야 할 일이 생긴 것.
웃다가 울기를 반복하였다.
고백하건대, 사진 속의 저 현장 속으로 간절히 들어가고 싶었었다.
올 여름방학 기간에만 시 50편, 동시 35편, 단편소설 1편을 쓴 게 사실이었다.
혼을 빼앗겼다는 표현이 맞다.
혹시 내가 이렇게 창작에 홀려 내 정해진 팔자를 바꿔놓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기호지세, 호랑이를 탄 기세로 끝까지 몰아가야 한다는 생각.
도중 내려오면 호랑이에게 먹힌다는 생각을 하였다.
졸고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전북일보 사에 감사의 말씀 올린다.
글눈을 뜨게 해주신 우석대 문창과 교수님들과 제 옆을 지켜준 문우들께 우체국 계단에서 망설이던,
낯 잘 가리는 그 아이는 구원받을 수 있었다고 거듭 감사의 말씀 올린다.
글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점괘는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 나와의 싸움을 피하지 않겠다.
끝으로 (달려라 검정분필) 제자들에게 영광을 돌린다.
[심사평] "삶에서 희망 발견하는 시각 뛰어나"
신춘문예라는 제도는 한 편의 작품을 뽑는 일이지만 한 사람의 시인을 문단으로 불러내는 일이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한 작품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응모자가 습작에 쏟아 부은 훈련의 흔적까지 읽으려고 한다.
시와 그 시를 쓴 사람을 같이 파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작품을 판별할 때,
구태의연한 서정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시를 꿈꾸고 있는지,
시에 끌어들인 특수한 성격의 언어들이 이 세계의 보편적이고 균형적인 감각을 확보하고 있는지,
그리고 발설하고 싶은 개인의 일과 발언해야 하는 집단의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살펴보게 된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것은 모두 9명의 작품이다.
말을 다루는 솜씨들이 뛰어나 다들 오랜 습작을 거쳤으리라 짐작되는 작품들이었다.
그렇지만 내면의 울림이 느껴지는 중량감은 대체로 부족해 보였다.
우리는 그 중 5명의 작품에 주목하였다.
정재돈의 <산낙지>,
이시윤의 <4분의 3박자로 반달이 지나간다>는
낯선 이미지를 충돌시켜 새로움을 구하고자 하는 작품들이지만 아직은 덜 익어 어색한 느낌이 강했다.
서귀옥의 <망중한>은
안정된 호흡으로 주제를 의도대로 차분하게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의식의 찌’ ‘생의 잔해들’과 같은 낡은 표현을 하루바삐 걷어낼 줄 알아야
새로운 시의 나라에 당도하리라 생각한다.
이동한의 <사과>는
깜찍하고 활달한 상상력, 군더더기 없는 언어 운용 기법이 매혹적이어서
마지막까지 당선작과 어깨를 겨루었다.
그런데 시의 뒷부분이 공허한 말장난으로 마무리되는 점이 결정적인 흠이었다.
그리하여 결국 당선작은 김상현의 <두더지 반지하 신혼방>으로 결정되었다.
죽은 두더지의 몸에 깃들어 사는 벌레를 통해 사람 사는 세상의 따뜻함을 길어 올리는
시인의 시각은 예사롭지 않다.
오밀조밀한 감각의 배치도 뛰어났다.
함께 응모한 작품들에서도 우리는 만만찮은 필력을 감지할 수 있었다.
죽음에서 삶의 희망을 발견하는 당선작의 온기가 이 냉랭하고 삭막한 세계의 불꽃이 되기를 빈다.
심사위원 문효치, 안도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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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김상현 시인의 "두더지 반지하 신혼방"입니다.
시는 가을 산길에서 발견된 두더지의 주검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연속성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벌레들이 두더지의 시체를 이용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자연 속에서의 삶과 죽음,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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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김상현 시인의 "두더지 반지하 신혼방"의 주제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연속성입니다.
시는 두더지의 주검을 통해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벌레들이 두더지의 시체를 이용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드는 모습은 자연 속에서의 재생과 순환을 상징합니다.
또한, 시는 자연 속에서의 삶과 죽음,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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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나오는 상징적 요소들은 무엇일까요?
김상현 시인의 "두더지 반지하 신혼방"에는 여러 상징적 요소들이 등장합니다.
주요 상징적 요소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두더지 주검: 두더지의 죽음은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연속성을 상징합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벌레들: 벌레들은 두더지의 시체를 이용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듭니다. 이는 자연 속에서의 재생과 순환을 상징하며, 죽음이 새로운 생명의 기반이 되는 과정을 나타냅니다.
반지하 방: 두더지의 주검이 반지하 방이 되는 모습은 죽음과 삶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생명의 연속성을 강조합니다.
송장벌레: 송장벌레는 주검이 있을 때 짝을 맺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죽음 속에서도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꽃 장판: 두더지의 주검 위에 꽃 장판을 까는 모습은 죽음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생명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상징합니다.
햇살: 벽 틈새에 손톱을 밀어넣는 햇살은 어둠 속에서도 희망과 생명의 빛이 존재함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상징적 요소들을 통해 시인은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연속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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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세요.
보낸 사람 Copilot:
김상현 시인의 "두더지 반지하 신혼방"은 가을 산길에서 발견된 두더지의 주검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두더지의 주검 발견: 시인은 가을 산길을 걷다가 하얀 앞발톱을 가진 두더지의 주검을 발견합니다. 이 주검은 곧 반지하 방이 되어갑니다.
벌레들의 활동: 검은 갑옷을 입은 벌레들이 두더지의 시체에 세 들어 신혼방을 만들고 있습니다. 송장벌레는 주검이 있을 때 짝을 맺는다고 하며, 이 벌레들은 두더지의 시체를 이용해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삶의 지속: 벌레들은 두더지의 주검 위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가며, 흙을 파내려가고 나무뿌리를 갉아먹습니다. 이 과정에서 벌레들은 서로를 쓰다듬고, 때로는 이웃 벌레들과 다투기도 합니다.
새로운 생명: 벌레들은 샛별 같은 알을 낳고, 그 아이들은 두더지의 시체를 먹으며 자라납니다. 이 과정에서 햇살이 벽 틈새로 들어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자연의 순환: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자연 속에서의 삶과 죽음,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이 시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연속성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생명의 지속성과 재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