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얽힌 숨은 이야기들
0에서부터 9까지의 숫자에 대해서 얽히고 설킨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 생각나는 대로 기록해 둠으로써 기억을 새롭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특별히 좋아하는 숫자가 있고 또한 싫어하는 숫자도 있다.
“1”은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고 단(單)으로 표기되며 가장 으뜸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일년의 첫째 날을 설날 또는 원단(元旦)이라 하여 경축하는 날로 일년 내내 복을 받으라고 기원하며 하고자 하는 일에 새로운 각오와 시작해보겠다는 굳은 다짐도 해보는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군대의 계급의 순서는 이등병으로부터 시작하여 일등병으로 올라가는 특별한 경우가 있기도 한다. 먼저 첫째로 태어난 자손에게도 이를 구분하여 어른장자(長)를 붙여서 장남이니 장녀니 또는 장손(長孫)이니 하여 구분해서 대우를 해주고 올림픽경기에서는 1등은 금메달, 2등은 은메달, 3등은 동메달을 수여한다. “1”은 선호의 대상 숫자다.
“2”라는 숫자는 1다음에 가치를 부여하여 한문으로 “次” 또는 “副”자를 사용하여 부르고 있다. 차관, 차석, 차장이니 또는 부회장, 부주석이니 하여 차기 오너가 유고(有故)시 대행하는 자다. 그러나 때로는 그렇지 못하는 예도 있다. 즉 국회의원을 뽑을 때의 2등은 전혀 영향력이 없는 숫자이다.
“3”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사연도 있다. 순서 결정의 3은 1이나 2만 못하지만 우리 민족의 토속 문화 중에 매월 셋째 날을 초사흗날이라 하여 방 윗목에 띠자리를 깔고 음식을 차려 놓고 이날을 거룩한 날로 삼아 삼신령(三神靈)이 어떤 신인지 복을 달라고 기원하기도 한다. 어쩌면 삼신령이란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부(聖父), 성자(聖子), 성신(聖神)의 삼위(三位)의 하나님을 지칭하는 말인듯 싶다.
“4”의 숫자.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숫자다. 한문자로 죽을 사(死)자의 과민 반응으로 음이 같다고 해서 그러는가 싶다. 사의 음을 가진 한자에도 思, 謝, 思 등 좋은 뜻의 사자도 많지만 유독 죽을 死자에 관심이 집중된 잘못된 생각이며 습관이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어느 대기업의 본관 엘리베이터에 표시되는 층수에 유독 4층만 F자로 표시되기도 하였고 어느 병원에나 병실과 층수는 아예 4자를 빼놓기도 한다. 군인은 사성(四星)장군도 있는데 숫자의 4호실이지 死호실로만 집착되는 고루한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인 것이다.
“5”의 숫자. 0에서부터 시작하여 9까지 숫자의 순서 중에 중간에 낀 숫자로 평균치의 분수령이다. 분수령을 넘느냐 못 넘느냐에 따라 평균치 이상, 이하라는 말을 파생하는 숫자로 의결의 결정권 성립에 영향을 주는 숫자로 가치차이의 변수다. 자유당 시절에는 국회에서 개헌 의결 정족수의 사사오입 사건으로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었던 적도 있었다. 5자도 4자처럼 그렇게 호감이 가는 숫자는 아니다.
“6”의 숫자. 거꾸로 보면 9자가 되어 +3의 이익을 보는 수도 있지만 병신 육갑하네, 육시를 할 놈이니 하여 욕설의 대명사처럼 부르고 666의 숫자는 기독교인들이 마귀의 숫자라 하여 가장 싫어하기도 한다.
