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부랴부랴 콩가루빙수국수를 먹고 직포에서 백야도 선착장으로 가는 배를 탑니다.
먼저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직포와 함구마 사이를 오가는 유람선이 있어 따로 5천원씩
받는데, 절벽에 근접해 가는 건 아니지만 여수로 가는 여객선에서 벼랑을 공짜
관람하는 셈입니다. 직포 선착장 콘크리트 바닥입니다. 물 맑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기암절벽의 묘미를 더 느낄 수 있겠지요.
돌출부 하나 둘레가 대개 3-4 km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먼저 보았던 미역널방입니다. 그런데 미역을 채취해서 저 위까지 올라갔다구요?
비렁길 5코스해서 전부 18 km 정도인데, 전 이번에 10 km 남짓 걸은 셈입니다.
최고점 197 m 저점 27 m 사이를 오르내린 셈이고요.
함구미 선착장 부근 등대입니다.
드디어 백야도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저 연륙교가 백야도와 여수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마침 버스가 들어와 올라 타려니 30분 후에 떠난다며 그늘에 정좌해서 선경에 들어갑니다.
백야도엔 상당히 멋있는 산이 있어 등산객들이 이곳으로 내려오는 모양입니다.
섬마을카페 벽면에 하산주 자리 제공한다는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잠시 동네 벽화 그리는 것도 참견하며 어슬렁거리는데 '개도 막걸리라면 전국택배'?
기사양반 엉덩이에 땀띠 날 정도로 휴식 취한 후에 여수로 출발.
여객터미널 근처 수산물특화시장 벽면입니다.
911은 아니지만 조형물치고는 좀 스멀거립니다.
정작 구경거리는 특화시장보다 이곳 수산재래시장과 교동시장에 많습니다.
왼쪽 캐노피는 교동시장, 오른쪽은 수산시장입니다.
2층에는 식당과 양념가게가 있고 3층 옥상은 건조장이라네요.
지금은 여천 신시가지로 주민들이 많이 빠져나갔지만 이곳 여객선터미널을 중심으로
교동시장, 수산시장, 중앙선어시장 3대 시장이 호황을 누린 적도 있었답니다.
북적이는 시장 맛은 재래시장이 왔다지요.
마찬가지로 활어센터가 있고요. 이곳도 깨끗히 정비해서 전주 남부시장처럼
저녁나절이 되면 길거리 포장마차가 선다고 하네요.
직포항에서 콩가루 빙수국수 먹을 때 옆 테이블로 두툼한 생선구이가 들어가던 게
눈에 아른거려 이곳에서 저녁 먹기 전 참으로 모둠 생선구이를 시킵니다.
반찬들이 맛깔스럽습니다.
물김친지 백김친지 경계를 넘나드는데 찹쌀죽을 조금 푼듯 뽀얗게 비주얼이 좋습니다.
멸치볶음도요.
왼쪽부터 서대, 양태, 갈칩니다.
맛으로 치자면 역시 갈치가 으뜸이고 그 다음 양태, 서대 순입니다.
여주인이 자기는 양태 생물을 사서 냉동 시켰다 냉장해동 시켜 소금 뿌리고 굽는답니다.
말린 걸 사면 물이나 쌀뜨물에 담궈서 소금기를 뺀 후 구우라는군요.
전 쌀뜨물에 담구는 게 비린내를 잡기 위한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로군요.
이렇게 정해 놓은 때가 아닌데도 길거리에 앉아서 부담없이 한가로움을
즐길 수 있다는게 바로 자유 아니겠습니까? 규칙에서 벗어나 자유보행하는 자유.
맛이요? 정말 답니다. 달아~ 이런게 여행의 묘미라 할 수 있지요.
양태가 입맛에 맞아 건어물 상을 기웃거리는데 예전에 이곳에서 반건 조기를 사갔다가
살이 물러져 버린 쓰라린 추억이 있어 선뜻 손이 나가질 않습니다.
무단 가출한 낙지나 문어는 주인이 따로 없다고 행인이 큰 소리로 갈켜줍니다.
웬 힘이 저리 쎈지 저 함지박을 점프합니다.
저녁에 길거리 포장마차가 들어서는 교동시장. 담금술병에 들어있는 해산물들이
초등학교 과학실 병에 담긴 표본처럼 괴기스럽습니다.
여수엔 큰 규모의 찜질방이 이곳뿐입니다. 어정쩡하게 참을 먹어 저녁 먹으러 중간에
내보내줄 수 없느냐 물으니 우리는 그런 거 취급하지 않는답니다.
하는 수없이 근처 장어탕집으로 이른 저녁을 하러 들어갑니다.
방명록을 보니 남진 가수협회장께서 우르르 몰고 왔던 모양입니다.
여수 어느 곳이나 반찬은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게 깔끔하고 맛깔스럽습니다.
전 장어탕은 민물장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민물장어 값이 워낙 천정부지로
솟다보니 이제는 붕장어구이를 거쳐 붕장어탕이 장어탕의 본류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한창훈의 <바다도 가끔은 섬의 그림자를 들여다본다>에 힘들게 살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고사리 녹두나물을 넣고 끓인 붕장어탕...'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비싼 민물장어 대신 붕장어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구나 한창훈의 고향이 거문도인 걸 보면 이 고장에서 오래 전부터 붕장어탕을 끓인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래도 붕장어탕을 은근슬쩍 장어탕이라고 해서야...
그런데 얼마 전에 붕장어탕을 먹어보니 기름기에서 우러나오는 고소한 맛은 덜하지만
부드러운 식감이 헐케 볼 음식은 아닙니다. 여하튼 부드러운 우거지와 추어탕
비슷한 맛에 밥 한 그릇 뚝딱 말아 해치우고 찜질방으로 들어갑니다.
카운터에서 그럽니다. '내일은 대청소날이니 8시 반까지는 퇴실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말이다. 우리가튼 사라믄 새벽에 뜨거운 물 속에 한번 드갔다나와야
기운이 나는 법인디 우째 모르는 척 엊저녁 식은 물을 그대로 내뿐다냐?
닥다리 블로그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광복절 아침에도 글 올리느라 수고하셨네요
덕분에 바다먹거리 보면서 침만 꼴깍!ㅎ
광복절에 남에게 해끼치지 않고 구속받지 않는 자유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전라도 먹거리 좋~죠
2주전 여수 출장 갔다가 식도락을 즐기지 못하고 바로 상경한 아쉬움 ~~
그거 참, 쩝,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