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꽃 외 3
민병도
네가 시드는 건
네 잘못이 아니다
아파하지 말아라
시드니까 꽃이다
누군들 살아 한때 꽃,
아닌 적 있었던가
별 · 1
아버지 베옷 입고
하늘 길 떠나시며
내가, 맨발인 내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평생의 빈 소주병 부숴
천지사방 뿌리셨네
일어서는 풀
혼자서 눈을 뜨고 혼자서 일어선다
이 땅에 남은 한 뼘 흙바람 재울 때까지
허기와 어깨동무하고 붉은 해를 섬긴다
뜨거운 목울음은 뜨거운 채 묻는다
바람에 엎어져도 또 바람을 기다리며
한사코 무명無名을 닦아 아픈 꽃을 피운다
신발 자국 환하도록 밟히고 또 밟혀도
사초史草의 행간 그 어디 얼씬하지 못하지만
새벽 닭 울기도 전에 너는 다시 일어선다
물
걱정마라, 더렵혀진 그대 손 씻어주마
내력을 알 수 없는 비린내는 몰라도
땀으로 비루한 과거, 굳이 묻지 않으마
누군들 돌아보면 부끄러움 없겠느냐
함부로 멀어져 간 서로 간의 오해를 풀고
역겨운 과거도 불러 내일과 손잡게 하마
마실수록 목이 타는 갈증 또한 염려 마라
칼을 가는 마음으로 세상은 날이 저물고
미움에 근저당 잡힌 그대 영혼, 씻어주마
- 민초들이 열어가는 어진 사랑의 역사 『민병도 문학앨범』 2022. 목언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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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꽃 / 별 · 1 외 / 민병도
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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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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