“7”의 숫자. 럭키세븐(Lucky Seven)이라 하여 동서양을 막론하고 행운의 숫자로 부른다. 무지개의 색깔도 일곱 색깔이요, 불교계에서 말하는 칠성당이니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지창조를 마치고 7일째 날을 복을 주어 거룩한 날로 정하기로 하였고(창 2:2~3) 항해하는 배나 길을 잃은 길손에게 나침반처럼 북쪽하늘에 유난히 반짝이는 별도 북두칠성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7은 행운의 수로 알려져 있다.
“8”의 숫자.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떄까지 팔자(八字)의 발자취로 걷다가 지구촌을 떠난다. 흔히 말하는 사주팔자(四柱八字)를 잘 타고 나야 한다고 해서 양(陽)과 음(陰) 그리고 오행(五行)의 시간 때를 잘 타야 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8자가 넘어지면 무한대(∞)로 통한다.
“9”의 숫자. 마지막 뜻이 있다고 한다. 9다음에 다시 0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숫자다. 사람들은 마지막이라는 개념에 나이도 아홉 수를 잘 넘기기를 원한다. 아홉 수가 든 39, 49, 59, 69 등의 숫자다. 미신적인 믿음을 갖고 불길한 숫자로 한해를 무사히 넘기기를 기원하는 숫자다. 그러나 화투놀이의 도박의 세계에서는 9를 갑오라하여 돈 따는 최고의 숫자로 행운의 숫자이기도 하다. 바둑의 최고의 고수를 9단까지만 한정해 놓기도 하였다.
이렇듯 숫자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많기도 하다. 상호(商號)에 걸맞게 부동산의 전화번호를 4989(사구팔구), 8949(팔구사구), 교회차량의 번호를 9191(구원구원), 0191(영원구원) 등 수험번호나 지번(地番)이 186이면 하필이면 (좃)이냐고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한획한획을 붙여보면 X자가 되니까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경축일이나 커다란 국가적인 변란이나 사건을 숫자로 표시하고 부르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3.1절, 8.15광복절, 4.19의거, 5.16혁명, 5.18사건, 12.12사태 등. 심지어 간첩의 난수표로 암호를 삼고 이제는 상호도 011, 018, 019 등 간편한 숫자로 표기한다. 1000, 10000은 천세, 만세 등 영원의 의미가 있고 백(百)이라는 숫자도 인간의 생활에서 무척이나 흔히 쓰는 말들이 많다. 백성(百姓)이라는 말은 백가지 성이 아니요 다수의 사람을 뜻하고, 태어나서 백일째되는 백일(百日)이니 백전백승(百戰百勝)이니 백년해로(百年偕老)니 백일기도니, 100%니 하여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시간적 의미가 담겨져 있고 완전의 개념으로도 의미가 부여되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숫자의 표현을 하나, 둘, 셋, 넷 또는 일, 이, 삼, 사로 부르기도 하고 일본도 히도쓰, 후다쓰, 밋쓰, 요쓰 또는 이찌, 니, 산, 시 등 이원화 식으로 부르는 나라들이 많다.
수를 십진법(十進法)으로 단(單), 십, 백, 천, 만……억, 조(兆), 무한대(無限大), 불가사의(不可思議)라던가, 하여튼 아무리 많다 해도 이름만 있을 뿐 인류가 경까지의 수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0”자는 영이라고도 하여 없다(無), 공처럼 둥글다고 해서 공이 아니고 공(空)의 개념이 더 강하다. 모양이 식빵처럼 둥글다고 해서 빵으로도 표현되며 시험에 빵점을 맞았다는 등 얄궂은 표현들이 많다. 온도의 측정을 0을 기준해서 영상, 영하로 표기하고 아주 적고 세밀한 표시는 0.001등으로 0을 기준해서 오른쪽으로 표시되는 숫자는 많을수록 적음을 표시하고, 왼쪽으로 표시되는 숫자가 많을수록 많음을 표시한다. 숫자에 얽힌 많은 사연과 묻혀진 일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많지만 생각나는 대로 써 보았을 따름이다.
출처: https://booktrend.tistory.com/5 [책읽기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